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씨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것이 수석의 비결” 법원행정처가 주관하는 법원행시 합격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만큼 치열한 시험이다. 특히 법원사무직의 경우 선발인원은 한 자릿수인 8명에 불과하지만, 지원자는 수천명이 몰린다. 최근 법원사무직의 경쟁률을 보면 △2012년 558.6대 1 △2011년 566.1대 1 △2010년 659.4대 1 △2009년 786대 1△2008년 635.5대 1 등 600∼700대 1에 달하는 기록적인 경쟁률이다. 올해도 경쟁률이 크게 낮아졌다지만 그래도 지원자 대비 265대 1에 이른다. 이같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7명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법시험에 이어 법원행시도 여성이 수석을 차지했다. 영예의 주인공은 김민희(28·사진)씨. 2차시험 평균 65.7점으로 수석을 꿰찬 그녀는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뻔한 수석합격생의 소감이겠지만, 정말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아 사실 당황스럽기까지 했다”며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짧지 않은 수험생활 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며 수석 합격의 소감을 전했다. 특히 “사법시험 2차에서만 4번의 고배를 마신 저 스스로에게 ‘너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질 기회를 얻어 감사하는 마음뿐이다”고 덧붙였다. 여느 법대생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2007년부터 사법시험 도전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수험생활은 2차시험에서 번번이 실패하면서 심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를 보냈다. 법원행시에 도전하게 된 것도 사법시험과 시험과목이 겹쳐 처음에는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도중 중간 실력 체크 개념에 불과했다. 법원사무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1차 시험에 합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차츰 법원사무관만의 독특한 직무영역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특히 사법행정에 있어 제도를 입안하는 등 법을 해석, 집행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법원사무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사법시험 2차시험을 4번이나 응시할 만큼 실력이 쌓인 탓에 법원행시는 재시로 합격할 수 있었다. 그것도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 후 공부할 시간이 한 달도 채 안남은 상황에서 응시하면서도 수석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처럼 단기간의 공부로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법원행시에 맞춘 공부가 지름길이었다. 그녀는 “수석은 물론 합격조차 기대 하지 않았을 만큼 평범하게 공부했고 답안도 평이하게 작성해 비결이라 불릴만한 것이 특별히 없다”면서도 “다만, 특이한 판례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수험생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판례와 주제를 중심으로 답안지에 현출할 수 있을 만큼 문장을 가다듬어 단문에 대비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 즉 ‘기본적인 것’에 충실했던 것이 수석의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던 셈이다. 법원행시의 특이점을 묻자 단연 단문이 출제된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행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의 경우 최소 50점은 단문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법시험 보다 기본적인 판례를 묻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법원행시 1차는 ‘식은 죽먹기’였다. 2012년에 사법시험 1차 합격한 해에 법원행시 1차를 공부했기 때문에 사법시험 2차시험 후 단 한 달간의 공부만으로도 치열한 경쟁을 뚫을 수 있었다. 그녀의 1차 공부의 비결은 역시 법원행시 수험생들의 필독서인 <법행바이블> 하나만 팠다. <법행바이블>을 교재로 하여 1시간 가량 스터디원들과 함께 문제를 풀고 의문이 나는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3회독 까지는 정독하였으나 4~7회독 까지는 틀린 문제만 다시 풀었고, 8~10회독 당시에는 마지막까지 외워지지 않는 문제를 노트에 옮겨 적어 시험 당일 그 노트만 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 1주일을 남겨두고는 법무사 기출문제를 구해 스터디원들과 시간을 재며 풀었다. 1차 공부에서 중요한 점을 묻자 ‘세밀하고 정확한 암기’를 꼽았다. 특히 “헌법의 경우 지문을 끊어 읽거나 차근차근 읽지 않으면 중간에 놓인 함정의 ‘sentence’를 놓치기 쉽다”며 “귀찮더라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암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차 한달 마무리 전략은 <법행바이블>을 10회독 하는 것이었다. 한 달동안 10회독이 굉장히 무리한 계획 같아 보이지만 3회독 까지는 오래 걸려도, 4~7회독은 틀린 문제만 보았기 때문에 막판에는 하루에 2회독도 가능했다. 반복하여 틀리는 문제는 시험장에서 볼 수 있을만한 양의 오답노트를 만들었고, 오답노트에는 법무사 기출문제도 함께 적어 넣었다. 2차 공부는 사법시험 2차 준비로 사실상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사법시험 2차시험이 끝나자 카페를 개설하여 진도별로 단문 5개씩 선정하고 목차를 올리는 스터디를 하면서 기출된 주제 중 출제 가능성이 높은 주제를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 지난 9월말 사법시험 2차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지만 그녀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2차시험에서만 무려 4번째였다. 하지만 아픔조차 느낄 여유없이 학교 고시반에서 신림동 고시촌으로 돌아와 스터디를 꾸렸다. 법원시험기출문제 사례문제와 법무사 마무리 교재에 있는 사례문제를 일정량씩 매일 풀었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서브노트를 기본서처럼 활용했다. 2차에서 중점적으로 공부할 사항에 대해 그녀는 “사법시험과 공부방법 면에서 다른 점은 없지만, 소송법의 경우 전체 소송절차의 흐름을 익히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개정법의 경우 반드시 시험에 나온다고 보아야 할 만큼 입법 배경, 취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고 역시 전체 소송절차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답안작성은 목차 제목에서 인상을 남기면 좋다고 생각해 몇 차례 시도해보았으나 실제 시험에서는 목차의 차별화는 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입법론 내지 제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써줄 수 있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놓치지 않고 써내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법원행시 면접에서 2명이나 떨어지면서 올해도 탈락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면접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그녀는 카페를 활용하여 면접스터디를 했다. 하루에 2명이 돌아가면서 면접 주제로 나올만한 주제를 선정하여 올리면 나머지 사람들이 댓글로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으로 준비했다. 올해 면접시험에 대해 느낀 점을 묻자 “집단면접의 경우 사법행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제가 아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며 “‘법원’ 공무원이기 이전에 ‘공무원’으로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였기에 면접을 다 치르고 나서야 주제가 수긍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토론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토론에 임하는 자세를 더 많이 보시는 것 같았다”며 “개별면접의 경우 특별히 날이 선 질문을 받지 않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 졌다”고 했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함께 고생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불안감도 많이 해소가 되었고,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다소 힘든 부분들은 가볍게 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토요일 오후시간은 늘 휴식시간으로 확보해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가정과 청소년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그녀는 “최근 후견제도가 대대적으로 보완됨에 따라 사법행정적으로 다양한 부분에서 지원이 요청될 것”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법원사무관으로서 국민에게 가장 친절한 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수험생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말에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합니다. 저 또한 가장 어두운 터널을 긴 시간 지나야 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불안감은 수험생이라면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할 짐이지만...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멈추지 말아주세요.” 마지막으로 감사하고 싶은 사람에게 한마디는 “평생을 살며 갚아도 모자랄 만큼 많이 받으며 공부했습니다. 저의 합격의 8할은 당신의 몫입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 <저작권자 © 법률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출처]법률저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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