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건강,의학

치매, 조기검진으로 정복

淸潭 2007. 1. 23. 16:10

치매, 조기검진으로 정복

깜빡깜빡~ 내 뇌에도 적신호가?

 

오랜만에 동창모임에 나간 주부 고모(42)씨는 모임내내 좌불안석이었다. "가스불을 끄고 왔던가…보일러 스위치는 어쨌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불안하기만 하다. 아파트엔 아무도 없는 상태.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도 없고 답답해 미칠 노릇이다. "이러다 내가 집구석을 다 태우는 거 아닐까"란 생각에 미치자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부랴부랴 돌아간 집은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 그 자체였다. 가스레인지도, 보일러도 모두 제대로다. "벌써 치매증세?" 불현듯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황혼의 덫'으로 불리는 치매. '노인성'인데도 40~50대만 되면 예년과 다른 기억력 탓에 슬슬 불안감이 밀려온다. '덫'이 놓인 길을 피해가야 할 때다.

◆치매와 다른 건망증, 하지만…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나섰다가 잃어버리고 귀가하는 남성이 많다. 고작 20대인데도 외출 후 목도리를 찾느라 법석을 떠는 여성 역시 흔하다. 건망증이다.

건망증은 치매 증세일까? 아니다. 건망증과 치매의 큰 차이점은 힌트나 부연설명을 듣고 '아! 그거'라고 떠올리면 건망증이고, 그래도 모르면 치매다. 안경을 둔 장소를 잊어버리면 건망증이지만, 안경 자체의 용도는 물론 자신이 안경을 쓴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면 치매다. 건망증은 뇌 어딘가에 저장해 둔 기억을 제때 효과적으로 꺼내지 못하는 단순 기억장애지만 치매는 뇌세포 파괴 등 뇌손상으로 기억 자체가 안되는 병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나이가 들면 깜빡 깜빡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지나치다 치매를 발견하지 못해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다.

치매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게 알츠하이머 병. 치매의 50%가 이 병의 결과다. 뇌졸중 등 혈관성 치매가 30%이고, 갑상선 기능저하와 알콜성 치매, 우울증으로 인한 치매 등이 나머지다.
기억력 감퇴 이유를 제대로 아는게 급선무란 소리다. 실제로 현대의학은 알츠하이머병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치매를 치료할 수 있다. 또 치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병 역시 1993년 '타크린'이란 치료제가 등장, 치매 진행속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문제는 '그러려니…'하며 방치하다 치료시기를 놓쳐 돌이킬 수 없는 치매환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데 있다.

◆깜빡이는 두뇌, 이렇게 살자
'기억력 감소=치매'는 아니지만 뇌기능이 활발하지 못하면 그만큼 치매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다. 최대한 머리를 써야 한다. 노년기로 접어들수록 두뇌활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다. 독서.예술활동이 계속되면 뇌세포의 자연적 노화를 늦추게 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혈관 질환을 초래하는 콜레스테롤과 혈당.혈압을 낮춘다. 운동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신경세포 재생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신경세포끼리의 연결도 원활히 하기 때문이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기억력 감퇴를 단순히 건망증으로 보고 무시하는 것도, 과도하게 초조해할 필요도 없다"며 "웬만한 경우 치매는 치료가 가능한 만큼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전문클리닉에서 조기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미엄 이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