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10년 동안 300만 배 회향 박종린 법사

淸潭 2008. 1. 12. 18:00
10년 동안 300만 배 회향 박종린 법사
 
“‘전법’ 생각하며 절 했지요”
 
 

“숨어 있는 훌륭한 수행자들이 훨씬 많은데, 제 얘길 감히 어떻게 꺼내겠습니까. 불자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 뿐 입니다. 참다운 불제자의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수행자의 길을 함께 하고 있는 도반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한사코 겸손했다. 지난 2007년 12월 10년 동안 300만 배를 회향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수행단체 불력회의 박종린〈덕암·사진〉 법사는 “자랑할 일이 못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자기보다도 뛰어나고 훌륭한 수행자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수행하는 이를 찾기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힘든 세상에 그의 회향소식은 분명 남의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처음에는 100만 배를 목표로 시작했어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절하는 것이니까. 100만 배를 해보자고 결심했지요. 물론 개인적인 목표에서 시작한 것도 있지만 크게는 ‘전법’이라는 원력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동국대 역경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 법사는 하루 1000배를 108배씩 여러 번 나누어 틈틈이 해왔다. 처음에는 힘들어 보일지 몰라도 조금씩 나눠서 하다 보니 나중에는 하루에 1500배, 2000배까지 하게 됐다. 주말에는 꼬박꼬박 3000배에 나섰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6년 만에 애당초 목표였던 100만 배를 채웠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100만 배, 또 다시 2년 만에 100만 배를 채워 마침내 10년 만에 300만 배를 회향한 것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를 거르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죠. 때론 사람들과 어울리다 밤늦게 귀가하는 날도 있지요. 그럴 때는 밤 12시라도 꼭 남은 목표량을 채우고 잠을 청했습니다. 물론 힘들었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박 법사는 도반들이 있기에 자신의 도전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수행단체인 불력회를 이끌고 있는 박 법사는 매주 독서모임과 주말 3000배 모임 등을 통해 도반들과 수행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불력회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금 불교계는 분명한 위기입니다. 어디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저는 아직도 원을 세우고, 기도하고, 수행한다면 언젠가 불교계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 불교에 귀의할 수 있도록 전법사의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좌복 위에서 한 배 한 배 정성들여 108참회를 하는 이유다. 머그잔에 차를 따르며 미소 짓는 그의 얼굴이 아름답다.
정하중 기자


932호 [200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