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활어로 탕 맛을 제대로 내는 집사진을 못 찍었다. 나중에 장어추어탕이 나왔는데 그걸 먹느라 분명 정신이 팔렸다. 숙주 방아 우거지 고사리를 넣고 붕장어(아나고)를 갈아서 끓여낸 장어추어탕인데 속을 아주 부드럽게 감쌌다. 들깨가루를 넣어 걸쭉하기도 했다. 배고프고 술에 지친 긍휼한 속이 붕장어의 부드러운 곡선처럼 순해졌다. 일행들은 "일품에 일미"라는 멘트를 저마다 날렸다.자갈치시장의 '거제횟집'은 탕을 제대로 하는 집이다. '제대로'의 속뜻은 싱싱한 재료를 쓴다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바다메기탕과 가덕대구탕을 먹는 이들이 줄을 선다. "시원하다, 시원하다"며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탕에는 선어를 쓰지 않고 모두 활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이 집의 방침. 자갈치에서 20년 이상 장사를 하고 있어 활어를 가져오는 데는 이상무다."여름철에는 어떤 탕을 합니까?" 여주인 신순자(54)씨는 "장어탕 아귀탕 고랑치매운탕을 낸다"고 했다. 장어탕(오른쪽 위)은 붕장어탕이다. 매운탕처럼 끓여 탕의 색깔이 붉직하다.
한 숟가락에 부산과 경상도 사람들이 감칠맛을 많이 느낀다는 방아의 향이 짙다. "요즈음 장어가 비싸서 가격을 잘 못 맞춘다"고 신씨는 말했다. 장어내장탕도 메뉴에는 올라 있는데 잘 내지를 못한다. 장어탕의 장어가 쫄깃하다.이에 견주어 고랑치매운탕(오른쪽 아래)의 고랑치는 장어보다 부드러웠다. 일견 끓이는 방식이 거의 같은데 탕의 주인이 장어냐 고랑치냐에 따라 장어탕과 고랑치매운탕으로 나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주위의 직장인들이 단체로 흔히 찾는 것이 생아귀탕이다. "생아귀탕이 시원해 말도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갖가지 탕은 모두 8천원이다.
메뉴에서 한치물회(8천원)는 흔히 보는 것이지만 전복물회(1만5천원)와 소라물회(1만원)가 낯설다. 전복물회와 소라물회는 자리돔물회와 함께 제주도에서 많이 먹는 물회. "어릴 적 먹었던 물회를 메뉴로 개발한 것"이라고 신씨는 말했다. 거제 출생인 신씨의 친정어머니가 제주도 출신이었다고 한다. "괜찮다"는 평을 듣는 이 집의 반찬 중에 멍게젓갈이 있다. 맛이 간간하니 좋다. 그것을 이용한 것이 멍게덮밥이다. 멍게덮밥과 한치덮밥은 각 8천원.
지금 주인은 13년째 장사를 하고 있고, 친척이 25년간 운영했던 이전의 이 집은 복국집이었다. 아직도 식당 정면에는 '거제 복국'이라는 간판이 달려 있으며 여전히 복국을 끓여내고 있다. 참복 까치복 밀복 각 1만5천원, 은복 7천원. 회비빔밥(1만원) 회밥(1만3천원)도 있다.자갈치시장 현대화건물을 마주보고 왼편 길로 100m쯤 가면 있다. 수협 위판장 지나, 이전의 영도 도선장 지점 맞은편. 오전 7시~오후 10시 영업. 전화를 걸면 '거제 복국' 집이라는 안내음이 나온다. 051-245-5564.글·사진=최학림 기자 theos@
- 지역의 빛으로 독자의 희망으로 -
지방제휴사 /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