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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무현 식 北風’의 노림수

淸潭 2007. 10. 13. 09:44


[사설] ‘노무현 식 ’의 노림수
 
 
노무현 대통령의 그제 기자간담회 발언은 그의 국가관과 대북관을 집약적으로 보여 줬다. 4800만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의 말이라고 우리는 믿고 싶지 않다. 숨겨 뒀던 친북 좌파의식을 마침내 시원스럽게 드러낸 것인지, 자작() 색깔논쟁으로 남남() 갈등전선()을 형성해 대선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것인지, 다시 탄핵 소동을 일으켜 또 한번 ‘재미’를 보겠다는 것인지, 그 어디쯤엔가 진실이 있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국정 상황을 소상하게 꿰뚫고 있고 체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과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권력자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폐쇄와 압제로 2300만 주민의 인권을 짓밟고, 굶어 죽게 만드는 독재자를 민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게 유능하고 확신에 찬 지도자가 주민들의 의식주 하나 해결 못해 세계를 향해 ‘핵 도박과 구걸 행각’을 벌이는가.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의사가 없다.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라고 말했다”고 소개함으로써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것처럼 말했다. 대통령은 김 주석의 유훈이 뭔지나 알고 그런 말을 하는가. 유훈은 ‘한반도의 비핵화’다. 북의 핵이 아닌 남의 핵, 곧 미국의 핵우산을 벗겨 내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입만 열면 하는 소리를 듣고 감명이라도 받았다는 얘기인가.

노 대통령은 “핵 문제에 한국이 끼어드는 것과 한반도비핵화 선언 등에 다 있는 것을 자꾸 꺼내는 것을 북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선언문에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 이행’이라고 언급했다”고 했다. ‘북핵 문제를 거론해 확답을 받아 오라’는 온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북의 눈치나 살피고 왔다는 얘기다.

10·4 공동선언에 명시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노 대통령은 “3자, 4자라는 것은 사실 나도 별 뚜렷한 의미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안을 다듬는데 그런 표현이 있어 물어 보니 북측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 별로 관심 안 가지고 넘겼다”고 했다. 사인() 간의 계약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선언문을 대통령이 의미도 모른 채 사인했다니 중대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헌법상 영토선이 아니고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도 아니다”라고 한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우리 장병들이 목숨으로 지켜 낸 NLL을 대통령이 앞장서서 허물겠다는 것인가. 무슨 이유로 반세기가 넘게 유지돼 온 NLL을 흔드는가. 수도권 방위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북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수준을 넘어섰다. 남은 임기 4개월 동안 또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 국민은 참으로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