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인슐린에서 인크레틴으로’ 바뀌고 있다. 인크레틴은 음식을 섭취하면 장에서 분비돼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 엄밀히 말해 혈당의 높고 낮음에 따라 췌장에서 인슐린(혈당이 높을 때 이를 낮추는 호르몬)이나 글루카곤(혈당이 낮을 때 이를 높이는 호르몬)이 적당히 분비되도록 조율하는 호르몬이다. 6월 초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69차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선 인크레틴 계열 당뇨병약에 대한 연구 성과가 집중 소개됐다.
일러스트=강일구 | |
“인슐린보다 근본적인 치료”
한국인이 주로 걸리는 당뇨병은 2형. 지금까지 이들에겐 식사·운동요법과 함께 혈당을 낮추는 경구용 약을 주로 처방했다. 먹는 약으로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인슐린(주사약)이 다음 수순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먹는 혈당강하제나 인슐린은 간혹 저혈당 쇼크·심장 발작·고인슐린혈증·비만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개발된 것이 인크레틴을 기반으로 한 당뇨병약이다.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인크레틴 호르몬을 활용한 당뇨병 치료는 신체 고유의 혈당조절 기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당뇨병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도마뱀 타액서 추출한 약, FDA 승인받아
ADA에선 바이에타(성분명, 엑세나타이드)가 주목을 받았다.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시판 허용한 이 약은 최초의 인크레틴 활용 당뇨병 치료제다.
바이에타는 경구용 당뇨병약인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를 사용해도 혈당을 낮추지 못한 환자에게 유용하다. 미국 남서부 사막에서 서식하는 도마뱀(힐라 몬스터)의 타액(단백질) 성분이다. 이 도마뱀은 1년에 단 3~4끼만 먹는데 한 끼에 자신 체중의 3분의 1에 달하는 먹이를 먹어 치운다. 먹지 않는 기간에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인슐린을 만드는 장기인 췌장의 기능을 쇠퇴시키고, 먹을 때는 다시 췌장 기능을 되살리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도마뱀이 무언가를 먹으면 타액이 나오는데, 이 타액 속에 췌장 기능을 되살리는 단백질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크레틴 투여 환자군 체중 평균 2.3㎏ 줄어
학회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존 뷰스 교수는 “5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26주간 인슐린과 인크레틴약(바이에타)을 비교 실험한 결과 바이에타를 주사 맞은 환자는 체중이 평균 2.3㎏ 감소한 데 반해 인슐린 투여 환자는 반대로 평균 1.8㎏ 증가했다”고 말했다.
텍사스 건강·헬스센터 랠프 디프론조 교수는 “16주간 11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연구 결과 부작용인 저혈당 발병률은 두 약이 전반적으로 비슷했지만 심각한 저혈당 발생률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였다”고 전했다.
인슐린 주사를 맞은 환자 3명이 심각한 저혈당을 경험한 데 반해 바이에타를 투여받은 환자에게선 심각한 저혈당 경험자가 없었다는 것.
인슐린 투여 환자군은 되레 1.8㎏ 늘어
인크레틴을 기반으로 한 당뇨병약은 GLP-1 유사약과 DPP-4 억제약 등 두 종류로 나뉜다.
고려대 안산병원 내분비내과 서지아 교수는 “바이에타 등 GLP-1 유사 약은 인슐린처럼 피하에 주사하는 약으로 혈당강하 효과뿐 아니라 위장의 운동을 저하시켜 포만감을 증가시킴으로써 비만한 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조언했다.
‘자누비아’ 등 DPP-4 억제약은 하루 1∼2회 복용하는 약이다. 복용이 편리하고 체중 증가나 저혈당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크레틴이 체내의 DPP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를 막는 약이 DPP-4 억제약이다. 다시 말해 인크레틴이 DPP-4라는 효소에 의해 방해받지 않게 해 체내 혈당 조절을 원활하게 한다.
허가받은 지 4년 … “안전성 더 지켜봐야”
인크레틴 치료가 만능은 아니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인크레틴으론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는 해소하지 못한다. 또 인크레틴 기반 당뇨병 약은 허가를 받은 지 길어야 4년이다. 장기적인 약효와 안전성에 대해선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바이에타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시판 중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 부담액(한 달 약값 18만원)이 높다.
뉴올리언스=전승우 기자
2009.07.06 00:07 입력
'당뇨조절 > 당뇨조절및 치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형당뇨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 (0) | 2010.09.27 |
---|---|
무서운 당뇨발…무더위가 천적" (0) | 2010.09.27 |
표준혈당검사, A1c테스트로 바꿔야 (0) | 2010.09.07 |
당뇨병환자, 중성지방 신경써야 (0) | 2010.09.07 |
개인별 맞춤 치료시대 다가온다 (0) | 2010.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