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유나이팅 페인팅 DMZ’ 추진 시사만화가 루리
세계적인 시사만화가 라난 루리 씨는 최근 방한해 “임진각에 ‘띠그림 그리기(유나이팅 페인팅)’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대계 미국인이기도 한 그는 “한반도는 이스라엘처럼 분쟁지역이어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
세계 각국 지도자를 예리하게 표현한 인물 만화와 그 인물이 내뱉는 한두 마디 말로 복잡한 시사 흐름을 농축해 보여 주는 미국의 세계적인 시사만화가 라난 루리(74) 씨.
그는 보통 사람들은 한 번도 이름을 올리기 어려운 기네스북에 1999년 두 가지 건으로 올랐다. 하나는 ‘가장 많은 매체에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해 가장 오랜 기간(20년) 작품을 게재하는 시사만화가’. 103개국 1105개 매체, 1억400만 독자가 그의 만화를 본 것. 그것도 1980년 처음으로 기네스북에 ‘가장 많은 매체와 원고 게재 계약을 한 시사만화가’로 등재된 후 자기 스스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성서상 다비드 왕의 후손으로 가장 오랜 혈통 기록을 갖고 있는 가계 출신’으로 그의 조상은 기원전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기네스북은 밝히고 있다. 그의 ‘가문(family tree)’에는 기원전 8세기의 예언자 이사야와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 카를 마르크스,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이 포함돼 있다.
그의 증조부는 제정러시아에서 알렉산드르 1세 황제의 경제 자문관을 지낸 귀족이었으나 러시아를 침공한 프랑스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평등사상’에 동조해 러시아를 버리고 1815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지금도 10여 개국 100여 개 매체에 시사만화를 게재하고 있는 루리 씨가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대한 희망을 담은 그림 ‘유나이팅 페인팅(Uniting Painting·UP) DMZ’ 제작 협의차 국제교류재단(이사장 권인혁) 초청으로 최근 한국을 찾았다.
○ 길이 100m 초대형 띠 그림 北 향해 그려
‘UP DMZ’는 전 세계 UP 프로젝트의 일부로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 인근 임진각에서 폭 1m, 길이 약 100m의 초대형 띠 그림을 북측을 향해 뻗어 나가는 형상으로 그리는 것.
“한반도는 인도 카슈미르, 중동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과 함께 지구상의 대표적인 분쟁지역입니다. ‘평화의 띠 잇기 그림’이 남북으로 이어져 한반도 평화 증진에 기여하길 기대합니다.”
UP DMZ의 관건은 북한으로 그림이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
이와 관련해 루리 씨는 “현재 북한 측과 접촉 중인데 아직 뚜렷하게 가부(可否) 반응이 없다”며 “한국에서 어떻게 행사가 진행되느냐를 보고 결정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UP DMZ는 경기도 등의 협조를 받아 곧 착수될 예정이다.
그의 UP는 ‘세계가 캔버스다’라는 슬로건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지만 그가 이처럼 한반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왜일까.
○ 분쟁지역 이스라엘과 비슷해 동질감
루리가 임진각에서 추진하는 ‘UP DMZ’의 가상도. 루리는 멀리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한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사진 출처 루리 개인 홈페이지 |
“1980년대 중반 한국의 경제적 성과를 듣고 경탄했습니다. 하지만 분단 현실에 대해 들었을 때는 눈시울이 뜨거움을 느끼기도 했지요. 또 과거를 되돌아보면 한국인과 유대인의 민족성이 유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분쟁 갈등지역에 놓여 있어 동질감과 우려의 마음이 일었습니다.”
UP는 형형색색의 색깔로 된 폭 1m 이상의 띠 모양 그림으로 전 세계를 이어 서로를 ‘평화와 우의(peace and goodwill)’로 연결한다는 것. 화가이기도 한 루리 씨가 창안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다.
루리 씨는 전 세계를 잇는 UP를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유엔은 지난해 11월 1일 창설 60주년 기념행사의 일부로 유엔본부 건물 내부에서 인근 허드슨 강까지 ‘평화의 띠 잇기 그림 그리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집트에서 태어난 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성장하며 3년제 미술대를 졸업한 루리 씨는 현지 신문과 잡지 등에 칼럼과 만화 등을 기고하다 세계적인 시사만화가로 부상했다. 1950년대 초 현지 언론에 기고한 시사만화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옮겨 실으면서 널리 알려졌고 미국으로 옮겨 왔다.
루리 씨의 시사만화 작업에는 ‘작업팀’이 돕는다. 그의 작업팀은 신문 잡지 등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자료 담당 베테랑 직원 1명과 만화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www.luriestudios.com)에 올리는 직원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나라에 출장하느라 항상 바쁜 그는 건강관리를 위해 실내에서 11가지 체조를 40번씩 반복하며 특히 팔굽혀펴기는 매일 80번씩 한다고 한다. 루리 개인 홈페이지 주소는 www.rananlurie.com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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