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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내 아내의 어법연구 4

淸潭 2007. 2. 4. 15:38



    내 아내의 어법연구 4



        부부싸움이 진정 칼로 물베기인가? 옛날 말쌈중 부부쌈얘긴 내겐 결코 틀린 것같다. 내 부부 싸움은 칼로 베기는 맞는데 내가 물이 아니다. 나는 피도 흘리고, 감정이 온전히 살아있는 동물이다. 진정 아내는 내가 물로 보이나? 난 죽었다 깨어나도 물이 될 수가 없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되 나는 나다. 아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회칼로 다가와 내 두부살같은 연한 정강이와 가심살을 도린다. 난도질 당한 내 몸은 천갈래 만갈래 걸래가 되문서 통곡을 하지만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살이 썩을까봐 이내 곧 알콜로 소독을 한다.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으니 알콜이 최소한 2~3병은 족히 들어간다. 2병 이상은 먹어야 술병이 부딧치는 청량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시절들이 1기였었다면 지금은 2기다. 1기 생활을 질질 1년 이상 끓었다면 아마도 폐인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근데, 내가 누군가..자타공인 기름종개가 아니더냐.. 이래저래 고수의 아내를 모시고 살면서 상대적으로 일취월장 내 내공도 어느덧 많이 성장했다. 내 방어능력도 좋아지고, 작전도 한결 세련되고, 구렁이도 키우고, 신무기도 개발해서 어느땐 눈에 베는 게 없는 날도 있었는지 그 무서운 아내한테 미친 척 대들며 선제공격도 불사했다. 지금이야 물론 역전되어서 내가 백전백패백깨갱이지만 서로의 아킬래스건은 건들이지 않고 어느 정도 연민의 정으로 버틴다. 아내는 그래도 나보다는 겁이 많고, 미련이 많다. 나는 알면서 져주고, 아내는 알면서 속아준다.... 갑자기 군대시절이 생각난다. 155마일 전선을 지키다 온 것은 아니지만 포병대대 측지반에 있었으므로 좌표작업을 하기 위해 철책 OP(산꼭대기)지역을 많이 돌아다녔었다. 그 때의 영상이 지금 쓸쓸함으로 다가왔다. 휴전선...온통 회색빛이였다. 황량한 들판은 말이 없다. 허나 그 들판의 바람은 말보다 무척 차고 쎘다. 아내와 난 요즘 휴전상태, 소강상태이다. 그 휴전선의 철책처럼 아내와 난 장막을 드리웠다. 이젠, 아무런 감동도 없는 멍한 아내의 눈이 휴전선의 철책선과 오버랩 되면서 나를 조여 온다. 그래도 모든 면으로 비교하면 내가 북한이고 아내가 따뜻한 남쪽나라로 해야만 한다. 두 딸들도 다 지 에미편만 든다. 어쩌자는 딸들인가? 지 애비알길 개떡으로 안다. 잠을 자다 어떤땐 세 여자에게 포위당해 맞아 죽는 꿈을 꾸다가 식은땀에 흠뻑 젖어 깨곤 한다. 이건 가족이 아니라 다 공포의 대상이다. ㅎ 경계선에서 서로 침범은 안하고, 보초만 잘 서고 있으면 되지만 부족한 것이 많은 나로서는 면담요청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원조도 잘해주고, 차관도 잘해주면 별 탈없이 지내지만...배탈, 머리탈..탈도 많아 투정을 부리면 아내는 언젠가 성을 간다는 것을 안잊어 먹고는 "어이 최씨?"하고 부른다. 어감이 좀 이상해 최씨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면 성을 간대는 사람 그래도 아직 성을 안 갈아서 존칭을 붙혀 부르는데 왠 투정이냐고 한다. 하여간 싫으니 '최씨'라고 부르지 말라하면 더 뻔질나게 부르더니 아예 내별명을 고상하게 하나 만들었단다. 짜증만 늘어가니 '최짜증"이라 하고, 웃기는 소리만 하니 '웃기는 최짜장'이라 하면서 나는 이제 메뉴가 짜장이 되었다. 하기는 짜장도 감지덕지다. 그래, 우짤래..난 짜장에도 고춧가루 뿌려 먹는다. 그러더니 그 짜장이 요즘 하이에나로 변신했다. 눈치밥을 먹다보니 나 먹는 것 건드리면 물린다. 눈치밥처럼 글케 맛있는 밥도 없다. 가을은 천고하이에나비의 계절이라 했든가.. 날씨가 제법 선선해지면서 약간의 포기와 체념과, 평심을 찾으니 모든 것이 다 먹는 것으로 보인다. 뒤돌아 서면 배만 고프다. 입덧도 없는 데 괜히 순대가 먹고 싶고, 시거운 것이 먹고 싶고, 매콤하고 상큼한 뭐가 먹고 싶다. 먹는 것은 개도 안 건드린다. 내 아내는 무슨 음식이건 좀 남으면 자네가 먹어 치우라고 한다. 글타고 내가 무슨 여물통, 쓰레기통인가.. 그래도 감지덕지다. 따지면 안된다. 허겁지겁 먹는 데 흘리지 말고 먹어라.. 입에 좀 묻히지 말고 먹어라.. 하면서 자꾸 먹는 나를 잔소리로 건드릴려고 하면 나는 "왕~~"거리고 싶다. 물고 싶다. 지적하는 손이 사정권에 다가오면 그도 잘라 먹고 싶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마주치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것은 내가 일부러 피하는 경향도 있지만 그 좁은 방에서 다니는 길도 틀리고, 활동하는 시간대도 틀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연속극을 볼 때면 그 시간대에 내가 하는 일을 후닥닥 해놓고 9시 부터는 뉴스로 시작해서 쭈욱 숨죽이고 TV만 본다. 어쩌다 돌발사태로 냉장고 앞 같은 곳에서 마주치면 아내는 나를 위 아래로 쭉 2~3번 훌터보고는 마치 무슨 조직원이 난민 검색하는 것처럼 무슨 트집잡을 것이 없나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한다. 내가 누구인가..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니는 준비된 하이에나 아닌가..선수를 친다.. "빈 틈이 없지?" "I go...어이가 없다" 하고 무슨 껀수를 또 잡을려고 할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는 바로 내 방으로 유턴한다. 내 방으로 거의 도착했을 때 아내의 냉장고 닫는 소리가 들린다. 1시 정도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지만 이것도 아내는 더블침대에서 혼자 주무시고 나는 그 밑에서 대충 쿠션이나 하나 지둘르고 잔다. 자다가 이상한 채널에서 요상한 장면이 나오면 나의 원초적 본능도 살아나 색다른 다른 색으로 하이에나가 되어 살금살금 침대로 기올라가 침을 꿀꺽 삼키고, 잠자는 아내의 속옷을 벗기려다가 그만 발로 채여서 침대 밑으로 떨어진다... 아~ 추락하는 것은 날개도 있다? 날개가 있으나 마나 그 정신적 추락은 끝도 없다. 추락의 끝이 없어서 날개도 필요 없으니 날개가 있는 것이나 마찮가진가? 사실 계속 떨어지면 계속 날으는 것이니 고로 삼단논법으루 날개가 있는 것이나 마찮가진가... 그러니 침대가 너무 낮은 것이 원망스럽다. 메마른 가슴에 황량한 바람만 불어 가잖아 마른 몸에 목이 더 길어진 몸이 되었더라.. 누군가가 많이 했던 소리 나를 만나 고생만 하는 여자... 곱디 고왔던 손..... 조그맣게 쪼그리고 자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 창문틈으로 제법 찬 공기가 스미는 밤 쇠주 한 병 사다 놓고 엉엉 울고도 싶지만 괜한 감정에 사로 잡혀 곤히 잠든 아내가 깨면 증말 내 머리가 깨지게 된다. i go...i go.....i do......땅을 치고 울고 싶다. 하긴 모 하고 싶은 것 다하면 하고 싶은 것이 없다. 말은 안해도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 여자가 정말 내 아내가 맞는지 주민등록등본을 함 뗘봐야 쓰것다. 여지껏 살을 맞대고, 자식을 낳고 산 여자인지... 에고...카리스마를 느낀다. 내 아내가 나의 반쪽이 아니라 내 전부가 내 아내의 반쪽도 안되는 것 같다. 사실 내 아내는 이젠 말이 별로 없다. 옛날에 그 다정한 말을 제쳐두고라도 잔소리라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욕이라도 마이 하는 것이 좋다. 어짜피 막?가는 인생? 막국수도 좋아하지만 때리지만 않으면 된다. 절대로 폭력은 안되는 것이다. 정 못참으면 오래되서 갈아야 할 물건이나 값싼 기물 정도를 파괴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치고 받고 머리땡이 붙들고 싸우는 꼴은 제발 말아야 한다. 아내는 지금도 시비를 걸고 있지만 맞고 싶어서 안달을 하고 있지만 참아야 한다. 고비는 항상 지금이 고비이다. 내 손에 들려 있는 리모콘이 무기가 아니다... 생태계는 결코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강도에 따라 점진적인 말은 없다. 서로 통박 굴려봤자 뻔한 거고 호박이 떨어져봐야 툭하는 소리다. 내가 터득한 이치는 바로 선각자가 했던 말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 뜨거운 국물을 먹으며 시원하다는 말 낙옆 태우는 냄새가 좋다는 말... 생김새 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정으로 사는 것이라고 하는 말... 이런 찐하고 농축된 말들을 이제야 이해하고야 말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핏대 올리고 따지면서 악을 박박 쓰면서..뭐 눈알을 부랄이고..전 지랄을 하면서 이겨봐야 겨우 그래 너 잘났다는 소리만 들을 뿐 낭중에 원망아닌 원망에다가 뽀나스로 남자가 쫀쫀해가지고 지만 옳다고 떠드는 꼬락서니는 증말 눈뜨고 못봐주겠더라고 하면 난 정말 이긴 것을 후회하고 만다. 그냥 져주면 지도 잉간인데 져 주는 것을 알므로 뒷탈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명령을 하면 조금 곤란한 면이 생긴다. 식사하는 개도 건딜면 깨갱대듯이 내 아내는 꼭 내가 뭐좀 할려고 하면 딴 일을 시킨다. 일부러 그러는 악의적인 여지도 있는 것처럼 바쁘지도 않은 일 다음에 해도 되는 일을 꼭 컴을 열시미 하는 이 바쁜 시간에만 꼭 뭘 하라고 시킨다. 그러니 어찌 말없이 살겠는가. 말의 씨가 말랐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말 몇 개가 존재한다. 내공이 함축되어 기름을 짠 깻묵처럼 묵직한 말 몇 개가 우리 대화의 총 재산이다. 사실 나는 이케 카페에 떠벌려도 보지만 유관순 누나처럼 독립운동 하듯이... 잔다르크같은 내 아내는 어찌 이 썩은 물을 걸러 내는지.. 이젠 단계도 없이 혼잣말 같은 그런 냉소적인 말들... 지겨운 면도 있는 몇가지 말의 예를 들어 본다.
출처 : 존재의 의미
글쓴이 : 허벌대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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