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수필등,기타 글 921

가을의 문턱에서

가을의 문턱에서 嗒然忽忘吾 / 탑연홀망오  무심히 문득 나를 내려놓으니妄吾事更無 / 망오사갱무  나를 미혹하는 일 더 이상 없네荷叢露已滑 / 하총로이활  연밭에 이슬 미끄러져 내리더니蘭葉秋先枯 / 난엽추선고  난초 잎은 가을에 먼저 시드네繞壁蟲聲亂 / 요벽충성란  풀벌레 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는데含山月影孤 / 함산월영고  산을 머금은 달그림자 외롭네白鷗舊時約 / 백구구시약  흰 갈매기와 옛 약속 지키러仍復在江湖 / 잉부재강호  다시금 강호에 돌아와 앉았노라萬斛胷中事 / 만곡흉중사  마음속 천근만근 근심도淸宵一點無 / 청소일점무  맑은 밤엔 한 점 남아 있지 않네正能疏濯淖 / 정능소탁뇨  바로 세속의 때 씻어낼 수 있으니豈欲辨榮枯 / 기욕변영고  영고성쇠를 어찌 따지고 싶으랴鶴睡堦還凈 / 학수계환정  학이 ..

옛날의 속담

옛날의 속담 이불 생각하고 발 뻗는다.[量吾被 置吾趾]무슨 일이건 제 힘을 헤아려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불은 짧은데 발을 뻗으면 발이 반드시 밖으로 나올 것이다.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가 꺾인다.[惜一瓦 屋樑挫]시작을 조심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 재앙을 만난다는 말이다. 새벽달 보려고 초저녁부터 앉았다.[看晨月 坐自夕]때를 맞추지 못하고 너무 일찍 서두르는 것을 말한다. 새벽달이 보고 싶으면 새벽에 일어나도 될 것이다. 말 가는 곳에 소도 간다.[馬行處 牛亦去]재주는 지속(遲速)에 달린 것이 아니라 힘쓰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외나무 다리에서 원수를 만난다.[獨木橋 冤家遭]일이 공교롭게 만난다는 말이다. 모자(帽子)가 커도 귀는 짐작한다.[大帽子 斟酌耳]일이 혹 지나치더라도 반드시 한도가 있다는 것..

지식인의 진짜 책무 / 김민식

지식인의 진짜 책무 / 김민식 어려서 아버지에게 맞은 이야기를 책에 쓰면 사람들이 묻는다. “아버님께서 그걸 보고 뭐라 하지는 않으세요?” 아버지는 책을 읽지 않는다. 아들이 누적 판매량 20만부를 돌파한 나름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아들 책도 안 본다. 아버지가 평생 책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마음 놓고 쓴다. 반대로 어머니는 책을 참 많이 읽는다. 팔순의 나이에도 아들의 새 책이 나오면 몇날 며칠이고 앉아 필사를 하신다. 기억력도 좋아 수십년 전의 잘못도 잊지 않고 내내 곱씹는다. 책을 전혀 안 읽는 사람과 너무 많이 읽는 사람이 같이 살면 누가 불행할까? 안타깝게도 더 불행한 건 어머니였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말로 당해내지 못했다. 다독가인 어머니는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언어를 벼렸다. 말싸움을 ..

"애국가 버리란 김원웅, 일장기 든 광화문 다 미쳤다"

[진중권의 퍼스펙티브] "애국가 버리란 김원웅, 일장기 든 광화문 다 미쳤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26 00:49 수정 2020.08.26 10:18 | 종합 28면 지면보기 PDF인쇄기사 보관함(스크랩)글자 작게글자 크게 SNS 공유 및 댓글SNS 클릭 수545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SNS 공유 더보기 핀터레스트URL 복사SNS 공유 더보기 닫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원웅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쓸데없는 발언을 했다. 이승만이 ‘친일파와 결탁’했으며 안익태는 ‘민족반역자’였다는 것이다. 개인의 견해라면 존중할 수 있다. 심지어 그의 견해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발언의 화용론적 맥락이다. 제 개인적 견해를 공식행사에서 공인의 자격으로 발화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

七夕

오늘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 만나는 음력 7월 7일 칠석(七夕)날이네요. 칠월칠석에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만남에 기뻐하며 흘리는 눈물로, 다음 날 내리는 비는 이별에 슬퍼하는 눈물로 여긴답니다. 이러한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까마귀와 까치들은 해마다 칠석날에 이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하여 하늘로 올라가 다리를 놓아 주었으니 그것이 곧 오작교(烏鵲橋)이라 합니다. 또 까마귀와 까치는 이날 다리를 놓느라고 머리가 모두 벗겨지게 된다고 하네요.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을 되새겨보았습니다

8.15에 나는 가슴을 친다 / 김동길

8.15에 나는 가슴을 친다 1945년 8월 15일, 나는 열여덟 살의 젊은이였다. 일본과 연합군 사이에 벌어진 태평양 전쟁 말기라 나는 상급학교에 갈 꿈을 접고 이미 따놓았던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평안남도 한 시골학교에 취임하여 3학년 담임이 되었다. 일본인 교장이 나를 단 위에 세우고 전교생에게 소개해주던 그 날은 4월 초의 찬란한 봄날이었다. 일본이 엄청난 전쟁을 일으키고 패전에 패전을 거듭하는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그들은 우리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고 최후의 승리가 멀지 않았다는 거짓된 선전만 되풀이 하였다. 그러던 일본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일본 천황은 연합국에 대하여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였고 천지개벽과 맞먹는 엄청난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우리는 한반도가 분단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소련군 ..

이러단 나라가 망하겠다 / 김동길

이러단 나라가 망하겠다 고종이 등극하고 이듬해인 1864년 대원군 이하응은 전국의 서원중에서 47개만을 남기고 모든 서원을 철폐하라는 명을 내렸다. 폐지 당한 서원에서 공부하던 젊은 서생들이 가만있을 것 같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된 대원군은 몇 사람을 지방에 보내 민정을 시찰하게 하였다. 서원 철폐로 지역사회의 선비들이 조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 본 대원군은 돌아온 정보원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선비들이 조용하더냐?” 지방의 유생들의 반응을 살피고 돌아온 이하응의 사람들은 그렇게 보고하였다. “매우 조용합니다” 대원군이 안색을 붉히며 “그게 사실이냐”고 되물으니 한결같이 “그렇사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때 대원군은 자기의 무릎을 치며 “이러다간 나라가 망하겠구나, 전국의 서원들을 소수만 남기고도 젊은 ..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 김동길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역사를 보는 눈이 한결 같을 수는 없다. 미국의 남북전쟁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반면에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유니온을 탈퇴하여 한 나라를 둘로 갈라놓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북을 향해 무력저항으로 일관한 남쪽이 패망하였기 때문에 오늘의 미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계속 노예제도가 용납되는 미국이었다면 미국이 오늘처럼 역사상에 큰 몫을 담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링컨 같은 지혜로운 사람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패배한 남부의 지도자들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아무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자”라고 주장하면서 패망한 남부를 껴안으려고 노력하였다. 링컨은 비록 잘못된 판단이기는 하였지만 당시 남부의 지도자들을 존중하는 것이..

정치도 도박인가 / 김동길

정치도 도박인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첫 모임인 6월 오클라호마 주 털사 집회에 이어 7월 11일(현지 시간) 뉴햄프셔 주 포츠머스에서 두 번째 정치 집회가 있었는데 이 때에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한사코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었다. 수만 명이 집결하는 군중집회를 큰 경기장에서 개최한다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반대의 소리가 높았지만 정치도 일종의 도박이라고 믿고 살아온 트럼프는 이 어려운 때 “코로나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맞붙어보자”라는 의도로 착수하여 그 무더운 여름 날 정치에 관심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로 그 장소에 운집 시켰지만 공화당 본부가 예상한 것 같은 많은 숫자는 아니라는 평이 이미 나돌고 있다. 정치 도박에 흥미를 가지..

대통령이 계속 부추기는 권투시합 / 김동길

대통령이 계속 부추기는 권투시합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만큼 웃기는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법무부 산하 법무 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는 27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고검장들에게 분산시키는 권고안을 내놨는데 ‘허수아비’가 된 검찰총장은 ‘검찰 행정, 사무’만 담당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내가 보기에 윤석열과 추미애의 싸움을 계속 하게 만드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때 그에게 사령장을 주던 문재인의 표정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신임 검찰총장은 사법 전반에 걸쳐 부정부패와 잘못된 관습을 처리해 달라는 부탁이 그 표정에 담겨 있었다. 그런데 조국이라는 어느 대학의 교수 한 사람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는 자체가 적폐의 하나이었는데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