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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정치인 조순형’

淸潭 2007. 10. 6. 16:02

갈림길에 선 ‘정치인 조순형"

 

 

조순형 의원. 6선(選)의 최다선 의원인 그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예비후보이다.

그는 기자들이 호감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첫째, 조 의원은 부정한 돈에 손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골프도 치지 않고, 호텔 음식점도 멀리한다. 어쩌다 자신의 기사를 마음에 들게 써 준 기자에게 대접한다 해도 여의도에서 설렁탕 한 그릇 같이 먹는 게 전부다. 또 그는 법률로,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치인이다. 국회 법사위의 단골 멤버인 그는 상임위나 본회의를 빠지는 법이 없다.

“조순형 의원이 안 보이면 국회 도서관으로 찾아가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에겐 이건 뉴스도 아니다. 틈만 나면 국회 도서관 5층에 가서 책과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 작년 7월 서울 성북을 재·보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국회에 복귀하자마자 노 대통령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편법지명’ 대특종을 터뜨렸다. 조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헌재 소장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임명하도록 법에 명시돼있기 때문에, 재판관을 이미 사퇴한 전 후보자는 (재판관으로) 재임명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헌재 소장이 될 수 없다”고 문제제기, 헌재소장 후보 사퇴 파동을 가져왔다. 법의 위헌성을 다루는 헌재 소장이 ‘위법 지명’될 수 없다는 지적에 노 대통령도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공부하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더구나 그가 정치부 기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다름 아니다. 항상 중요 현안에 대해 ‘준비된 취재원’이기 때문이다. 그의 비판 대상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정치적 DNA가 이어지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충남 천안출신인 그의 부친은 조병옥 박사이다. 또 이미 고인이 된 조윤형 전 의원은 그의 형이다. 3부자 국회의원 기록을 갖고 있는 집안 출신인 것이다.

    조 의원은 그럼에도 미니 정당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참담한 실패’를 하고 있다. 지난 9월29일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인제 후보의 ‘조직동원’ ‘금품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경선에서 한발 뺀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 경선은 조순형 없는 선거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경선캠프도 돈 적게 쓰기 위해 당산동의 지하실에 세 들고, 3500원짜리 백반집 식사를 하면서 모범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그에게 왜 사람이 꼬이지 않는 걸까.

     
  • ▲ 김민배 정치부장
  • 그는 지금 “동교동과의 싸움에서 졌다”고 외치고 있다. 햇볕정책조차도 잘못됐을 때는 과감히 비판한 자신에게 DJ가 보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舊) 동교동 세력이 이인제 후보로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요소가 왜 없으랴?

    그러나 조 의원의 실패에서 우리는 보다 더 중요한 교훈 하나를 읽어낼 수 있을 듯하다. 대권(大權)을 꿈꾸는 지도자는 대중 속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가 서슴없이 비판했던 DJ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서생적(書生的) 문제의식과 ▲시장상인의 현실감각, 두 가지를 든 바 있다. 조 의원은 홀로 공부하고, 사색을 즐기는 ‘1인거사형’ ‘선비형’ 정치인의 전형이었다.

    ‘패거리 정치’ ‘전화걸기’ ‘상갓집 찾기’ ‘사람들과 술잔 부딪히며 어울리기’ ‘상대방 속여먹기’ ‘대중 흔들기’ 등 상인적 길을 걷기에는 그는 너무 다른 길을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