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수사모

일제강점기 선지식 발자취 잇따라 발견

淸潭 2008. 6. 12. 18:47

일제강점기 선지식 발자취 잇따라 발견

 

만공(滿空, 1871~1946)스님과 석전(石顚, 1870~1948)스님 등 근대 선지식의 수행 흔적이 담긴 유품이 잇따라 공개됐다. 최근 본지를 통해 공개된 유품은 일제강점기 조선불교를 수호하며 수행 정진했던 선지식들의 향기가 묻어 있는 석전스님 편지와 만공스님 죽비이다. 또한 110년 된 천장암 현왕탱과 1912년 만공스님이 증명한 불화도 함께 공개됐다.

천장암 시절 만공스님 유품도 나와


<사진> 만공스님이 사용하던 죽비.
일반나무로 만든 ‘죽비’눈길

불화 화기에 스님 법명 기록


○…서산 천장암(주지 선본스님)은 만공스님이 주석하던 시절 제작된 죽비와 만공스님 법명이 적힌 불화(佛畵)를 소장하고 있는 사실을 공개했다. 천장암이 공개한 만공스님 죽비는 길이 30cm 정도로 겉면에 옻칠을 해 놓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죽비는 지금 사용하는 죽비와 다른 형태로, 대나무가 아닌 야산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나무로 만들었다.

천장암 주지 선본스님은 “근세 한국불교의 중흥조인 경허스님이 주석한 이후 수월.혜월.만공스님 등 역대 선지식이 머물며 공부하던 곳이 천장암”이라면서 “큰스님들의 수행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죽비는 정진하는 납자들에게 많은 경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천장암에 모셔진 불화(佛畵)의 화기에 만공스님 법명이 기록된 사실도 확인됐다. 1912년(임자년) 초파일 직후 봉안된 불화에는 만공스님이 증명비구(證明比丘)로 되어 있으며, 당시 금어(金魚)와 별좌(別座) 소임 등을 본 스님들의 법명도 기록되어 있어 근세불교 연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 불화는 조선 왕실의 재정 관리를 맡아보던 내수사(內需司)의 이○규(李○珪) 영가의 왕생극락을 발원하기 위해 봉안된 것으로 부인 장일광화(張日光華)가 대시주(大施主)로 되어 있다. 시주자의 주소는 ‘京城內 西部 仁達坊 內需司 居住’로 적혀있는데, 인달방은 지금의 서울 종로구 사직동 근방이다.

또한 천장암에 모셔진 현왕탱(現王幀)이 1898년(광무2년, 무술년)에 봉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왕탱에는 당시 천장암에 주석하던 스님들의 법명이 기록돼 있어 천장암의 사사(寺史)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자매로 보이는 두 명의 김씨(1832년생, 1850년생)가 대시주로 적혀 있는 현왕탱에는 증명비구에 성원(性圓)스님, 송주지전(誦呪持殿)에 도한(道漢)스님, 금어비구(金魚比丘)에 약효.문성(文成)스님, 별좌종두(別座鐘頭) 설조(說早)스님 법명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이 가운데 약효스님은 마곡사의 화승(畵僧)으로 마곡사의 화승으로 공주 갑사, 서울 호국지장사, 수원 봉녕사 등의 현왕탱을 그린 약효(若效)스님과 같은 인물로 추정된다. 현왕탱은 19세기 이후 유행했던 그림으로 망자를 재판을 하는 현왕과 권속들이 묘사되어 있다.

수덕사 근역성보박물관장 정암스님은 “현왕탱은 조선후기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작품성을 논하기에 앞서, 조선후기 어렵고 궁핍한 시절에 출가사문의 길을 묵묵히 걸었던 수행자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 연암산에 있는 천장암(天藏庵)은 서기 636년 담화(曇和)스님이 창건한 고찰이다. 제7교구 수덕사 말사고 인법당과 산신각, 염궁선원이 있는 작은 절이다. 조선말 경허스님을 비롯해 태허(泰虛).만공(滿空).혜월(慧月).수월(水月).원담(圓潭) 스님 등 근현대 고승의 정진도량이다.

서산=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시영 충남지사장 lsy@ibulgyo.com


[불교신문 2434호/ 6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