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요즘소식

미국에 있는 유대인의 힘

淸潭 2007. 1. 30. 16:53



‘글로벌파워’ 미국도 못건드리는 성역 ‘슈퍼파워’ 美유대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처한 곤경은 미국에서 공적인 인물이 ‘유대인 로비’에 대해 입을 열 때 겪는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영국 출신 중동문제 평론가 패트릭 실 씨의 ‘걸프뉴스’ 기고문)

지미 카터(83)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담은 저서로 호된 시련을 겪었다.

그는 자신의 재임 기간(1977∼1981년) 중동 평화정책 전개 과정을 회고한 ‘팔레스타인: 아파르트헤이트가 아닌 평화’를 지난해 11월 출간한 뒤 “팔십 평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거짓말쟁이, 반유대주의자, 겁쟁이로 불렸다”고 스스로 말할 만큼 친유대계 단체와 인사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비판의 화살은 먼저 책의 제목을 향했다. ‘아파르트헤이트’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시오니즘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과 동일시한 결과가 아니냐는 것.

책 내용 가운데 “아랍 공동체와 모든 주요 팔레스타인 그룹들은 국제법과 평화 로드맵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스라엘이 수락하면 자살 폭탄이나 다른 모든 테러 행위를 끝낼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대목에도 비판이 집중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협상이 성사되기‘까지는’ 테러 전술을 옹호하는 것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결국 책 내용에 항의해 ‘카터센터’ 자문위원 14명이 지난달 카터와 결별을 선언하고 사퇴했다. 중동특사를 지낸 데니스 로스 씨는 책에 자신이 만든 지도가 허락 없이 사용됐다고 주장하면서 표절 논란에까지 불을 지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같은 비난들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이 공정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나의 결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책의 내용이 정확하고 유용하다는 사실을 희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맞서 왔다.

그러나 결국 카터 전 대통령은 23일 학생의 절반 정도가 유대계 학생으로 구성된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교외의 브랜다이스대 초청 특강에 응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문제의 테러 옹호 논란 구절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 구절은 완전히 부적절하고 멍청하게 쓰였다”며 “당신에게 개인적으로,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의 2판부터 표현을 바꾸도록 출판사에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퇴임 후 존경을 받아 온 전직 대통령이 필화(筆禍)를 겪다가 결국 무릎을 꿇기까지 “비판이 지나치다”며 시시비비를 가려 보자고 나선 정치 지도자나 유력 언론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까지 성명을 발표해 “카터 전 대통령의 견해가 민주당의 이스라엘 정책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열린사회’의 상징이라는 미국 사회지만 이스라엘, 유대인에 대한 비판이 갖는 ‘폭발성’은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입증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중동문제 상담역이었던 필립 젤리코 보좌관은 지난해 9월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이스라엘의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11월 사임했다.

배우 멜 깁슨은 7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뒤 “유대인들 때문에 세계의 모든 전쟁이 일어난다”고 ‘취중 진심’을 얘기했다가 혹독한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앞서 3월엔 하버드대 스티븐 월트 교수를 비롯한 몇몇이 영국의 잡지에 유대인 로비에 대한 기고를 했다가 반유대주의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