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감동글

하반신 마비 대학생, 뚜벅뚜벅 걸어 졸업장 받다

淸潭 2011. 5. 17. 14:46

하반신 마비 대학생, 뚜벅뚜벅 걸어 졸업장 받다

UC버클리 '휘트니의 기적'
4년 전 교통사고로 장애, 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외골격 로봇' 다리에 부착… 작년부터 연습해 걷게 돼

"두 발로 걸어가서 졸업장을 받는 이 순간이 제 대학 생활의 클라이맥스입니다."

미국 UC버클리 대학 졸업식이 열린 지난 14일(현지시각)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착용한 오스틴 휘트니(22)씨가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 올랐다. 그는 등에 작은 상자 모양의 장치를 메고 있었다. 그의 두 다리 바깥쪽에는 하반신 골격 형태의 외골격 로봇(exoskeleton·外骨格)이 부착돼 있었다. 마치 로봇의 하반신을 옮겨 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휘트니가 바퀴 달린 보행기의 버튼을 누르자 이 로봇이 움직이면서 그를 일으켰다. 두 손으로 보행기를 잡은 그는 한 걸음씩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순간 졸업식장에 있던 1만5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뜨거운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다. 로버트 버지노 총장은 자신의 앞까지 힘겹게 걸어온 휘트니를 꼭 안았다. 기적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양쪽 다리에 하반신 골격 형태의 로봇을 착용한 오스틴 휘트니씨가 지난 14일 미국 UC버클리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걷고 있다. /UC 버클리 뉴스 센터

미국 ABC방송은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된 휘트니가 외골격 로봇 덕분에 걸어가서 졸업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휘트니는 2007년 7월 나무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당해 엉덩이 아래쪽 척수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것이 화근이었다. 대학 입학을 앞둔 그는 사고 후 41일 동안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휘트니는 좌절하지 않았다. 퇴원한 지 10일 후부터 그는 UC샌타바버라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성실한 노력 덕분에 휘트니는 대학 1학년을 마친 뒤 UC버클리로 편입할 수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다가, UC버클리 기계공학과 호마윤 카제루니 교수를 만나면서 다시 걷는 꿈을 꾸게 됐다. 2000년부터 외골격 로봇을 연구해온 카제루니 교수팀이 휘트니를 위해 맞춤형 외골격 로봇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외골격 로봇의 이름을 그의 이름을 딴 '오스틴'이라 부르기로 했다.

연구팀과 휘트니는 지난해 가을부터 걷는 연습을 시도했다. 결국 휘트니는 그의 22번째 생일에 사고 후 처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휘트니가 등에 멘 작은 상자 모양의 장치에는 컴퓨터와 배터리가 들어 있다.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는 한 번에 4~8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컴퓨터에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은 걷고 앉고 서고 멈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달리기나 산에 오르기 등 격한 움직임은 할 수 없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또 휘트니의 키와 체형에 맞도록 로봇을 설계해 휘트니만을 위한 걸음걸이를 만들었다.

그는 앞으로 로스쿨에 진학할 계획이다. 휘트니는 "내가 다시 걷는 모습을 보고 다른 마비 환자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