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古典散文 271

고전 최고의 모험 서사, 열하일기

고전 최고의 모험 서사, 열하일기 1780년 5월 25일, 재야의 한 백수 선비는 마침내 간절히 바라던 북경 유람을 향해 길을 나섰다. 명목은 사행단의 총 책임자인 팔촌 형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이었지만, 백수의 선비에겐 몰래 품은 간절한 꿈이 있었다. 당시 최고 강대국인 중국의 제도와 문물을 꼼꼼히 살펴 조선에 적용하여 낙후된 현실을 타개하고 도그마에 빠진 폐쇄적인 제도와 규범을 뜯어고치고 싶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조선은 기술 수준이 낮았고, 백성들은 굶주렸으며, 사상의 자유가 없었다. 유학은 종교 이데올로기가 되어 있었으며 사대부들은 도덕만을 앞세우다가 실제의 삶을 외면했다. 답답한 조선의 현실을 바꿀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것은 저 중국의 발달한 제도와 문물을 이용해서 조선의 삶과 제도를 바꾸는 일이..

만나지 못한 친구

만나지 못한 친구 ‘만남’을 뜻하는 한자는 제법 많다. 우(遇), 봉(逢), 조(遭), 해(邂), 후(逅) 등등 소위 ‘책받침(辶)’이라는 부수가 들어가는 이런저런 글자들이다. 그런데 이 글자들의 공통점이 있으니 모두 ‘우연히 만나다’라는 뜻이다. 요즘에는 누군가를 만나려면 으레 미리 전화해서 약속을 잡거나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면 된다. 이런 세상에 길에서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드문가. 하지만 통신 수단이 별로 없던 옛날에는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약속을 잡아 만난다는 건 불가능했으며, 혹여 사는 곳을 찾아가더라도 운이 없으면 만나지 못하는 일이 십상이었다. 그래서 유비(劉備)도 세 번이나 제갈량(諸葛亮)을 찾아가면서 역사를 써야 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만남’이란 대부분 필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