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평생 질병을 지니고 살아가는 질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은 여느 소외 계층보다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나 자신이 20여년을 지내온 소아당뇨 환자이고 협회를 운영하며, 평생 완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당뇨 환자들에게 겨울은 그 누구보다 힘든 시기라는 것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다. 날이 추워서 운동을 하기도 힘들고, 식사 조절도 쉽지 않은데다가 감각이 무뎌져 따뜻한 곳을 찾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람의 기본권은 단순한 의식주의 권리 외에 건강권, 정보권, 심리적 안정권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언론을 통해 당뇨 가족의 사연을 보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가족이 있다는 것을 보고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이 가족은 당뇨 환자인 홀어머니가 3남매를 키우고 있다. 이들은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는데 고등학교 2학년인 첫째 아이도 당뇨를 앓고 있었고, 나머지 두 동생 역시 성장이나 발육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가족들에게 지원되는 국가 보조금은 60만원이 고작이다. 더욱이 1종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닌 2종 계층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사연을 듣고 당뇨 관리에 필요한 소모품을 가져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가족 중 2명이나 당뇨를 앓고 있는데도 그 흔한 혈당 측정기 한 대가 없었다. 요즘 혈당 측정기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것조차 구비하지 못한 당뇨 환자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범차 첫째 아이의 혈당을 검사한 결과 혈당이 400mg/dL로 나왔다. 정상 상태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 합병증이 진행될 수도 있는 수치라 병원에 관리를 의뢰하고 입원을 시키고 싶다고 하자, 병원에서 아직 합병증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입원을 시켜주지 않는다고 한다.
도대체 이것이 말이 되는 상황인가? 이 사람들의 기본권인 건강권과 정보권, 심리적 안정권은 어떻게 찾아주어야 하는가? 언론에서도 이들을 그저 만성질환자의 하나로 치부하고 잘 조명해주지 않고, 국가에서마저 최소한의 복지도 소홀히 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도움의 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기댈 곳 한군데 없이 누구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질병 환자들에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될 때이다.
김광훈 한국소아당뇨인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