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착한 여고생들을 칭찬해주세요”
입력 : 2007.08.01 00:33
- 대구 주한 미8군 기지 내 캠프워커병원 응급실에서 군무원으로 일하는 류영봉(75·대구시 남구 봉덕2동)씨는 지난 19일 지하철역에서 낯선 여고생 2명이 베푼 친절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류씨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두 여고생의 아름다운 마음을 알리기 위해 ‘그날의 일’을 편지로 써서 본지에 보내왔다. 다음은 편지 전문(全文).
조선일보 사회부장님께
2007년 7월 19일 오후 5시30분쯤 지하철을 타고 2호선 대구은행역 출구를 나올 때 아침에는 안 오던 여름철 장맛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는 비도 오지 않았기에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막상 비를 맞고 나서야 후회스러웠습니다.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는데 그때 어린 여학생 둘이 나에게 다가서더니 “할아버지 이 우산 쓰세요” 하지 않는가. 나도 집에 같은 또래 손녀, 손자가 있지만 분명 우리 집 손녀는 아니었습니다.
우산은 비에 함빡 젖은 여학생이 쓰던 우산이었습니다. 나에게 우산을 건네주던 그 여학생의 머리 위에는 빗방울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놀라면서 “나에게 우산을 주면 너는 어떻게…?” 하며 말했지만 학생의 ‘말’은 “전 괜찮아요. 친구 것을 함께 쓰면 됩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칠십’ 평생 처음 이처럼 감동적인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소녀를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아이의 부모님들은 어떤 분들인가 하고 생각합니다.
다만 나에게만 친절을 베풀어서가 아니라 이런 마음씨를 가진 학생이라면 우리나라를 안심하게 짊어지고 나갈 훌륭한 일꾼이라고 믿고 또한 우리 대한민국 앞날이 밝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근래 와선 흔히 말하기를 경로사상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이 두 여학생처럼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있는 한 걱정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착한 두 여학생의 뜻을 저 혼자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이런 착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려 이렇게 글 올리는 바입니다.
뜻이 고마워 인적 사항만 알려달라고 간청해도 안 알려주기에 그럼 나도 이 우산을 받을 수 없다고 했더니 그제야 이름과 학교를 알아내었습니다.
경대사대부속고등학교 2학년9반 유영미, 또 한 여학생의 이름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훌륭한 교장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 밑에서 배운 학생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여깁니다.
이 두 학생을 많이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7년 7월 21일
대구시 남구 봉덕2동 1141 효성타운 203동 206호
柳榮鳳(류영봉) 拜上(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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