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2.08 15:14 | 수정 : 2014.02.08 21:02
남해 외딴 섬에 ‘염전 노예’로 팔려간 김모(40)씨가 지난 1월 창고를 개조한 숙소로 들어서고 있다. 한겨울인데도 구멍 난 양말에 슬리퍼 차림이다(붉은색 원).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남해 외딴 섬에 ‘염전 노예’로 팔려간 김모(40)씨가 지난 1월 창고를 개조한 숙소로 들어서고 있다. 한겨울인데도 구멍 난 양말에 슬리퍼 차림이다(붉은색 원).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2/08/2014020801167_0.jpg)
앞서 지난 6일 서울 구로경찰서는 장애가 있는 이들을 유인해 ‘염전 노예’로 삼은 혐의(영리약취 및 유인 등)로 직업소개소 직원인 고모(70)씨와, 염전 주인 홍모(48)씨를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온라인 상에서 이 사건은 이른바 ‘전라도 섬노예’ 사건으로 불리며 현재까지 큰 논란을 빚고 있다.
한 지방대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A씨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라도 섬노예’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똑똑한 척 하면 재수없냐? 아니면 남자로서 지적매력이 돋냐(있어보이냐)? 부디 후자이길 빈다.ㅋㅋ”며 말문을 열었다.
한 지방대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A씨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페이스북 캡처
![한 지방대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A씨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페이스북 캡처](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2/08/2014020801167_1.jpg)
또 A씨는 “노예들은 대부분 자유의지가 없다. 그들이 노예가 되었던 이유, 그리고 그들이 노예로 살았던 세월은 그들의 자유의지를 없앴다”면서 “조선시대 노비들이 신분제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처럼, 그들은 그들의 처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섬노예’들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그들은 자신의 의지로 노예로 살기를 택했다. 최소한 먹을 것과 잠잘 곳은 제공되지 않던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노예들이 폭력과 구타로 감금당하고 일을 강요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그들은 중요한 생산도구이고, 구하기 어려운 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경시대에 소는 재산목록 1호였다. 소중한 소를 때리고 병들게 할 농민은 없었다”며 “섬의 노예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염전 주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박하게 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그들 사이의 계약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불합리하다는 것 뿐”이라고 적은 A씨는 “하지만 서로의 동의하에 일어난 계약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섬노예’들에 대해 “이들은 스스로 경제적인 활동을 해 낼 능력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렇기에 염전 주인을 포함한 섬 사람들의 인식은, 오히려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어차피 나가봐야 굶어죽거나, 범죄를 저질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놈’이기에, 그런 인간들을 거둬주고 돌봐주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A씨는 “실제로 이들 중 밖으로 나간 이들은 대부분 그러한 경과를 밟았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오히려 공익적인 일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전라도 섬노예' 사건 관련 MBC 뉴스 영상 캡처
!['전라도 섬노예' 사건 관련 MBC 뉴스 영상 캡처](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402/08/2014020801167_2.jpg)
결국 A씨는 ‘섬노예’ 문제를 해결하는 본질적인 방법으로 ‘사회 전체적인 인권의식의 신장’과 ‘경제적인 발전’을 꼽고는 “이것만이 끊임없는 고리를 끊을 열쇠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맺었다.
이 글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현직 의사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왜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렇게 당당한지, 이 글을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섬노예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교정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발상 아니냐” 등의 반응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마냥 분노만 하지 말고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하자는 말 같다” 등의 반응도 보였다.
한편 해당 글을 쓴 A씨는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해당 글의 내용은 ‘섬’의 자생적 질서와 그로 인한 현상 등을 소개한 것일 뿐, 그것이 ‘옳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라며 “평소 내 생각을 잘 아는 지인들과 페이스북에서 나누려는 목적으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쓴 글이, 온라인 상에 퍼지면서 문제가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과거 ‘섬노예’ 문제와 관련해 SBS에 제보도 한 바 있으며, 그로 인해 해당 내용이 방송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방송 이후에도 ‘섬노예’ 현상이 지속되는 걸 보고, ‘일회성 보도나 관심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이유와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글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