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명상
♤ 어묵(語嘿) ♤
當語而嘿者非也 當嘿而語者非也 必也當語而語
당어이묵자비야 당묵이어자비야 필야당어이어
當嘿而嘿 其惟君子乎
당묵이묵 기유군자호
君子之嘿也 如玄天 如深淵 如泥塑
군자지묵야 여현천 여심연 여니소
其語也 如珠玉 如蕙蘭 如鍾鼓
기어야 여주옥 여혜란 여종고
- 신 흠(申欽 1566-1628), 〈어묵편(語嘿篇)〉
마땅히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당 침묵해야할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마땅히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마땅히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일 것이다.
군자의 침묵은 현묘한 하늘 같고
깊은 연못 같고
진흙으로 빚은
소상(塑像) 같다.
군자가 말하는 것은 구슬 같고
혜초(蕙草)와 난초 같고,
종과 북 같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감히 말해야 할 자리에서는
꿀먹은 벙어리로
앉아 있다가,
물러나 뒷 자리에서는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늘어놓는다.
여기서 들은 남의 험담은
금세 저기 가서 말을 옮기고,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는
남들이 알까 걱정한다.
말해야 할 때 말하기와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가 참 어렵다.
사람들은 말해야 할 때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 떠든다.
세상 살며 생겨나는
많은 문제들이 여기서 생겨난다.
끝 모를 아득한 하늘,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못,
진흙으로 빚어 놓은 소상 같은 침묵을
내 안에 깃들이고 싶다.
구슬처럼 영롱하고,
혜란(蕙蘭)처럼 향기나며,
종고(鍾鼓)처럼 맑게 울리는
그런 소리를 내고 싶다.
말해야 할 때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 떠들었을 때
남는 것은 부끄러움과
후회뿐이더이다.
다시는 같은 부끄러움
만들지 말자 다짐했건만
다시 부끄러움 만드는
자신을 돌아보니 ,
군자되기 결코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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