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서예실

새로운 서체 연구…대중화 시도

淸潭 2008. 7. 23. 22:34

정대병씨, 하동서 첫 서예개인전

붓글씨 한 자 한 자에는 혼과 성품이 담겨있다. 예술 창작품에는 그 사람의 정신과 개성이 깃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하동 고향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진한 삶의 향기가 배어있는 글씨를 써 온 그는 마치 물이 모래를 덮고 모래가 물을 덮는 하동 섬진강 물길을 닮아있다. 서로가 서로를 덮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하동포구 팔십 리 물길은 다른 것과 다른 것이 융화되는 작품세계로 승화된다.

 

“한 획 한 획 마다  삶의 향 담았죠”

  새로운 서체 연구…대중화 시도

‘평온함과 안정감’ 배어나는 글씨



하동토박이 서예가 정대병 씨가 서울 경인미술관에 이어 하동문화예술회관 전시실서 27일까지 첫 서예개인전을 연다. 20년 넘게 전각과 서예작업을 해 오면서 대한민국서법대전서 대상인 문화관광부 장관상 수상, 대한민국서예대전서 3회 특선 등 화려한 수상경력과 다수의 그룹서예전과 전각전을 열어 온 그이지만 이번 전시회는 더욱 의미가 깊다.

<사진> “늘 부처님말씀을 쓰면서 마음을 추스르게 된다”는 서예가 정대병 씨가 ‘법성게’ 서예작품 앞에 섰다.

“늘 경전과 한시집 등 고전을 읽으면서 좋은 글들을 만날 때마다 이를 작품화 한 전시회를 꼭 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바램을 이루게 되네요.” 한국미협 하동지부장이기도 한 그는 “서울 등 대도시 뿐 아니라 지역민들을 위해, 문화예술의 향유를 위해 고향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꿈도 이뤘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야심경, 법성게를 비롯한 경전류와 명심보감, 한시 등에서 발췌한 작품 56점을 선보인다. 또한 “연꽃 향기 연못가를 휘돌고, 연잎 그림자 연못을 가득 덮었네. 가을 바람 이를까 항상 두려워하나니, 바람에 펄럭이며 떨어져도 그대는 모르리”(‘香’) 등의 시를 비롯 최영욱 시인의 ‘사향가’, 정두수 시인의 ‘하동포구 이야기’와 ‘진여’ ‘안선(安禪)’ ‘허중’ ‘문’ ‘출세출’ 등 고전서 발췌한 글을 음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서예전에서는 은나라 시대에 사용되었던 갑골문 서체, 금문체를 비롯해 전국시대 시대에 사용된 서체로 추정되는 곽점초묘죽간체 등 다양한 서체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 곽점초묘죽간체로 쓴 ‘허중’.

“곽점초묘죽간체는 기존 서예전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작품이지요. 종이가 없던 옛날 대나무에 쓰여졌던 글씨였기 때문에 활달한 서체가 특징입니다.” 30년전 발굴한 죽간체는 현재 중국 상해박물관에서 서체 연구 및 연구서를 발간 준비 중일 만큼 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체다.

“앞으로 <금강경> <시경> 등을 작품 소재로 할 계획입니다.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고전과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창의성을 살린 서예작품을 쓰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또 새로운 서체를 공부하고 배우면서 대중화 시키는 작업도 병행하구요.”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을 두고 정두수 시인은 “웅휘로우면서도 고요함이 가득 넘치는 그의 서체를 통해 우리는 거기서 한없는 평온함과 안정감에 매료된다. 우선 삶의 끈끈한 향기가 배어있고, 창작예술의 독보적인 요소요소가 쉼이없이 끈적끈적 거린다. 삼포 고향 하동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빛나는 이 서예를, 예사로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불교신문 2446호/ 7월26일자]

2008-07-22 오후 5:52:37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