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선이란 무엇인가

淸潭 2008. 1. 12. 18:37

선이란 무엇인가

 

 

“순수하고 밝은 진면목 보는 것”

 

 ‘사유 하면서 닦아간다’는 의미

  마음 집중해 본래자리로 들어감

 

현대인은 우울하다. 어느 단체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우울증 증세를 느낀 적이 있으며, 그 원인은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꼽았다. 왜 그럴까. 이는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이 고단하고 피곤하다.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 운동과 취미생활, 음주가무를 즐겨보지만 이는 일시적인 위안에 그치고 만다.

그러면 이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방법이 없는가? 마음을 쉬면 여유가 생긴다. 마음을 쉬고 고요하고 평정하게 유지하면 진정한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 열린다. 마음의 여유는 내 자신의 당당함에서 나온다. 잘생겼거나 못생기고, 머리가 좋다거나 나쁘거나 하는 외형적 시비를 벗어나 나의 본래 품성을 찾아내면 나는 당당해 지고,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

그 걸림이 없는 자유인이 되는 길, 자기안의 무한한 능력을 보고 이를 끄집어내어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로 이끄는 것이 바로 선(禪)이다. 내 자신속에 순수하고 밝은, 깨끗하고 영롱한 생명이 간직되어 있다.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없는, 어떤 때는 있고 또 어떤 때는 없는 그런 것이 아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있는 그것, 바로 그것을 보는 것이 선(禪)이다.

선은 인도에서 탄생했다. 드야나(dhya-na)가 본래말이다. 드야나는 중국에서 선으로 번역됐다. 이는 일본에서 젠(Zen)으로 발음돼 서양에 소개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선(Seon)이라고 표기한다. 드야나는 사유수(思惟修)를 뜻한다. 사유하면서 닦아간다는 의미다. 그러나 어떤 사태에 직면해서 그것을 분석적으로 생각해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모아 집중해 들어가며 닦는 것을 의미한다. 고요하게 내면으로 깊숙이 들어가 마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결국에는 그 마음의 본래자리로 들어가야 한다. 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간화선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간화선은 화두와 내가 하나가 되어 모든 생각의 작용이나 판단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화두는 우리를 생각이 끊어진 자리로 인도하여 부처의 자리를 보게 해준다. 인도의 선이 어느 한 대상에 집중하여 차례차례 깊이 관찰해 들어간다면, 간화선은 단박에 마음의 본바탕으로 들어간다. 단번에 핵심, 알맹이로 들어가 깨닫는 것을 돈오(頓悟)라고 한다.

이러한 돈오의 가치를 최초로 표방한 선이 달마조사로부터 시작되는 조사선(祖師禪)이다. 간화선은 이 조사선의 정신을 그대로 잇고 있으며, 참선, 좌선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참선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나를 찾는 것이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는 나, 시시각각 변하는 내가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는 나, 즉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현실이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상대방이 내게 심한 상처를 주고 떠나는 냉혹한 현실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내가 왜 사는지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가 아닌 대상에 집착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나’를 보지 못하고 ‘대상의 틀에 덧씌워진 나’를 충족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선은 ‘내가 본래 부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식시켜주고, 현실 속에서 깨어있는 존재로 이끈다. 나를 확인하고 목적과 방향을 제대로 정하면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숫파니파타>

 

자료제공=조계종 출판사

[불교신문 2392호/ 1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