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서 한국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제골과 박주영(25·AS 모나코)의 쐐기골로 일본에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4-4-2 전술로 경기에 나섰다. 왼쪽 미드필더로 출격한 박지성은 전반 5분 일본의 패스를 끊은 뒤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까지 드리블로 돌파해서 기습적으로 슛을 날렸다. 골키퍼 나라자키가 몸을 날렸지만 한 타이밍 빠른 슈팅을 막지 못했다. 일본의 왼쪽 골문을 가르는 통쾌한 선제골이었다.
일본도 역습에 나섰다. 전반 20분 오쿠보가 빠른 드리블 돌파 이후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 왼쪽으로 빗나갔다. 32분에는 일본의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 정성룡(25·성남 일화)이 펀칭 미스로 볼을 놓쳐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는 듯 했으나 다행히 일본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 ▲ 24일 오후 일본 사이타마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일본의 평가전에서 박지성(대한민국)이 선제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 뉴시스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선 이청용(22·볼턴 원더러스 FC)도 여러차례 킬 패스를 선보였으며, 몸싸움과 태클도 마다하지 않는 거친 플레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전반 36분 깊은 태클로 옐로우 카드를 받기도 했다.
한국은 박지성의 선제골에 힘 입어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전반전을 마쳤다. 볼 점유율은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패스가 잦았던 일본(58%)이 한국(42%)보다 높았다.
후반전이 되자 허정무 감독은 포메이션을 바꿔서 4-2-3-1 전술을 꺼냈다. 부상에서 회복중인 박주영이 후반 교체 출전해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진공청소기' 김남일(33·FC 톰 톰스크)도 후반전에 투입됐다.
일본은 후반 16분 '신세대 폭격기'라고 불리는 모리모토를 교체 투입해 동점골을 노렸으나, 한국 미드필더진의 압박을 좀처럼 뚫지 못했다. "남아공 월드컵의 목표는 우승"이라던 혼다 케이스케(CSKA·모스크바)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후반 26분 나카무라 겐고로 교체됐다.
- ▲ 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박주영이 문전에서 일본 수비와 거칠게 볼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일본 문전 위협은 후반전 중반 이후에도 이어졌다. 후반 32분 김남일이 골키퍼의 위치를 보고 재치있게 볼 밑을 찍어서 골키퍼 머리를 넘기는 슛을 날렸으나, 나라자키 골키퍼가 가까스로 볼을 쳐냈다.
후반 44분에는 역습 과정에서 박주영이 스루패스를 받아서 문전 돌파를 시도하다가 나라자키 골키퍼와 충돌,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박주영은 침착하게 왼쪽으로 골을 집어넣어 2-0 쐐기골을 만들었다. 본인의 220여일 만의 A매치 골이었다.
이날 한일전 직후 2010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을 준비했던 일본은 사이타마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7000여 홈팬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 40분이 넘어서자 일부 관중들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빠져나가 실망감을 표출했다. 한일전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노렸던 오카다 감독의 입지도 위태로워 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최근 3경기 연속 무패(1승2무) 행진을 벌이며 역대 상대전적에서 40승20무12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수비수들이 골키퍼에 백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매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점은 월드컵 본선 무대를 앞두고 해결해야할 숙제로 남았다.
한국대표팀은 25일 곧장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넘어가 벨라루스(30일), 스페인(6월3일)과 각각 평가전을 치르고 나서 6월 5일 ‘결전의 땅’인 남아공에 입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