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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빠의 감동적인 이야기(실화)|

淸潭 2016. 3. 14. 10:40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습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이

이불에 퍼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딴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하며 때린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빠가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말에

보일러온도를 높여서 데어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리려고 식을까봐

이불속에 넣어둔 것이라고...

 

가슴이 메어왔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보이기 싫어

화장실에 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울었습니다.

 

일 년 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 갈 나이죠...

얼마 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는데 회사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 조퇴를 맞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찾았죠...

동네를 이 잡듯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화가 나서 마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부모님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 종일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날...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채 편지 300여 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에 우체국 업무가

지장을 끼친다고 온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또 일 저질렀다는 생각에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받아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하니

아이는 울먹이며 엄마한테 쓴 편지라고...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깐 순이 닿아서 다시 돌아와

다 들고 갔다고...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를 하늘나라에 있다고.

다음부턴 적어서 태어버리면

엄마가 볼 수 있다고...

밖으로 편지를 들고 나간 뒤

라이터에 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하나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

.

.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생각 날까봐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척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얘기하면 아빠가

울까봐 절대로 얘기 안했어.

 

아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하면서 우는 것 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 생각 안나...

니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나.

 

보고 싶은 사람사진을 가슴에 품고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 꿈에 한번만 나타나...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약속해야 돼...

 

편지를 보고 또 한 번 고개를 떨궜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 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흘렸는데도.

 

우리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엄마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

.

.

혁수야... 아빠야...

우리 혁수 한테 정말 미안하구나...

아빠는 그런 것도 하나도 모르고.

 

엄마의 빈자리 아빠가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거니?

남자끼린 통한다고 하잖아.

 

혁수야 너 요즘에도 엄마한테 편지 쓰지.

아빠 너 하늘로 편지 보내는 거 많이 봤다.

엄마가 하늘에서 그 편지 받으면 즐거워하고

때론 슬퍼서 울기도 하겠지...

 

혁수야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

그거 잊지 마 아빠가 널 때린다고.

 

엄마가 혁수를 놔두고 갔다고

섭섭해 하지마... 알겠지?

 

끝으로 사랑한다. 내 아들아!

세상에 하나 뿐인 우리 아들 사랑해!!!

 

-아빠가-

 

<옮겨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