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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여러 병원 전전하면 합병증 위험 50% 커져

淸潭 2011. 6. 19. 15:31

 

당뇨병, 여러 병원 전전하면 합병증 위험 50% 커져

치료 일관성 잃고 공백 생겨, 합병증 생긴 뒤엔 큰 병원서 함께 치료받을 필요 있어

당뇨병의 합병증 관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오는 10월부터 '가벼운 질환'으로 대형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을 경우 약값의 본인부담률을 30%에서 최고 50%까지 올리기로 하면서, 당뇨병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질병 초기부터 철저하게 치료·관리해야 합병증을 막을 수 있는데 큰 병원에 간다고 약값을 더 내라는 것은 합병증에 걸리라고 하는 꼴"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학병원급 병원에 다니지 않아도 합병증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당뇨병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막는 관리법을 알아봤다.

병원 4곳 다니면 합병증 위험 48% 높아

당뇨병 초기부터 주치의를 정해 놓고 꾸준히 다녀야 한다. 당뇨병 초기에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당뇨약을 처음 처방받은 성인 5만7465명을 대상으로 환자가 몇 곳의 병·의원에서 진료받았는지와(의료 쇼핑), 처방받은 당뇨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지(복약 태도)를 파악했다. 심평원은 이어 의료 쇼핑·복약 태도와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률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2~3곳의 병원을 바꿔 다니는 사람의 합병증 발생 위험률은 한 곳의 병원을 꾸준히 다니는 환자보다 22% 높았다. 4곳의 병원을 이용한 사람은 48% 높았다.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이병 교수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 서로 다른 약 처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치료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약을 바꾸는 동안 치료 공백기가 생긴다"며 "이 과정에서 혈당이 치솟아 신경이나 혈관이 손상되면 나중에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거나 당뇨약을 드문드문 복용하면 합병증 발병위험이 커진다. 자가 인슐린 주사를 놓는 장면.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약 거르면 몸이 '기억'했다가 합병증 유발

주치의를 정한 뒤엔,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심평원 분석 결과, 처음 당뇨약을 처방받고 나서 1년간 292일(80%) 이상 꾸준히 복용한 사람은 전체 환자의 60%에 불과했다. 이들의 합병증 발생 위험률은 1년 중 80% 미만 복용한 환자 평균보다 20% 낮았다. 약 복용을 거르는 날이 많을수록 합병증 위험률이 높아져, 1년 중 약을 먹은 날이 72일 이하인 사람은 꾸준히 복용한 그룹보다 위험률이 131% 높았다. 이는 합병증 위험이 2.3배 많다는 의미이다.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고경수 교수는 "당뇨병 합병증이 잘 생기는 신장·망막 등의 조직은 각 세포 단위에서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를 기억하는 기능이 있다"며 "당뇨병 초기에 약을 꾸준히 먹어서 혈당관리가 잘되면 '기억 효과' 덕분에 합병증 발병이 줄지만, 혈당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이런 조직이 기억했다가 나중에 합병증을 잘 일으킨다"고 말했다.

평소 관리는 동네의원·합병증 확인은 종합병원

동네 의원과 대학병원에 주치의를 한 명씩 두자. 고경수 교수는 "처음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큰 병원에서 합병증 방지를 위한 생활습관 교육을 받고, 이후 매년 한 번씩 방문해 합병증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큰 병원 검사에서 합병증이 없고 당뇨약으로 혈당 관리만 하면 되는 상태로 나타나면, 다음 방문까지 1년간은 가까운 내과 의원에 꾸준히 다니면서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합병증이 생긴 환자는 큰 병원에서 합병증을 치료·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뇨약도 큰 병원에서 함께 처방받을 필요가 있다. 동네 내과의사는 당뇨를 공부한 내분비내과 전문의가 아닌 소화기내과나 호흡기내과 전문의 등 세부 전공이 다른 경우가 많아, 합병증까지 두루 고려해 약 처방을 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박이병 교수는 "당뇨병은 관리 효과가 좋은 질병이므로, 진단 직후부터 올바른 방법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kk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