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들에게...
오늘도 잿빛 하늘에선 눈이 쏟아진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엔
세상의 소음들도 눈에 덮혀 사방이 고요하다. 가만히 귀 기울여 눈
내리는 소리를 들어보렴. 사르락~ 사르락~ 여인의 고운 치마끝이
스치고 지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지 않니? 그 소리가 너무 섬세
하고 정겨워 마치 눈이 우리 가슴 한복판에 내려와 앉는 것 같다.
봄엔 새소리, 물소리, 여름엔 빗소리 천둥소리,가을이면 창 밑의
풀벌레소리, 그리고 겨울이면 바람소리와 저렇게 눈 내리는 소리....
중국의 `한유`라는 시인은 그때 그때마다 가장 잘 우는 것을 택해
그 소리를 빌어 하늘이 운다라고 했을만큼 아름다운, 모두가 이
엄마가 좋아하는 자연의 소리들이다. 계절의 길목 길목마다에 그런
아름다운 소리들이 선물처럼 놓아져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그러나...
엄마에겐 그것보다 더 사랑하는 소리가 있단다. 그래서 들을때마다
차오르는 행복감에 내 온 몸의 세포가 전률하게 되는 소리......
엄마에게 있어 그건 어떤 탄성체에 의한 공기의 진동으로 생기는
단순한` 소리`가 아닌 내 안에 들어와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고,
그림이 되며, 엄마가 그리도 좋아하는 오페라,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과 수잔나가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보다 더 곱디 고운
음악이고 ,하늘이 빌려 우는 그 어떤 자연의 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이다. 어젯밤에도 누워 엄마는 그 `소리`를 들었구나.
그건, 까르르르~ 집 안을 따뜻한 공기로 가득 채우며 웃는 너희
자매들의 웃음소리, 둘이서 어떤 비밀이라도 나누는 듯 소곤거리다
더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쿡쿡거리며 너희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들이다.
엄마 어렸을적, 좁은 방에서 여러 형제간들이 이불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이불쟁탈전을 벌이면서 우애의 정을 쌓았던 그
`한 이불 속 정서`를 너희들에게도 알게 해주고 싶어 각각 방을
주고도 주말이면 자매가 한 이불속에서 함께 자도록 했었지.
그러나 사춘기가 되면서 그런 건 `레즈비언`들이나 하는 거라며
항의를 해왔다. 하지만 엄마의 고집을 꺾지 못했지. 어쩌다 함께
자는 모습이 보고 싶어 들여다 보면 자매는 서로가 몸이 닿지
않으려고 침대의 양쪽 끝에 두 녀석이 대롱대롱 매달려 잠들어
있곤 했다.
그러던 너희들이 언젠가부터 말하지 않아도 한 이불 속에서 밤이
깊도록 쿡쿡거리고 까르르거리기 시작하더구나. 이젠 방학이 되어
집에 오면 아예 한방에 짐을 풀고 같이 기거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어제도 엄마는 어둠속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너희들의 그 예쁜 웃음소리, 내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배게삼아 누워 듣고있다 행복한 잠에 빠져 들었다.
아들을 낳고 싶어했던 엄마지만 너희 둘 중의 하나가 아들이었다면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가 지금 누워 들을 수 있을까...
가슴 쓸어내리며...^^
너희 자매를 나란히 받은 것에 감사하며 말이다.
그러나 엄마가 이토록 가슴 뻐근하게 느끼는 충만한 이 행복감은
단순히 너희들의 `웃음소리` 때문이 아닌, 그 웃음소리에 실려
있는 언니와 동생의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모습때문이라는 거
너희들도 잘 알지?
외할아버지로부터 가장 큰 가르침으로 받았던 말씀이 `형제간의
우애, 집안 화목`이었다. "될성 부른 집안은 형제간에 우애한다"
라는 말씀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었지. 그 영향일까. 나도
너희들에게 그걸 가장 강조하며 키웠던 것 같다.
딸들아!
엄마 아빠는 부자가 아니어서 너희들에게 물질로 남겨줄 유산은
없다. 그러나 너희들 서로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언니와
동생이라는 소중한 사람을 남겨 주었노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고맙게도 지금껏 잘 해주고 있는 너희들이지만 부디 잊지 말아라.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네 옆의 형제도 사랑하지 못하면
이웃은 물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은 더욱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이것이 너희들에게 공부 잘 하라는 말보다 더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리하여 너희들이 서로 눈빛을 나누며 웃을 때 생겨나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언제까지나 들을 수 있는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은 거다.
- 엄마,Y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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