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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하나의 감동사연

淸潭 2014. 10. 20. 10:49
'Netizen Photo News'.
암 수술한 아내와 바람쐬러 나갔다가 그만…

“애
비는 지금 여기 있는데 지가 먼저 가버렸네. 아들을 먼저 보낸 애비가 무슨 염치로 할 말이 있겠소.”

» 18일 새벽 경기 성남의 한 병원에서 판교 환풍구 덮개 붕괴사고 현장에던 사고자들의 가족들이 울먹이며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2014.10.18 【성남=뉴시스】 ▶

★*… 18일 정아무개(74)씨는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에서 초점 잃은 시선으로 연신 허탈한 웃음만 짓고 있었다. 정씨는 전날 있었던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로 아들 정연태(47)씨와 며느리 권복녀(46)씨를 동시에 잃었다. 지난 밤 정씨는 자고 있다가 딸로부터 갑작스럽게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믿을 수 없었다. 정씨는 허둥지둥 아들이 있다는 병원으로 향했다. 아들은 흰 천에 덮여 눈을 감은 채 누워있었다. “연태야.”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목소리에 대답이 없었다. 정씨는 “응급실에 도착해서 아들의 머리를 만졌다. 막 사고가 나서 아직 식지 않아 따뜻하더라”고 말했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었다. 며느리 권씨가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씨 가족은 휴대전화 위치추적까지 의뢰하며 초조하게 권씨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씨 가족은 ‘분당제생병원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던 시신이 권씨로 드러났다’는 비보를 접했다. 정씨는 “며느리라도 별 일 없기를 바라면서 전화를 수백 통 걸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있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연태씨는 쉬는 날이면 아버지께 늘 찾아와 안부를 묻던 착한 아들이었다. 정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들한테 돈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쳐왔다. 1970년 성남이 허허벌판이던 시절부터 이사 와 지금껏 살았는데 동네에서 우리 아들 예의 바르다고 소문이 자자했다”고 말했다. 연태씨는 정씨 슬하 5남매 가운데 유일한 아들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지라 연태씨는 정씨에게 각별했다. 며느리 권씨에 대해서는 “연세 많은 부모님이 계시고 11남매 대가족에서 자라서인지 싹싹하고 잘했다”고 정씨는 말했다.

연태씨 부부는 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2년 전쯤 성남 모처로 분가해 나갔다. 군 입대를 앞둔 20살 장남과 각각 고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 딸 세 자녀를 두고 있었다. 연태씨 부부는 부부사이가 좋았다. 사고 당일에도 연태씨는 쉬는 날을 맞이해 아내와 나들이를 나갔다가 나란히 참변을 당했다.연태씨의 사촌동생 노아무개씨는 “형수가 유방암으로 고생하시다가 최근에 수술을 하셨다. 수술 잘됐다고 좋아하면서 형님이 그동안 형수가 병원에 오랫동안 있었으니 같이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고 했다가 이렇게 돼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성남/이재욱 기자 3Duk@hani.co.kr">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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