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조절/당뇨 합병증

잇몸병 방치하면 당뇨병·동맥경화증 등 온몸 탈난다

淸潭 2008. 7. 26. 15:42

잇몸병 방치하면 당뇨병·동맥경화증 등 온몸 탈난다

치주질환, 감기에 이어 흔한 질병 2위
임산부는 저체중아 조산 위험 높아
잠자기 전 칫솔질, 성인 63.2% 불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속담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됐다. 그 대신 '잇몸이 상하면 온 몸이 탈난다'라는 말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잇몸 병으로도 불리는 치주(齒周) 질환은 '국민병'이라고 할만큼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6년 보험급여 외래진료 다빈도 질환 순위를 보면 1위 급성기관지염, 2위 급성편도염, 3위 급성상기도 감염에 이어 4위가 '치은염·치주질환(풍치)'이다. 1~3위는 넓은 의미에서 감기와 연관된 질환이므로, 치주질환은 흔한 질병 2위로 볼 수 있다.

치주 질환은 증가 속도도 빠르다. 건강보험공단의 외래 진료 다빈도 질환을 보면 치은염·치주질환은 2002년에는 9위였으나, 2003~2004년 8위, 2005년에는 5위로 뛰어 올랐다. 치주질환은 이처럼 흔할 뿐 아니라, 온 몸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당뇨병 등 몸에 병이 있으면 치주 질환이 생기기 쉬운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치주질환이 거꾸로 동맥경화증과 심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병,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早産)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치주 질환이 주로 세균에 의해 생기는 감염증이지만 흡연이나 유전인자, 연령, 사회경제적 상태, 스트레스 등의 영향도 많이 받는 '생활습관병'이란 점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치과대학의 프랭크 스캐너피코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치주질환은 동맥경화증,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질환과 유의한 상관 관계가 있었다. 잇몸에 생긴 염증에서 증가한 세균의 일부가 혈관을 통해 심장 관상동맥으로 이동, 혈전(피떡)을 형성하고 결국 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심장 관상동맥 내벽에서 치주질환 원인 균이 관찰된다. 또 치주질환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동맥경화증을 포함한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이 2배 가량 높다는 연구도 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당뇨병이 치주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치주질환이 당뇨병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치과학회지(JADA) 2003년 10월 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치주질환을 치료하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가 개선됐다. 이 때문에 당뇨병은 '의학적으로 치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불린다. 치주질환이 있으면 만성폐쇄성 폐질환에 걸릴 위험이 1.5배 높다는 연구도 있다.

임신부가 치주질환이 있으면 저체중아 조산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임신부들은 조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치주질환을 치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앨라매바대 치과대 제프코트 박사가 치주질환이 있는 임신 여성 36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신 35주 이전에 치주질환 치료를 받은 임신부가 그렇지 않은 임신부에 비해 조산 위험이 8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 건강을 위해서는 치주질환의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칫솔질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필수. 하지만 잠자기 전 칫솔질을 꼭 한다는 성인(20대 이상)의 비율이 63.2%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로 치아와 잇몸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치주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치과 지능지수(dental IQ)'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치주과학회(회장 박준봉·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교수)는 치주 질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펴겠다고 밝혔다. 박준봉 회장은 "지난 200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자연 치아가 16.3개였는데, 이를 2010년에는 19개까지 높이기 위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80세 자연치아 20개'를 목표로 치주관리 캠페인을 펴오고 있다.

/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