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인곡당(법장스님)

[야단법석] 마음 운전사

淸潭 2008. 3. 2. 22:35

마음 운전사

 

벚꽃이 만개한 길을 따라 전국에서 덕숭산으로 모여서 법륜(法輪)을 가슴에 달고 수련대회에 동참하신 회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수련대회라는 것은 대중이 함께 모여서 정신적·학문적·기술적으로 보다 향상된 미래를 위하여 심신(心身)을 닦아서 단련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제가 본 회의 총재로서 드릴 말씀은 참다운 불자의 정신으로 보살행을 실천하는 삶을 지어가시길 바라며, 교통사고율 세계 제 1의 부끄러운 우리나라 교통문화를 자비심을 근본으로 하여 여유와 배려와 양보가 넘치는 인간 존중의 교통문화로 새롭게 정착해가도록 선도해 나아가는 데 주역이 되자는 것입니다.
교통문화의 창달을 위해서 선구자적 이념과 수행자적인 실천으로 아름다운 교통문화를 이루어내야 하겠습니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로움)의 대승보살정신으로 대중교통문화를 이끌어 간다면 언제 어디서나 ‘달리는 법당 거리의 포교사’의 의무를 잘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이 자리에 동참하신 회원 한 분 한 분이 지혜로운 마음으로 얽히고 설킨 도로 위에서 먼저 모범적으로 질서를 지키고 관용을 베풀 때 그 자리에 한 송이 향기로운 연꽃이 피어 점차 불국정토(佛國淨土)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직업상으로 볼 때 자동차나 배, 비행기 등을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사라고 하는데 이는 반복된 기술로 물질을 운전하는 운전사이고 정신적으로 보면 인간은 누구나 다 운전사입니다. 즉 마음의 운전사, 업의 운전사, 운명의 운전사인 것입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의 길을 가야 하는 존재로서 행복한 길이든 불행한 길이든, 선한 동반자를 만나든 악한 동반자를 만나든 누구나 다 똑같이 자신의 앞날을 위해 운전을 해야 하는 존재인 것입니다.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할 때에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나서면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듯이 인생 길을 갈 때도 바른 가르침에 의지하여 신심을 확고히 하여 계·정·혜(戒·定·慧) 삼학을 잘 지키고 닦아 나아가며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때 성불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을 말씀드리며, 그에 대한 한 가지 방편으로 팔정도(八正道)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옛말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에도 찻길이 있고, 배 운전에도 뱃길이 있듯이 도를 닦는 수행자에게도 가는 길이 있으니 그 정도가 바로 팔정도입니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불자로서 열반의 경지, 이상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8가지 바른 길이 있으니 그 가르침이 팔정도인데 팔성도(八聖道)라고도 하니 삿된 것을 여의므로 정(正; 바름)이라 하며 성자의 도이므로 성(聖)이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팔정도는 무엇인가 하면 첫째는 정견(正見)으로 올바르게 사제(四諦)의 도리를 보는 것인데 사제란 고(苦; 현실의 인생은 苦라고 관하는 것), 집(集; 고의 원인은 번뇌인데 애욕과 업을 말하는 것), 멸(滅; 깨달음의 목표, 이상의 열반), 도(道; 열반에 이르는 방법)입니다.
즉 인간은 사바세계에 태어나 사고(四苦; 생·노·병·사)와 팔고(八苦; 四苦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 증오하는 사람과 만나는 고통, 구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고통, 오온이 생기는 고통을 더한 것) 속에서 허덕이는데 그 고통의 근본은 스스로 일으킨 애욕과 애착에서 생긴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목표로 부지런히 애욕과 그로부터 생긴 어리석음을 없애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정사유(正思惟)로 올바르게 사성제의 도리를 마음 속에 깊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정어(正語)로 올바르게 말하는 것입니다. 넷째는 정업(正業)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정명(正命)으로 삼업(三業; 몸·입·뜻)을 청정하게 하며 올바른 이법(理法)에 따라 생활하는 것입니다. 여섯째는 정정진(正精進)으로 깨달음을 향해 도(道)에 힘쓰는 것입니다. 일곱째는 정념(正念)으로 항상 정도(正道)를 생각하고 삿된 생각(邪心)이 없는 것입니다. 여덟째는 정정(正定)으로 미혹(迷惑)이 없는 청정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정도를 깨달으신 인천(人天)의 스승이신 부처님을 의지하여서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실천해서 바른 깨달음을 얻는 것이 팔정도입니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팔정도로써 인생의 고통에서 범부로 헤매이다 고통 속에서 가느냐, 아니면 성인으로서 밝게 바르게 기쁨 속에서 생사를 초월하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마음의 운전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복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평생을 노력해도 진리와 계합되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바른 길을 알지도 듣지도 못해서 동을 서로 알고, 산을 들로 알고, 강을 바다로 알고 가기 때문에 일생을 가고도 목적지를 등지고 마는 결과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원각경(圓覺經)에 보면 “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고 사람은 바람을 보지 못하고 미(迷)하면 성품을 보지 못하고 깨치면 공(空)을 보지 못하느니라.”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똑같은 눈을 가지고 똑같은 것을 보아도 모든 것은 업이라는 안경을 통해서 보는 것이지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팔정도로 업을 닦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어리석은 존재로 밤을 낮이라 하고, 눈 가운데에 티끌이 들어간 줄 모르고 허공에 꽃이 피었다고 우기고, 자동차가 가는 것을 산이 간다고 우기고 멀쩡한 달이 쫓아온다고 우기고, 사대(四大; 지·수·화·풍)가 자신의 몸이라고 우기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어리석음을 벗어버리기 위해서는 오직 팔정도를 마음의 운전에 기본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가 운전을 잘 하려면 길눈이 밝아야 하듯이 마음의 운전도 잘 하려면 지혜의 눈이 밝아야 합니다. 그 지혜의 눈이 바로 팔정도의 주춧돌인 정견인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바로 보는 것에서부터 일체를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팔정도입니다.
이제 본 대회에 동참하신 회원님들이 자동차 운전에는 모두 달인(達人)인 것처럼 마음의 운전에도 도인(道人)이 되기 위해서 순간순간 숨 한번 들이쉬고 내쉴 때도 팔정도를 생각하며 팔정도에 맞게 하겠다는 각오를 이 자리에서 새롭게 다짐하여야겠습니다.
끝으로 총재로서 바람이 있다면 우리가 처음 교통의 도시 대전 광제사(구, 중앙불교회관)에서 창립할 때 ‘강원에서 제주까지’를 1차 목표로 해서 지금 강원도 원주시에서 제주도 제주시까지 15개 지회가 창립되어 이렇게 단합을 겸한 수련대회를 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2차 목표로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원을 세우고 내실을 기하면서도 통일 한국에 희망을 걸고 평화통일의 서원을 세워서 본 회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호국애민(護國愛民)의 전통을 지닌 우리나라의 불교정신을 본받아 이 시대를 보다 바르고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는 데 앞장서며 늘 부처님 전에 기도하며 팔정도를 닦아가는 불자로서 자동차 운전도 최고, 마음 운전도 최고인 멋진 운전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자동차 운전도 장애 없이, 마음 운전도 장애 없이, 찻길에서도 인생길에서도 즐거운 운전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길은 늘 다니는 자를 위해서 준비되어 있으니 자 모두 멋지게 한번 나아가 봅시다.

- 한국운전기사불자연합회 수련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