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해외관광지

천국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비상구

淸潭 2007. 4. 20. 11:13
 

 

천국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비상구  `필리핀 보라카이&팔라완`

 

 

 

 

오래전부터 보라카이에 가고 싶었다. 바다가 그렇게 좋단다. 보라카이의 화이트샌드 해변에 앉아 ‘죽도록’ 아름답다는 오렌지색 석양을 보면서 산 미구엘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천국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열도의 태양은 뜨거웠고, 까띠끌란 선착장에는 이미 수많은 여행자로 북적이고 있었다. 양쪽 옆으로 날개를 단 벙커(Banker)는 보라카이로 가려는 사람들을 쉴 새 없이 태워 나르고 있었다. 보라카이까지는 배로 15분 거리. 날씬한 벙커는 속력을 내며 빠르게 섬으로 다가갔다. 바다를 들여다보다가 울렁증이 일어날 뻔 했다. 수면에 부딪혀 부서진 햇볕은 바다를 말캉거리는 젤라틴처럼 보이게 했다. 그 반짝임에 눈이 부셨고, 속이 울렁거렸다.

여기가 바로 그 천국이로군, 배에서 내린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을 겁내지 않는 아이들이 바다 속에서 춤추고 있다. 키 큰 코코넛나무와 희고 고운 모래는 여느 동남아 휴양지의 그것보다 더 선명하고 생생한 컬러로 눈에 들어왔다.

양쪽이 뭉툭하고 가운데 부분이 날씬한 보라카이는 마치 ‘개뼈다귀’처럼 생겼단다. 섬 끝에서 끝이 덜렁 7km, 보라카이의 자랑거리 화이트샌드 해변은 서남쪽에 4km에 걸쳐 펼쳐져 있다. 화이트샌드 해변에서 반대편 해변까지는 1km. 걸어서 15분이면 섬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다. 동쪽의 불라복 해변은 보드세일러들의 집합장소다. 11월부터 3월까지의 피크 시즌에는 전 세계에서 보드세일러가 몰려든다.

숙소는 바랑가이 마녹마녹(Barangay ManocManoc) 지역의 언덕에 있는 ‘만다라 스파’(www.mandalaspa.com)로 잡았다. 12개의 빌라만이 있는 조용한 공간이다. 리조트는 온통 자연소재로만 지어졌다. 짚으로 이은 지붕과 티크재의 바닥, 아치형의 나무 천정은 자연스럽다. 섬세한 피어싱과 세공으로 마무리한 독립형 헤드보드를 가진 침대와 가구는 고급스럽다. 발코니에 서면 대나무로 둘러쳐진 울타리가 프라이빗한 생활을 보호하는 정원과 연결된다. 만다라 스파 객실의 백미는 바로 욕실이다.

스파 프로그램을 강조하는 리조트이다 보니 침실과 욕실의 넓이가 거의 같은데, 검은 화강암 타일과 매끄러운 욕조는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욕조에서 문을 열고나서면 돌담 아래 따로 하늘이 뻥 뚫린 샤워부스가 마련돼 있다. 붉고 흰 꽃을 띄워 놓은 욕조에 들어 앉아 좋은 향기의 보디 워시로 목욕을 하고나니 기분이 산뜻해 졌다.
 

 

바다 액티비티의 천국
리셉션에 부탁하니 화이트샌드 해변까지 데려다 줄 트라이시클을 불러 준다. 보라카이 섬 안에서는 자동차를 볼 수 없다. 높은 건물도 없고 길도 자동차가 지날 수 없을 만큼 좁다. 때문에 대부분 교통수단은 트라이시클. 오토바이 옆에 네 명쯤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붙여 놓았다.

리조트에서 비치까지는 5분 정도 걸린다. 요금은 낮에는 50페소, 밤에는 75페소 정도다. 섬이 콧구멍만하다 보니 대략의 요금은 있지만 여행자들은 미리 요금을 흥정하는 것이 좋겠다.

비치는 이름 그대로 희고 고운 모래사장을 자랑한다.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는데, 어찌나 즐거운지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모래사장 뒤편에는 튼튼한 코코넛 나무가 도열해 있고, 그 너머로는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 바와 다이빙숍이다. 보라카이의 바다는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다. 다이빙숍이 특히 많은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숍도 8개나 되고 기초 교육을 위해 풀장을 갖춰놓은 곳도 있다.

2~3일 정도면 이론 교육과 실습을 거쳐 오픈 워터(Open Water)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비용은 대략 USD 100~150 정도다. 해변 중간의 ‘Party House Diving Resort'가 한국 여행자에게 인기 있는 다이빙숍이다.

천국에 왔는데 무엇에 얽매이겠는가. 볕 뜨거운 낮에는 코코넛 나무 그늘 아래 벌렁 대(大)자로 누워 살랑대는 바람 느끼며 낮잠을 자거나 비치 아무 곳에서나 받을 수 있는 스트리트 마사지사에게 몸을 내주면 된다. 열도의 휴양지에서는 약간의 일탈 정도는 허용하는 법. 레게머리로 깜짝 변신을 해도, 우리 돈으로 6000~8000원밖에 안 된다, 도마뱀 무늬의 헤나를 몸에 새겨 넣는 것도 재미나다.

태양을 피하다 갈증이 난다면 제1 선착장(station1) 부근의 요나스 셰이크(Jonah's Shake)를 찾아간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셰이크를 파는 곳이라 생각될 만큼 끝내주는 셰이크를 맛볼 수 있다. 상큼한 망고나 레몬 셰이크, 가슴속을 왕창 얼려줄 커피 셰이크 강력 추천.  60~150페소 선이다. 24시간 운영한다고 간판에는 표기되어 있지만 열고 닫는 것은 주인 마음대로란다.

 

파티장으로 변신, 보라카이의 밤
밤의 비치는 그 자체로 파티장이 된다. 해가 기울면서 바와 레스토랑은 해변까지 진출한다. 나무들은 멋들어진 조명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밤의 해변은 한결 낭만적이다.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를 놓은 곳도 있지만, 모래사장에 커다란 돗자리를 펴고 폭신한 방석과 테이블을 놓은 좌식 바(Bar)가 펼쳐지기도 하다.

테이블에서 일렁이는 촛불과 종알거리며 쏟아지는 하늘의 별에 정신이 어지럽다. 알코올에 취하기 전에 분위기에 취해버리니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를 비로소 알겠다. 금요일 밤은 해변이 한결 흥청거린다.

바에서 내세운 필리피노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곳곳에서 열린다. 남자든 여자든 어찌나 한결같이 노래를 잘하는지 아무래도 필리핀 사람들의 성대는 민족 자체의 ‘유전’인 듯싶다.  

제2 선착장과 제3 선착장 사이의 '찰스(Charl's)'라는 이름의 바는 밤에만 문을 여는 핫 스폿. 원형의 코티지바 형태로 돼 있는데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에게 인기 만점이란다. 저녁 8시부터 11시까지는 ‘해피 아워’로 맥주 두 병을 시키면 한 병을 공짜로 주는 이벤트를 연다.

보라카이에서는 사탕수수로 만든 필리핀 맥주인 산 미구엘을 맛보아야 한다. 마트에서는 30페소, 우리 돈으로 600원 정도다. 물론 바나 레스토랑에서는 조금 더 비싸다. 생맥주가 그립다면 망고레이(Mango-Ray) 리조트 1층의 바로 가면 된다. 보라카이에서 유일하게 드래프트(Draft) 맥주를 파는 곳이다. 리젠시 리조트 옆의 ‘코코망가스(CoCo Mangas)’는 보라카이 유일의 클럽이다.

밤 9시 넘어서야 본격적인 클럽 모드로 변신하며 가끔 한국 댄스음악도 들려온다. 오픈바 형식으로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흥겹다.  
      
비치 중간 즈음의 ‘디 몰(d-mall)'은 재미난 쇼핑의 거리다. 예전에는 저렴한 기념품과 식료품을 파는 재래식 시장이었는데, 옆길에 새로운 쇼핑 거리가 생겨나면서 규모가 훨씬 커졌다. 필리핀의 예술가는 죄다 보라카이에 살고 있는지 직접 셔츠에 그림을 그려 넣어 파는 사람도 많다. 유럽 여행자들이 홀딱 반한다는 골동품 상점하며 램프셰이드, 손으로 만든 액세서리와 가방, 리조트룩을 파는 숍이 가득하다. 가격도 저렴해 부담이 없다.

 

필리핀의 보석, 팔라완 클럽 파라다이스
강렬한 오렌지 빛 석양의 보라카이 일몰을 가슴에 품고 또 다른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길. 팔라완의 부수앙가(Busuanga) 공항에서 지프니(트럭을 개조해 만든 차량)와 벙커를 번갈아 타고 도착한 작은 섬은 이름부터 ‘파라다이스’이다. 팔라완은 필리핀 내에서도 가장 자연이 살아있는 곳으로 꼽힌다.

일단 바다색이 예술이다. 바다만 놓고 보자면 보라카이보다도 한 수 위다. 아무 생각 없이 눈 딱 감고 뛰어 들어 휘휘 헤엄치고 싶은 색깔이다.

배가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마중 나온 선원들은 환영의 노래를 부르며 손님을 맞는다. 한 바퀴 휘 도는데 고작 30분 쯤 걸리는 작은 섬은 그 자체가 리조트이다. 리조트의 룸은 모두 60개. 그 중 45개를 일반 여행자가 사용할 수 있다.

아파트형 빌라와 독립된 코티지로 나뉘는데 선라이즈 해변의 코티지에서는 일출을, 뒤편의 선셋 해변에서는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으니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코티지는 외형만 본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다.

양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룸은 지극히 간결하고 간소하게 꾸며졌다. TV도 없고 일부 룸은 아예 전화도 놓여있지 않다.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진 몸이 처음 반나절쯤은 불편함을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불편은 잠시뿐. 자연으로 되돌아간 몸은 한없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리조트에서 숙박을 하면 모든 것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푸른 바다를 누비는 액티버티를 빼놓을 수 없다. 다이빙 센터에 미리 예약을 하면 이론부터 차근차근 교육을 받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아일랜드 호핑투어도 즐겁다.

도시락을 실은 벙커를 타고 이웃 섬으로 놀러가는 프로그램인데 대단히, 감동적인,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온갖 신기하게 생긴 산호나 물고기와 놀거나, 낚시를 즐기거나, 시 카약과 바나나 보트 등을 즐기거나, 원하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여기에 팔라완에서만 볼 수 있다는 듀공(Dugong)을 찾아가는 투어도 있다. 일명 ‘바다코끼리’라고 불리는 듀공은 300kg 내외의 머리 부분이 하마처럼 생긴 동물. 몸집과는 달리 매우 순하고 식물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가까이 가도 안전하단다. 스노클링만으로도 볼 수 있으며 다이빙을 즐기며 듀공과 함께 헤엄칠 수도 있다.

하루 종일 바다를 휘젓고 다녔더니 다시 해가 진다. 붉고, 붉은 태양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잠깐의 황홀 뒤 섬은 어둠에 휩싸인다. 내일은 해변의 해먹에 누워 건들거리며 하루 종일 게으름이나 피워봐야겠다.

 

way
보라카이 가는 길

마닐라 국내선 공항에서 ‘via SEAIR'(http://flyseair.com)을 이용해 까띠끌란 공항으로 간다. 보라카이는 작은 섬이기 때문에 이웃 큰 섬의 공항을 이용한다. 까띠끌란까지는 거의 매시간 항공편이 있다. 마닐라↔까띠끌란 간 국내선 운임은 대략 USD 160 선. 1시간 정도 걸린다. 필리핀 국내선 1인당 짐 무게는 10kg로 제한되기 때문에 그 이상이 되면 1kg당 34페소의 요금을 따로 물어야 한다.  

클럽 파라다이스 가는 길
마닐라 국내선 공항에서 1일 4~5회 부수앙가(Busuanga)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한다. ‘via SEAIR'(http://flyseair.com) 또는 ’ASIAN SPIRIT'(www.asianspirit.com) 항공사가 왕복 운항한다. 1시간 소요. 보통 19석의 경비행기를 이용하는데 역시 1인당 반입 휴대품 10kg이라는 제한이 있다. 가능한 일찍 입국 수속을 마칠 것. 자칫 다른 사람들이 먼저 많은 짐을 싣게 되면 본인의 짐을 다음날 현지에서 받게 될 수도 있다.

eat
보라카이의 음식은 간단한 편이다. 숯불구이 치킨이 통상적인 요리이며 최근에는 일본인 여행자의 영향으로 생선회도 맛볼 수 있다. 고기와 채소, 양념을 취향대로 고른 후 즉석에서  철판에 요리해주는 몽골리안 BBQ는 한번쯤 맛볼 만하다. 특히나 대부분의 리조트는 자체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며 필리핀 고유의 음식은 물로 국제적인 요리까지 제공한다. 작은 간이음식점들은 섬 전체에 즐비하다. 한 끼에 300페소 정도면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다.

환율과 환전
대략 1페소에 20원 선. 한국에서 환전해 나가는 것이 좋다. 아니면 최소한 마닐라 공항에서라도 해야 한다. 보라카이 내에서도 원화 환전이 가능하지면 환율이 좋지 않다. 보라카이에서 쇼핑을 할 때는 신용카드 사용은 엄두도 내지 말 것. 수수료가 7%에 이르기 때문에 카드 고지서를 보고 거품을 물 수도 있다. 현금 사용을 권장한다. 디 몰 내에 ATM 기기가 있다.

여행상품
스파풀닷컴(www.spapoolvilla.com)에서 보라카이 만다라 스파리조트와 팔라완 클럽파라다이스 상품을 판매한다. 만다라 스파리조트에는 풋 배스와 마사지 플로럴 배스로 구성된 120분짜리 스파프로그램이 포함됐다. 가격은 146만원. 팔라완 클럽파라다이스 상품에는 비치프론트 객실에서의 2박과 오일마사지, 로맨틱 디너와 와인 등이 포함돼있다. 149만원. 두 상품 모두 마닐라(1박)-보라카이 또는 팔라완(2박)-마닐라(1박)로 구성된 4박5일 상품이다. 02-778-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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