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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명단 공개됐다”.....당국에서 철저조사 대책강구 요망

淸潭 2013. 4. 5. 13:03


☞ “종북 명단 공개됐다” … 인터넷서 무차별 신상털기


★... 어나니머스, 북 사이트 해킹 파장 교사·대학생·노조원·시민단체 대기업·언론사 e메일도 포함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우려”

어나니머스 한국 회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사용자가 4일 오후 공개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계정 정보. 계정 ID는 물론 이름과 e메일 주소까지 나타난다. [트위터 메시지 연결 사이트 캡처]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정보 9001개가 포함된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국가보안법상 이적 사이트로 분류된다. 일부 네티즌은 이를 근거로 “종북 명단이 공개됐다”며 무차별적인 ‘신상털기’에 나섰다.

 어나니머스로부터 유출된 가입자 정보는 현재 ‘paste***.com’이라는 사이트에 ‘uriminzokkiri 9001’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 일련번호와 함께 회원 아이디와 성별, e메일 주소, 국적, 로그인 암호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가입자 명단에는 국내 거주자로 추정되는 e메일 아이디 등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분석해본 결과 국내 e메일 계정인 ▶한메일(hanmail.net·1446개) ▶네이버(naver.com·221개) ▶네이트(nate.com·37개)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2개)·LGCNS(18개) 등 대기업 직원들이 쓰는 e메일 계정도 발견됐다. 또 ▶중앙일보(joongang.co.kr·1개) ▶조선일보(chosun.com·3개) ▶동아일보(donga.com·1개) ▶MBC(imbc.com·1개) 등 언론사 e메일 계정으로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사람도 있었다. 직업은 교사·대학생·노조원·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대형 커뮤니티 웹마스터 e메일로 가입한 회원도 있어 일부 명단은 허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은 “간첩 명단”이라고 가입자 정보를 퍼트리며 신상털기에 나섰다. 일베 회원들은 “명단이 확인되는 대로 국정원에 신고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확인한 우리민족끼리 회원의 개인 신상정보를 게시판에 올렸다.

 이들은 유출된 리스트에 적힌 e메일을 구글 등 검색사이트에 입력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일베 회원은 가입자 일련번호를 ‘죄수번호’ ‘간첩번호’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날 일베 사이트에는 ‘C중학교 전교조 교사 국정원에 신고했다’ ‘H고등학교 ○○○ 선생님 우민끼(우리민족끼리) 하세요?’ 등 이름과 소속 등이 그대로 공개된 속칭 ‘간첩 신고’ 글이 100여 개 이상 올라왔다. 한 일베 회원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참에 간첩들 전부 잡아들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베를 중심으로 한 무차별적인 신상털기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가들은 “어나니머스로부터 유출된 우리민족끼리 회원 정보의 진위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간첩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원섭(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회원정보가 정확한 것인지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며 “일종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상털기가 심각한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름과 개인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주소, 졸업한 학교, 직장명 등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설사 이들이 북한을 찬양할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신상정보를 검색해 인터넷에 공개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북한을 비판한다면서 신상털기를 통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면 그것이 더욱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강현·이승호 기자

◆어나니머스=전 세계 해커들이 익명을 전제로 활동하는 가장 대표적인 해킹 단체. 2011년에는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해킹해 얻은 사용자 명단을 FBI에 넘기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중국 정부의 자국 인터넷 검열에 항의하며 중국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하기도 했다. 미국 FBI·CIA 같은 정부 기관, 페이팔·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금융기관, 소니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 등도 해킹해 단체의 주요 멤버들이 FBI와 인터폴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 이들은 “우리민족끼리 외에도 북한 정부 포털사이트인 ‘내나라’, 고려항공 등을 해킹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북한 인공위성인 광명성을 비롯한 인트라넷 등에도 침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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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