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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원 짜리 양복

淸潭 2011. 9. 5. 11:01





4천원 짜리 양복

막내가 며칠 전부터 자꾸만 달력을 넘겨 보곤 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생신날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날짜를 세고
또 세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막내, 아빠한테 뭐 사드릴 건데?”
어머니가 빙그래 웃으며 물으십니다.
열 개, 이십 개 하며 날짜를 세는 모습이 귀여워
우리가 일부러 물어볼 때마다 막둥이는 대답 대신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일곱 살배기 막내가 과연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궁금했습니다.
달력에 가위표가 늘어날수록 막내가 기다리는 날은 가까워졌습니다.
이윽고 온 가족이 아버지 곁에 모인 생신날
저녁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생일 케이크에 켜있는 불을 불어 끄셨습니다.
“아빠, 생신 축하해요.” “저두요, 선물이예요.”
큰딸과 둘째 딸이 내민 선물을 받은 아버지는
그 안에 담긴 카드를 꺼내 하나하나 큰 소리로 읽으셨습니다.
내 편지를 시작으로, 둘째, 셋째의 편지....
그리고 막둥이 차례가 됐습니다.

막둥이가 내민 흰 봉투 안에서는 흰 동전, 노란 동전들과 함께
편지 한 장이 나왔습니다.
“양복이 4천원인데 3천8백원밖에 준비를 못해서요. 아버지 미안해.”
아버지는 막내처럼 어린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편지를 읽으셨습니다.

사투리, 말도 안되는 어법, 어색한 존대말을 섞어가며 쓴 편지.
터지는 웃음을 참던 우리는 막내의 마음을 알고나서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몇 달 전 일이었습니다.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식구들이 아빠를 배웅하고 돌아설 때,
엄마가 쓸쓸한 얼굴로 혼자말을 내뱉으셨습니다.
“양복 한 벌 사 드려야 할 텐데.....”

그날 막내는 집 앞 세탁소 유리문에 붙어 있던
“양복 4천원” 이라는 종이를 보고
아빠를 떠올렸습니다.

한 벌에 4천 원이라.
동네 아주머니가 세탁비 4천 원을 내고 양복을 찾아가자,
그걸 보고 막내는 양복 한 벌 값으로 잘못 알았던 것입니다.
그후부터 과자 하나 덜 먹고 사탕 하나 아껴
저금통에 십 원, 오십 원, 백원짜리
코묻은 동전을 모았을 막내.

“이야, 우리 막내 덕에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자가 된 기분이구나.”
아버지는 손 위의 동전을 내려다보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막내는 아직도 양복값 4천 원을 다 못 채운게 속상해
눈물을 글썽였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선물을 받은 아버지는
우리집 귀염둥이 그 기특한 막내를 있는 힘껏 안아 주셨습니다.

Lotus Of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