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18 03:01
[강대희 서울대 의대 신임학장]
부친도 서울 의대 내과의, 국제적인 암 예방 전문가
"의학지식·기술 중요하지만 환자 대하는 인성 갖춰야"
17일 취임식을 가진 신임 서울대 의대 강대희(49) 학장은 이런 소신에 따라 "앞으로 학생 선발 과정에 인성 평가를 반영하고, 입학 후에도 봉사 활동을 필수 학점으로 이수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인성을 가진 의사를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서울대 대학본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학장은 "단순히 '스펙'을 잘 쌓은 학생을 의대생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얼마나 깊이 있게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고민하고 헌신했는지,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를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강대희 서울 의대 신임 학장이 학내에 전시된 고(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을 기념하는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다가올 통일 시대를 대비하여 학내에 통일의료센터를 신설하여 북한 보건 의료 상황과 정책 대안을 연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의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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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1970년 권이혁 전(前) 보사부장관이 47세 나이로 서울 의대 학장을 맡은 이후 최연소 학장이다. 전임 임정기(현 서울대 연구부총장) 교수보다 12세나 적다. 의학 교육 개혁에 대한 서울대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교수 투표를 통해 학장을 뽑던 것을 총장 임명 방식으로 바꿨다.
강 학장의 부친 강형용(91)씨도 서울 의대 2회 졸업생으로 내과 전문의다. 그의 큰아버지는 크리스찬아카데미를 이끈 고(故) 강원용 목사다. 부친이 운영하던 서울 장충동의 '강내과'는 1970~1980년대 민주화 인사들의 사랑방이기도 했다. 강 학장은 예방의학 교수로, 국제적으로 이름난 암 예방과 역학(疫學) 분야 전문가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박사 출신으로, 졸업 당시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국제 학술지에 논문 180여편을 발표했다. 중국·일본·한국 등 아시아 12개 국가 약 100만명을 대상으로 질병 추적 조사를 벌이는 아시아 코호트(집단 연구) 컨소시엄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의과대학생 시절 은사인 고(故) 윤덕로 예방의학 교수가 "사회를 고치는 의사가 돼라"고 한 말에 감흥을 받아 예방의학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강 학장이 양성하고 싶어하는 '본보기'는 서울 의대 선배인 고(故) 이종욱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근대 의학이 도입된 지 127년 만에 한국 의료는 이제 선진국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전국의 수재가 의대로 몰리는 상황에서 이들을 생명과학과 보건 의료 발전을 이끄는 국제적인 리더로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의학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강 학장은 인성과 헌신을 바탕으로, 기초과학·법학·경영학·리더십 등을 의학 교육에 접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