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와 친구합시다]<中>강북삼성병원 선발 ‘건강 당뇨인’ 이영자 씨
서울 강북삼성병원이 17일 개최한 ‘건강 당뇨인 선발대회’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이영자 씨. 이 씨는 22일 강북삼성병원에서 당뇨병 관리에 좋은 음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강북삼성병원 |
이 씨는 34세에 처음 당뇨 진단을 받았지만 30년 동안 ‘당뇨와 친구’하며 잘 관리해 지금까지 합병증 없이 지내고 있다. 그를 22일 오전 강북삼성병원 당뇨전문센터 2층 진료실에서 만났다. 당뇨 환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소식(小食)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즐겁게 살면 되죠.”
당뇨병 관리의 비결은 간단했다. 말은 쉽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씨도 초기에는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느라 제대로 몸을 관리하지 못했다.
“시아버지의 치매 때문에 매일 챙겨야 할 것이 많았죠. 7남매나 되는 종갓집의 장손 며느리다 보니 음식, 빨래 등 집안일을 챙길 게 많았어요. 내 한 몸 돌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지요.”
이 씨가 본격적으로 당뇨병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활에 약간 여유가 생긴 40세 이후다. 당시에는 고혈압까지 얻은 상황이었다. 키 156cm에 몸무게는 68kg으로 비만이었고 혈당도 높았다. 한마디로 비상 상황이었다.
그는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 4가지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그 원칙이란 △되도록 소식하고 △간식은 참되 힘들면 물을 마시고 △화내지 말고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다.
소식하기부터 힘들었다.
이 씨는 “평소 한 끼에 한 공기 반씩 밥을 먹었는데 먹는 양을 절반으로 줄이려니 무척 힘들었다”면서 “밥 대신 나물류를 많이 먹으면서 허기를 달랬다”고 말했다.
반찬도 되도록 싱겁게 먹으려 노력했다. 반찬은 늘 자신이 장만하기 때문에 싱겁게 만들 수 있었다. 입맛이 다른 가족을 위해 항상 나중에 간을 맞추고 각자 입맛에 따라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는 방식을 택했다.
이 씨는 모임에 가면 평소 식습관이 깨지기 쉽기 때문에 조심하는 편이다. 밥은 평소 먹던 대로 반 공기 정도만 먹고 주로 김치, 나물류 등을 챙긴다. 감자는 칼로리와 당분이 많아 피한다. 음식 조절이 힘든 뷔페식당 모임은 되도록 피한다.
운동도 당뇨병 관리엔 필수다.
이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운동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을 골랐다. 매일 한 시간씩 수영장에서 산다. 평일엔 탁구, 노래교실, 등산 등을 짬 날 때마다 다닌다. 잠시나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습관을 버렸다. 쉬게 되면 몸이 게을러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 특별히 할 일이 없을 때는 주로 걷는다. 자신의 아파트 입구에서 인왕산 초입까지 쭉 걸어가면 30분 정도 걸린다. 빨리 걷기보다는 편안하게 천천히 걷는다. 비교적 헐렁한 신발을 싣는 게 좋다.
“당뇨 환자는 상처가 생기면 잘 아물지 않고 수술도 힘들잖아요. 최근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다 잘못해서 발목 부위가 부러졌는데 담당 의사가 당뇨는 있지만 혈당 조절이 잘돼 바로 수술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답니다.”
이 씨는 항상 웃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식사 조절도 힘들어 혈당치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속에 담아 두면 내 몸이 힘들다”면서 “나는 화가 나면 음식을 막 먹는 성격이라 결국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항상 웃으며 남들보다 먼저 인사하고 안부를 물어보니까 마음이 즐겁다고 그는 덧붙였다.
“당뇨랑 같이 30년을 살다 보니 이제 혈당 체크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당이 높아지는 것이 느껴져요. 당이 높아지면 머리가 좀 띵해지거든요. 이때는 병원에서 혈당검사를 받아요. 평소 특별히 혈당을 체크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누구나 병에 걸릴 수는 있지만 그 병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이 씨는 보여 주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주치의 진단 ▼
채식만 고집 말고 생선-육류도 먹길
이영자 씨는 당뇨병을 30년 이상 앓고 있고 고혈압, 고지혈증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10∼15년이 넘으면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 등과 같은 혈관 합병증이나 눈 및 신장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씨는 아직 합병증이 거의 없다. 철저하게 식사 관리를 하고 정기적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가 처방하는 약을 빠짐없이 복용하고 있는 것이 합병증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이다.
당뇨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진료실에서 보는 이 씨는 늘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한다. 이러한 생활 태도도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식사를 할 때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야채, 나물류 등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혈당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너무 채식 위주로만 식사하면 단백질 섭취가 줄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매 끼니 생선, 살코기, 두부 등 단백질이 있는 음식을 먹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이 씨에게 아쉬운 점도 있다. 혈당을 일정 수준으로 꾸준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자가 혈당 측정이 필요하다. 혈당은 느낌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의해 관리해야 한다. 혈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혈당 측정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원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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