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舍廊房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리

淸潭 2007. 1. 8. 11:43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리   


     

    사랑하는 딸들에게...

    오늘도 잿빛 하늘에선 눈이 쏟아진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엔
    세상의 소음들도 눈에 덮혀 사방이 고요하다. 가만히 귀 기울여 눈
    내리는 소리를 들어보렴. 사르락~ 사르락~ 여인의 고운 치마끝이
    스치고 지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지 않니? 그 소리가 너무 섬세
    하고 정겨워 마치 눈이 우리 가슴 한복판에 내려와 앉는 것 같다.

    봄엔 새소리, 물소리, 여름엔 빗소리 천둥소리,가을이면 창 밑의
    풀벌레소리, 그리고 겨울이면 바람소리와 저렇게 눈 내리는 소리....

    중국의 `한유`라는 시인은 그때 그때마다 가장 잘 우는 것을 택해
    그 소리를 빌어 하늘이 운다라고 했을만큼 아름다운, 모두가 이
    엄마가 좋아하는 자연의 소리들이다. 계절의 길목 길목마다에 그런
    아름다운 소리들이 선물처럼 놓아져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그러나...
    엄마에겐 그것보다 더 사랑하는 소리가 있단다. 그래서 들을때마다
    차오르는 행복감에 내 온 몸의 세포가 전률하게 되는 소리......

    엄마에게 있어 그건 어떤 탄성체에 의한 공기의 진동으로 생기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내 안에 들어와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고,
    그림이 되며, 엄마가 그리도 좋아하는 오페라,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보다 더 곱디 고운
    음악이고 ,하늘이 빌려 우는 그 어떤 자연의 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이다. 어젯밤에도 누워 엄마는 그 `소리`를 들었구나.

    그건, 까르르르~ 집 안을 따뜻한 공기로 가득 채우며 웃는 너희
    자매들의 웃음소리, 둘이서 어떤 비밀이라도 나누는 듯 소곤거리다
    더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쿡쿡거리며 너희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들이다.




     


    엄마 어렸을적, 좁은 방에서 여러 형제간들이 이불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이불쟁탈전을 벌이면서 우애의 정을 쌓았던 그
    `한 이불 속 정서`를 너희들에게도 알게 해주고 싶어 각각 방을
    주고도 주말이면 자매가 한 이불속에서 함께 자도록 했었지.

    그러나 사춘기가 되면서 그런 건 `레즈비언`들이나 하는 거라며
    항의를 해왔다. 하지만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했지. 어쩌다 함께
    자는 모습이 보고 싶어 들여다 보면 자매는 서로가 몸이 닿지
    않으려고 침대의 양쪽 끝에 두 녀석이 대롱대롱 매달려 잠들어
    있곤 했다.

    그러던 너희들이 언젠가부터 말하지 않아도 한 이불 속에서 밤이
    깊도록 쿡쿡거리고 까르르거리기 시작하더구나. 이젠 방학이 되어
    집에 오면 아예 한방에 짐을 풀고 같이 기거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어제도 엄마는 어둠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너희들의 그 예쁜 웃음소리, 내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배게삼아 누워 듣고있다 행복한 잠에 빠져 들었다.

    아들을 낳고 싶어했던 엄마지만 너희 둘 중의 하나가 아들이었다면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가 지금 누워 들을 수 있을까...
    가슴 쓸어내리며...^^
    너희 자매를 나란히 받은 것에 감사하며 말이다.

    그러나 엄마가 이토록 가슴 뻐근하게 느끼는 충만한 이 행복감은
    단순히 너희들의 `웃음소리` 때문이 아닌, 그 웃음소리에 실려
    있는 언니와 동생의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모습때문이라는 거
    너희들도 잘 알지?

    외할아버지로부터 가장 큰 가르침으로 받았던 말씀이 `형제간의
    우애, 집안 화목`이었다. "될성 부른 집안은 형제간에 우애한다"
    라는 말씀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었지. 그 영향일까. 나도
    너희들에게 그걸 가장 강조하며 키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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