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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왕 머물던 행궁·2.6㎞ 성곽 90% 복원

淸潭 2007. 10. 22. 08:53
왕 머물던 행궁 90% 복원 2.6㎞ 성곽 내년 마무리
 
역사 애환 담긴 남한산성 복원 7년째
1624년 남한산성을 축조할 때 지은 4개의 수어장대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수어장대의 모습. 수어청의 장관(將官)들이 군사를 지휘하던 곳으로 1972년 5월 경기도 유형문화재 1호로 지정됐다. [중앙포토]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1626년 축조된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조선시대 수도 한양을 지키던 산성으로 조상들의 이런 결연한 항쟁의지와 치욕이 담긴 곳이다.

 인조 14년(1636년) 병자호란 때 이곳으로 도피한 조정은 12만 대군을 몰고 온 청나라에 맞서 45일간 항쟁을 벌였다. 또 1895년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사건) 직후에는 일제에 맞서 김하락·박준영 같은 지사들이 이끈 의병들이 남한산성을 항쟁의 중심지로 쓰기도 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산성 안에는 임금이 궁을 나와 나들이할 때 머물던 행궁 같은 많은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그러나 1907년 일제가 이곳에 불을 질러 행궁은 잿더미로 변했고 성곽은 여름 수해로 곳곳이 허물어지거나 파헤쳐진 채 방치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이런 남한산성의 옛 위용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남한산성은 현재 경기도 성남·하남·광주시에 걸쳐 있고 성곽 길이만도 12㎞에 달한다.

 경기문화재단이 남한산성추진기획단을 만들어 2000년부터 482억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 한옥 단지와 관아거리·전통담장·탐방안내소가 들어서는 3만여㎡ 규모의 행궁 권역 조성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윤근일 추진기획단장은 “현재 복원사업이 90%가량 끝났다”며 "내년 말 사업이 마무리되면 연간 2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수도권 최대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곽·행궁 90% 정도 복원돼”=21일 오전 11시 경기도 남한산성 동문 주변. 인부들이 무너져 내린 성곽을 해체하고 지반을 보강한 후 성곽 돌을 쌓고 있다. 돌은 고고학자·역사학자·건축가의 조언을 받아 가공됐다. 성곽을 이루는 돌 하나하나는 조선시대 축조 방식대로 쌓고 있다.

 같은 시각 산성 내 옛 행궁 하궐 터에서는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궐은 임금이 정사를 보던 편전이다. 최근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보이는 기와 등이 한꺼번에 발굴돼 잠시 공사를 중단했다. 발굴조사가 끝나는 대로 하궐(154칸) 복원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2.55㎞ 구간에 걸친 성곽 보수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문∼동장대 구간 1.7㎞와 제2남옹성∼제3남옹성 구간(0.33㎞) 복원공사가 끝났다. 내년 말까지 제3남옹성~동문까지 0.52㎞ 구간의 공사도 마무리된다.

 상궐은 이미 복원이 끝났다. 변란에 대비해 임금이 피신해 머무른 내행전(임금의 거처)과 남북행각(임금 수행원이 대기하는 장소) 등 72.5칸의 상궐은 2002년10월 복원공사가 끝나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상궐 오른쪽에 있는 역대 임금의 위패를 봉안한 좌전(26칸)도 2004년 8월 복원공사가 끝났다. 이곳은 1907년 8월 일본군이 화약과 무기가 많다는 이유로 불태워 사라졌다가 복원됐다.

 ◆“산성 내 음식점·등산로 말끔히 정비”=경기도는 복원 사업과는 별도로 내년부터 산성 내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음식점 399개를 대상으로 간판을 정비하고 환경을 개선해 ‘찾고 싶은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기로 했다. 문화재 안내판을 입체감 있게 바꾸고 산성 내 역사관도 시대 상황에 맞도록 새로 단장하기로 했다. 산성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 계획이다.

 또 서울 강동·송파구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문 등산로(서울 마천동∼하남 학암동∼남한산성:길이 1.2㎞) 일대 로프 난간과 돌계단, 목재계단을 확충하거나 보수할 예정이다.

 이 등산로는 서울시가지 조망이 뛰어나 공휴일에는 1만 명 이상이 찾고 있으나 등산로가 훼손되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불편을 겪고 있다.



정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