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교수 논란, "신화"가 되기를 거부한 헤게모니 쟁탈전
지금 황우석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그 진실이야 세월이 조금만 흘러도 금방 드러날 일이지만,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아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왜 그렇게 수많은 누리꾼들이 황우석 교수의 "화려한 부활"을 꿈꾸면서 그렇게도 애타게 그 이름을 불러대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아직 충분하게 검토된 것 같지 않다.
단순한 애국심이라고? 쇼비니즘이나 내셔널리즘의 천박한 표현이라고? 아니면 아직까지 황우석교수의 그 화려한 쇼맨쉽에 현혹된 천진난만한 무리들의 발악이라고?
황우석교수 논란은 결국 그들이 원하는 "역사"의 형태로 진행되고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들이 말하는 "역사"는 "과학적 진리"이며 "합리적인 증거"이고 "학자의 양심에 기초한 논문"이다. 그들 진영이 지닌 권력과 중압감으로 그들이 원하는 형태의 역사로 꾸미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황우석교수를 역사가 아닌 신화의 뒷구석으로 몰아서 현대판 마의태자로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논란의 "승자"는 누구일까?
중요한 점은... 마의태자는 신라 멸망 뒤 몇백 년이 흐른 다음에야 고려왕조에 신물난 민중들의 한숨과 절망 섞인 입소문을 타고 용문사의 지팡이 신화로 부활했지만, 황우석교수는 불과 며칠 아니 몇시간 뒤에 누리꾼의 열화같은 응원과 염원에 힘입어 이른바 살아있는 "신화"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역사"를 내세운 3M에 맞서 누리꾼들이 나름대로의 "신화"를 들이대고 있는 형국이다. 조금더 깊이 짚어보면 누리꾼들이 이제 그 "신화"를 넘어서 "역사" 그 자체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우석 지지를 넘어서 황우석과 자신들을 동일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누구 책임이지?
눈여겨 볼 점은 누리꾼이 그저 이대로 황우석교수를 제2의 마의태자로 만드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뒤에 숨어서 "아직도 마의태자가 어느 깊은 산 속에서 살아 있으면서 신라왕국 재건을 꿈꾼다면서..?"라고 행여 누가 들을까하여 숨죽여서 소곤소곤대는 것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거꾸로 아예 대낮 광장에 나와서 큰소리로 외쳐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한두명이 아니라 몇천 몇만 명이 말이다. 그야말로 역사와 신화의 대충돌 지점인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신화가 되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봉기인 것이다.
"역사"가 가진 자, 권력층, 엘리트 집단, 지배계급만의 고유한 전유물이 아니라, 이제 그 역사 자체를 누리꾼들이 새로 써가고, 새로 만들며 또 새로 그 기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하는 선언인 것이다.
이제 황우석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선을 넘어서 누가 이 논쟁의 주인공 즉 "역사"를 형성하는 주체가 누구인가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력이... 그 거대권력이... 방송사와 서울대 의대로 상징되는 그 거대권력이 이제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그 존재 하나하나는 별 볼일 없겠지만 뭉치면 나름대로 거대한 장관을 연출하는 누리꾼에게 이제 마악 넘어오려는 극적인 순간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혁명은.. 별거 아니다!" 모두가 꿈꾸고 있는 그것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 바로 혁명인 것이다. 혁명은 Trigger 바로 그 자체가 혁명인 것이다. 황우석교수는 본인이 원했던 원치않았던 바로 그 방아쇠 역할을 하였던 것이고..
ⓒ 박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