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진짜 책무 / 김민식 어려서 아버지에게 맞은 이야기를 책에 쓰면 사람들이 묻는다. “아버님께서 그걸 보고 뭐라 하지는 않으세요?” 아버지는 책을 읽지 않는다. 아들이 누적 판매량 20만부를 돌파한 나름 베스트셀러 작가인데, 아들 책도 안 본다. 아버지가 평생 책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마음 놓고 쓴다. 반대로 어머니는 책을 참 많이 읽는다. 팔순의 나이에도 아들의 새 책이 나오면 몇날 며칠이고 앉아 필사를 하신다. 기억력도 좋아 수십년 전의 잘못도 잊지 않고 내내 곱씹는다. 책을 전혀 안 읽는 사람과 너무 많이 읽는 사람이 같이 살면 누가 불행할까? 안타깝게도 더 불행한 건 어머니였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말로 당해내지 못했다. 다독가인 어머니는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언어를 벼렸다. 말싸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