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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의 모습.

淸潭 2015. 8. 2. 11:15

어느 신문사의 미국특파원의 리포트다.

 

어깨를 툭툭 치고 팔을 토닥거리며 친근함을 보인다. 짓궂은 농담에도 파안대소한다.

서로 바라보는 눈은 따뜻했다. 어릴 적 동네 친구 같은 두 사람은

미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과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이다.

 

내가 먼저 대통령 한 게 얼마나 다행이냐”()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

참 관대한 승자였어.” (조지) “생일이 한 달 빠르니, (부시)가 형이네.”

() “다른 엄마가 낳은 동생 같아.”(조지)

 

두 전직 대통령은 지난 9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부시 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리더십 학자졸업식에 35분간 패널로 함께 등단했다.

정치색은 빼고 IT전문가, 소기업 창업자, 시민운동가 등 미래의 리더 60명을

전국에서 발굴했다. 이들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공동강의였다

 

초당적 협력이라 해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각자의 몸값이 한번 강의에 최소 1억 원쯤 된다.

정치인은 누구나 자신만 주인공이 되고 싶은 본성을 타고 났다. 연방하원 의원쯤만

돼도 모임에 갈 때 자신이 주빈이 아니라면 꺼린다. 게다가 빌은 아버지 부시를 대선

에서 꺾은, 어찌 보면 가문의 원수. 조지는 빌의 부통령 앨 고어를 역시 대선에서

물리쳤다.. 2015년 상황은 더 엄하다. 빌의 아내 힐러리와 조지의 동생 젭이 차기 대권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클린턴가()와 부시가() 2차전이기도 하다.

 

이런 시점에서 두 사람은 너무나 천진난만하게 나란히 앉아 서로를 격려했다.

두 가문이 나온 만큼 이번 대선은 격이 높은 대결이 될 거라는 덕담도 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나자 USA투데이와 공동 인터뷰도 했다. 모든 일을 두 사람은 똑 같이 나누었다.

 

예일대 동문에서 남부지역 주지사를 지냈다는 점만 비슷하지, 두 사람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다. 빌은 법률가, 조지는 사업가 출신이고 리더십의 행태에 대한 조언에서도 차이가

났다. 빌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지만 조지는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뢰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한 목소리였다.

빌은 정치나 외교나 듣는 게 중요하고, 서로 믿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했다.

조지도 맞장구를 쳤다. 이런 믿음이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매개체가 됐는지도 모른다.

 

형식도 파격이었다. 전직 미국 대통령의 근엄함과 권위의식은 아예 없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손녀들의 재롱을 이야기하면서는 너무도 해맑았다.

조지가 어제는 손녀가 와서 (옹알옹알 거리는 것을 빗대) 중국말을 하더라고 하자

빌은 발까지 동동 굴리며 좋아했다. 딱 동네 할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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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친구인 동네 할아버지 같은 미국의 전직 두 대통령에 관한 리포트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의 모습들이 오버랩 되면서 씁쓰레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이 마주앉아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집권 시, 시행착오나 오류를

반성하며 국가 앞날의 비전을 제시하며, 또한 웃으며 인간적인 정담과 덕담을 나누는

장면이나 소식을 뉴스나 그 어디에서도 지금까지 본 일도 들은 적도 없다.

다만 대통령에 당선되면 누구든지 취임 초기에 생존 전직 대통령을 모두 청와대로

초청하여 테이블에 둘러앉아 근엄한 표정으로 의례적으로 인사하며 차나 점심을 나누었다는

뉴스만 이제껏 보았다. 또한 어느 대통령도 재임 시에 어려운 일이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에

전직 대통령을 만나 국정수행의 노하우나 조언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다. 더욱 미래 대통령을 하겠다 하는 사람은 현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붓거나

독기 어린 표정으로 포효하는 장면이 뉴스에 자주 나와야만 인기를 얻는다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국민의 행복과 국가발전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상식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상대편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비판이나 조언을 해야 함에도,

몰아붙이고 자기 주장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하여 동시대에 일생을 바쳤다고 하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 으로 살았다. 육사동기요 친구이며 대통령직을 주고 물려받았던 전두환 노태우 관계도

못지않게 좋지 않았다. 같은 당인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사이는 여야관계 처럼 거리가 멀다.

늘 직전 대통령을 배타하고 밟아야만 존재가치가 부각되고 사는 희한한 구조다.

 

집권세력들이 전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깨끗하고 혁신적인 정치를 해야 함에도 

지난 정권의 비리를 캐서 그것으로 자신들의 깨끗함과 힘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는

정치적 사건화 시킴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집권세력들은 하나 빠짐없이 전 정권의 대통령을 비리로 수사하여

감옥에 보내든지, 불명예를 안겨주는 불행이 연속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이런 소용돌이가 당분간 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배반의 정치, 보복의 정치에 예외는 없었다. 기대하는 국민만이 바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쯤 전직 대통령, 현 대통령, 미래의 대통령이 오붓하게 앉아

마음 열어놓고 친구처럼 조언하며 웃고 떠들 수 있을까. ‘꿈 같은 세상을 꿈꿔본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정치판과 사회상을 한번 둘러보면,

어떤 사안에 대하여 사실이냐 아니냐를 밝히기 전에 먼저 내편, 네 편으로 나누어 서로 공격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내 기분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앞세워 떠들고, 국민을 위한 것이냐

아니냐를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 유리하겠느냐 불리한냐로 판단해버린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철학과 소신은 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고

포퓰리즘과 줄서기와 뇌물을 뒤집어 쓰고 만신창이가 된 오늘날 우리 정치계다.

 

가져온 곳 : 
카페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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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恩波| 원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