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舍廊房

정월 대보름의 기원

淸潭 2015. 3. 4. 14:53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
농경국가에서 한 해의 출발점은 당연히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시작일 것이다
설날과 이어지는 정월 대보름은 한해 첫 달의 첫 만월로서 풍년과 풍요를 기원함
에 그 의미는 상당히 중요시됐고 또한 음력 2월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세시풍습
중 가장 다양한 먹거리와 민속놀이가 행하는 요체라 할 만큼 대보름 명절은 농경
사회의 큰 의미이기도 하였다 내 어린 시절 가정마다 대보름축제는 가족사랑 친지
사랑 이웃 사랑의 만남의 이유가 되고 나눔과 돈독한 마음의 관계를 형성하는 아주
자연스런 명절이기도 했다



대보름날 아침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물건은 마당 한복판에 놓여 있는 오늘날
의 마케팅전략인 "복조리 다발 마당던지기" 식 상술이다 어떤 거부감 없이 용인되는
기대와 넉넉함의 인심이 아침의 싸아한 공기와 더불어 마주하는 잊지 못할 시대적
정서이며 진풍경인 미풍양속이었다 어쩌다 마당 어디든 복조리 다발이 보이지 않으
면 안주인은 오히려 서운함과 불안함이 교차했다 그 까닭은 농경사회의 식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의 도구임에 가가호호 기다려지는 그와 같은 현상은 지극히 당연
함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그조차 문명의 이기에 밀려 망각의 장소로 사라진 시대적
유물로 잔존 함에  격세지감은 어쩔 수 없다

 

어디 그뿐이랴, 대보름날의 아침 밥상은 오곡으로 지어진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
다양한 견과류, 귀밝이술은 빼 놓을 수 없는 음식들이다 그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일
년 내내 질병과 허약함에서 해방되고 좋은 것만 보고 듣고 하라는 조상의 선험적
체험에 기인한 간절한 마음의 소산물일 것이다

예부터 가난을 그림자처럼 엮고 살아온 선조들의 삶 속에서 그나마 새해 첫 보름에
떠는 만월만큼은 좋은 기운을 받으며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만월에 다양한 음식을 장
만하여 가족과 이웃과 함께 섭취함에 인간의 바람인 서로의 무탈과 복을 빌어주는
대보름 밥상은 생선 한 가지라도 곁들여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밥상 앞에 옷매무
시를 가다듬는 자세마저 하나의 의식처럼 여겨진 때도 있었다



게다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광고도 공고도 약속도 없었지만 해거름 때가 되면 언덕
위로 강둑으로 몰려와 쥐불놀이 달집놀이에 필요한 저마다 기구를 동원해 생 솔가지
와 여러 나무들로 달집에 불을 지피고 타오르는 불과 함께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고
신나게 놀다 보면 어느새 강 건너 산 위엔 어둠 속에 휘영청 풍성하고 넉넉한 보름달
이 붉게 걸려있다 옛 사람들은 달의 크기와 밝기의 농도에 한 해의 기운을 예측했다고
전해 오지만 하여간 인파에 휩쓸려오는 환호성은 사람의 마음을 자연에 대한 흥분과
외경심을 고조시키는 덴 손색이 없었다.



    고취됨과 더불어 저마다 소원을 염원함에 당시 초등이었던 나 역시 덩달아 중원부원
    했던 천둥벌거숭이 모습도 내 기억의 회로에 오롯이 살아있다 우리의 역사를 통틀어
    금세기를 제외한 민족의 삶은 가난의 산물인 궁핍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이 부족했었던
    그 시절 오로지 살길의 방법은 겨울을 제외한 어느 계절이든 들과 산에 농사를 짓고
    체취한 곡식과 나물, 그 무엇도 빠뜨리지 않고 손질과 갈무리로 겨우 내내 미흡하나마
    풍부한 섬유질과 유기질의 먹거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장한 음식들이 우리에겐 더없
    는 영양식으로 공급되어 왔음도 옛 세대의 지혜였다

    대대손손 물림 되는 생존본능의 발로에 의한 성실과 부지런함이 바로 우리의 민족성임엔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쯤 해서 보름을 하루 앞두고 몇 가지 음식을 가다듬으며
    생각에 잠긴다 어린 날 누구나 배고픈 시절에 그날만큼은 특별한 음식에 신이 나는 놀이와
    흥겨운 민속놀이에 가가호호 방문하며 사물놀이 풍악인들 틈에서 만면에 웃음 가득 싣고
    덩달아 춤을 추며 따라가던 그때가 더없이 그리운 것은 이제 내가 죽어도 되가질 수 없는
    상념 속의 유희이고 시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Sincer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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