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2.26 03:02 | 수정 : 2012.12.26 09:46
[집이 변한다] [28·끝]
검은 벽돌 1만5000개 쌓아 산 능선처럼 곡선으로 처리
벽돌 각도 비틀어 낮엔 은빛 서쪽 지붕을 동쪽보다 높여 주변 풍광 가리지 않게 배려
- 건축가 이정훈씨
최근 지어진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 '곡선이 있는 집'은 이 두 가지 딜레마를 독특한 외관으로 절충시킨 집이다. 두드러지는 듯하지만 그 모양새는 인근 산의 능선을 빼닮았다. 이른바 "산속에 있되, 묻혀 있지 않은 집"이다. 2010년 문화부 선정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인 이정훈(37·조호건축 대표)씨가 설계했다.
24일 이 집에서 만난 건축가는 "주변 환경을 철저히 해석해 땅에 어울리는 집을 만들고자 했다"고 했다. "광교산으로 둘러싸인 집터를 보는 순간 '주변을 그대로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층집의 연면적은 182㎡(55평), 공사비는 평당 600만원 들었다.
이 집을 규정하는 두 가지 특징은 1만5000개의 전벽돌(검은 벽돌), 그리고 오목렌즈 같은 디자인이다. 건축가는 전벽돌을 촘촘하게 쌓되 양쪽 가장자리로 갈수록 서로 조금씩 비틀리도록 했고, 지붕 끄트머리를 빼올려 날렵하게 만들었다. 가운데가 움푹 파인, 비대칭 오목렌즈 같은 이 디자인은 광교산의 능선을 그대로 담은 것. "벽돌을 정갈하게 쌓되 벽돌이 가장자리로 갈수록 점점 더 비틀리도록 했어요. 발수제(撥水劑)를 바른 벽돌의 앞면과 바르지 않은 벽돌의 거친 측면이 서로 대조돼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인상을 줄 수 있죠." 덕분에 낮 동안 이 집은 잉어의 비늘처럼 은빛으로 빛난다.
- 건축가 이정훈씨가 설계한 경기도 용인시 신봉동‘곡선이 있는 집’. 주변 광교산 능선과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지붕선이 특징이다. 1만5000여개의 전벽돌(검은 벽돌)로 마감했다. /사진가 남궁선
- (위 사진)조금씩 엇갈리게 쌓은 전벽돌. 마치 잉어의 비늘 같다, (아래 사진)5m 높이 천장고를 가진 거실. 남향 유리통창이 최대한의 채광·난방 효과를 준다. /사진가 남궁선
건축주 최정임(59)씨는 "하늘의 구름을 담아내는 듯한 지붕, 방문객을 손 벌려 환영하는 듯한 이 집의 포근한 모습이 마음에 쏙 든다"고 했다. 이 집의 이름인 '곡선이 있는 집'은 동네 우체부 아저씨가 붙인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