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앙대에는 ‘1초 마감’으로 통하는 강의가 있다. 컴퓨터 앞에서 기다리다 수강 신청 개시와 함께 ‘타다닥’ 키보드를 두드려도 이미 늦다. 1초 만에 마감되기 때문이다. 바로 마가 스님의 교양강좌 ‘내 마음 바로보기’(3학점)다. 궁금했다. 대체 어떤 수업이기에 20대 청춘들을 사로잡았을까. 그것도 ‘마음공부’로 말이다.
5일 흑석동의 중앙대 캠퍼스로 갔다. 오후 2시, 강의실인 체육관에는 80여 명의 학생이 앉아 있었다. 문을 열고 마가 스님이 들어섰다. 학생들은 고개를 ‘쭉’ 뺐다. 회색 승복의 옷차림이 신기한 듯했다. 스님은 ‘자기 소개’도 하지 않았다. 다짜고짜 “자∼아, 눈을 감으세요”하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종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걸 울렸다. ‘댕∼그∼랑’ 종소리의 메아리가 퍼졌다. 그 여운이 강의실을 천천히 휘감았다. “내 안에는 수없이 많은 내가 있어요. 그 움직임이 느껴지세요? 거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5일 흑석동의 중앙대 캠퍼스로 갔다. 오후 2시, 강의실인 체육관에는 80여 명의 학생이 앉아 있었다. 문을 열고 마가 스님이 들어섰다. 학생들은 고개를 ‘쭉’ 뺐다. 회색 승복의 옷차림이 신기한 듯했다. 스님은 ‘자기 소개’도 하지 않았다. 다짜고짜 “자∼아, 눈을 감으세요”하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종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걸 울렸다. ‘댕∼그∼랑’ 종소리의 메아리가 퍼졌다. 그 여운이 강의실을 천천히 휘감았다. “내 안에는 수없이 많은 내가 있어요. 그 움직임이 느껴지세요? 거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5일 오후 2시 서울 흑석동 중앙대에서 마가 스님의 ‘내 마음 바로보기’ 2학기 첫 수업이 열렸다. 학생들은 천으로 눈을 가렸다. 마가 스님은 “명상은 관념적인 것도 아니고, 이론적인 것도 아니다. 직접 체험을 통해 얻는 것이다. 눈을 감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 |
학생들은 난감한 얼굴이었다. ‘이런 수업은 처음이야’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마가 스님은 한 술 더 떴다. “앞에 놓인 천으로 눈을 완전히 가리세요. 그리고 맨발로 강의실 밖으로 나가세요. 계단으로 건물 2층까지 갔다가 한바퀴 돌고 다시 강의실로 오는 겁니다.” 학생들은 머뭇거렸다. 마가 스님은 “지금까진 눈에 보이는 세상만 봤죠. 이젠 눈을 감은 세상을 보세요. 그리고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천으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 두 손을 더듬거리며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두려움과 막연함, 조심스러움과 아득함이 엉덩이를 뒤로 쭉 뺀 학생들의 몸동작에서 배어났다. 20분쯤 지나서야 학생들은 하나 둘씩 강의실로 들어왔다. 마가 스님은 “종이에 자신의 느낌을 적어보라”고 했다. ‘답답했다’‘조마조마했다’‘무서웠다’‘오히려 차분해졌다’‘소리에 더 민감해졌다’‘이 수업이 아니었다면 눈을 감고 밖에 나갈 일은 없었지 싶다’‘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등 학생들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마가 스님은 “우리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그걸 ‘마음의 노예’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노예가 되질 않겠죠. 마음이 내게 뭐라고 하나. 그 움직임을 바라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런 뒤 스님은 ‘나의 꿈’‘꿈을 이루는데 방해가 되는 내 안의 장애물’을 종이에 쓰라고 했다. 학생들은 남이 볼세라 손으로 내용을 가리며 썼다. 스님은 서로 모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짝이 되게 했다. 그런 뒤 상대를 향해 큰 소리로 읽게 했다. 학생들은 얼굴이 빨개졌다. ‘혼자만의 일기장’을 들킨 표정이었다. 머뭇머뭇 하더니 글을 읽기 시작했다. 강의실은 ‘마음의 소리’로 웅성웅성했다. 다 읽고난 학생들은 오히려 후련한 듯이 환한 표정이었다.
수업이 끝날 즈음 마가 스님이 물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불교가 12명, 기독교가 6명, 천주교가 10명쯤 됐다. 나머지 50여 명은 종교가 없다고 했다. 마가 스님은 “이 수업은 종교와 관련이 없습니다. 단지 내 마음을 바라보는 명상법으로 공부를 하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강의실을 나서던 학생에게 소감을 물었다. 경영학과 2학년 노현수 군은 “수업 방식이 생소해서 너무 당황했죠. 그런데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경험했어요. 제 생애 처음이에요”라고 말했다.
중앙대 방송국 학생들이 카메라를 들고왔다. 김혜선(19·민속학과 1학년) PD는 “이 과목은 정말 0.1초 만에 마감돼요. 그래서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점도 많죠”라며 인터뷰 배경을 설명했다. 마가 스님은 “학생들은 많은 과목을 배웁니다. 대부분 밖을 향한 공부죠. 그런데 이 수업은 밖을 보지 않고, 안을 보게 합니다.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내 마음을 바라보게 하죠. 학생들이 그걸 참 좋아하더군요”라고 말했다.
스님과 함께 강의실을 나서는데 여학생 둘이 밖에 서있었다. 둘 다 4학년 2학기, 졸업반이라고 했다. 윤성민(영문과 4학년) 양은 “1학년 때부터 수강 신청을 했는데 안됐어요. 친구가 이 수업을 들었는데 말투와 행동이 달라졌어요. 졸업 전에 이 수업을 꼭 듣고 싶어요”라고 사정했다. 1초 마감, 빈말이 아니었다.
마가 스님의 중앙대 강의는 올해가 6년째다. 처음에는 한 강좌뿐이었다. 그게 두 강좌, 세 강좌가 되더니 2007년부터 모두 네 강좌(안성캠퍼스 강의 포함)가 됐다. 강의에는 거창한 화두도 없고, 번듯한 선문답도 없었다. 대신 스님은 쉽고, 간결한 어투로 학생들이 ‘마음’을 들여다 보게 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마음의 틀을 ‘망치’로 때리게 했다. 편견의 틀, 상처의 틀, 에고의 틀을 말이다.
이날은 첫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찾아 ‘첫걸음’을 뗀 셈이었다. “지난 학기 종강할 때 학생들이 그러더군요. ‘이제 작은 일에 목숨 걸지 않는다’고 말이죠. 자신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가를 깨달은 거죠. 마음공부에 목마른 학생들은 많은데, 그들을 적셔줄 빗줄기는 참 드물어요.”
마가 스님은 그게 참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바랑을 짊어지고 캠퍼스의 학생들 사이로 총총 걸어갔다.
백성호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