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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짜리 양복
막내가 며칠 전부터 자꾸만 달력을 넘겨 보곤 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생신날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날짜를 세고 또 세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막내, 아빠한테 뭐 사드릴 건데?” 어머니가 빙그래 웃으며 물으십니다. 열 개, 이십 개 하며 날짜를 세는 모습이 귀여워 우리가 일부러 물어볼 때마다 막둥이는 대답 대신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일곱 살배기 막내가 과연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궁금했습니다. 달력에 가위표가 늘어날수록 막내가 기다리는 날은 가까워졌습니다. 이윽고 온 가족이 아버지 곁에 모인 생신날 저녁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생일 케이크에 켜있는 불을 불어 끄셨습니다. “아빠, 생신 축하해요.” “저두요, 선물이예요.” 큰딸과 둘째 딸이 내민 선물을 받은 아버지는 그 안에 담긴 카드를 꺼내 하나하나 큰 소리로 읽으셨습니다. 내 편지를 시작으로, 둘째, 셋째의 편지.... 그리고 막둥이 차례가 됐습니다.
막둥이가 내민 흰 봉투 안에서는 흰 동전, 노란 동전들과 함께 편지 한 장이 나왔습니다. “양복이 4천원인데 3천8백원밖에 준비를 못해서요. 아버지 미안해.” 아버지는 막내처럼 어린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편지를 읽으셨습니다.
사투리, 말도 안되는 어법, 어색한 존대말을 섞어가며 쓴 편지. 터지는 웃음을 참던 우리는 막내의 마음을 알고나서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몇 달 전 일이었습니다.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식구들이 아빠를 배웅하고 돌아설 때, 엄마가 쓸쓸한 얼굴로 혼자말을 내뱉으셨습니다. “양복 한 벌 사 드려야 할 텐데.....”
그날 막내는 집 앞 세탁소 유리문에 붙어 있던 “양복 4천원” 이라는 종이를 보고 아빠를 떠올렸습니다.
한 벌에 4천 원이라. 동네 아주머니가 세탁비 4천 원을 내고 양복을 찾아가자, 그걸 보고 막내는 양복 한 벌 값으로 잘못 알았던 것입니다. 그후부터 과자 하나 덜 먹고 사탕 하나 아껴 저금통에 십 원, 오십 원, 백원짜리 코묻은 동전을 모았을 막내.
“이야, 우리 막내 덕에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자가 된 기분이구나.” 아버지는 손 위의 동전을 내려다보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막내는 아직도 양복값 4천 원을 다 못 채운게 속상해 눈물을 글썽였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선물을 받은 아버지는 우리집 귀염둥이 그 기특한 막내를 있는 힘껏 안아 주셨습니다.
Lotus Of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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