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조계종

멸빈자가 축사하는 중이 주지하는 절은 문 닫아야 마땅

淸潭 2010. 7. 4. 21:47

원로·원장 모셔두고 멸빈자가 축사?
동화사 주지 취임식 예정없던 의현 축사, 원장스님등 "불쾌"
 
2010년 06월 28일 (월) 11:03:35 이혜조 기자 reporter@bulkyo21.com

조계종 공식행사에서 멸빈자가 축사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총무원측은 종단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발칵했다.

행사장에는 원로의원 총무원장 중앙종회의장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총무원 집행부 등 종단 원로·중진 스님들이 대거 참석한 상태여서 주최측의 행사진행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11시 필공산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 취임식이 통일대불전에서 조실 진제 스님의 법문,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격려사, 성문 스님의 취임사 등 순으로 진행했다.

이어 중앙종회의장 보선 스님과 지역 기관장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축사들이 끝나고 합창단이 음성공양을 하려는 순간 동화사측은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의현 스님을 소개했다. 당시 사회자는 "한 분을 더 소개하겠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의현 스님이다"라고 했다.

의현 스님은 이후 10분가량 법문을 하다시피 축사를 했다고 취임식에 참석했던 스님들은 증언했다.

이 때문인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취임법회 도중 자리를 떴다. 동화사에서 제공한 점심공양도 마다한 채 상경했다.

총무원 관계자는 "절집안의 질서는 물론 94년 개혁정신, 종헌종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불쾌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취임 법회에 참석했던 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은 "나도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는데 원장 스님이 자리를 떠버려 행사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앉아는 있었다"며 "원로의원 총무원장 본사주지 등이 참석하는 행사에 멸빈자에게 축사를 시키는 결례는 처음봤다"고 성토했다.

스님들은 물론 현장에 있던 취재진 공무원 등도 멸빈자의 축사에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한 취재진은 "공식적인 축사도 아니었는데 상당법문 형식으로 10분간이나 마이크를 잡는 모습에 당황했다"며 "총무원장 조실 주지 스님에 대한 칭찬, 팔공산이 불교의 중심지이며, 소통과 화합이 중요하다는 등 아부 일색의 연설이었다"고 했다.

성문 스님은 주지 선거과정에서 여러차례 의현 스님의 사면 복권을 종단에 건의하겠다고 밝혔었다. 의현 스님도 성문 스님 지지 발언을 몇차례했다고 동화사 스님들은 밝혔다.

1994년 4월 승려대회 당시 의현(徐義玄) 총무원장에 대한 치탈도첩을 결의, 평상시 조사를 먼저 하고 호계위원회에 회부해 결정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먼저 결의를 하고 원로회의가 추인하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동화사 제26대 주지로 취임한 성문 스님은 경남 밀양 출생으로 대구 파계사에서 고송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2년 일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74년 석암스님을 계사로 각각 구족계를 수지했고, 중앙승가대를 졸업했다. 안양 염불암과 서울 봉은사 주지, 제10ㆍ11ㆍ12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지냈다. 두산백과사전은, 1999년 2월, 조계종 호계원은 초심호계원 심리를 열고 성문 등 8명의 치탈도첩 대상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치탈도첩을 결의하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조계종은 특별법을 만들어 심사를 통해 사면복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