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스님들 소식

법정스님 1

淸潭 2006. 12. 11. 10:16
 

수덕사 주지 법정스님/승려노후복지 염불원 설립 등 주요사업

조사전 건립 ‘눈높이 템플스테이’ 주목

‘보게 자네 내말 들어보래. 자식도 품안에 자식이고 내외도 이부자리 안에 내외지. 야무지게 산들 뾰족할 거 없고 덤덤하게 살아도 밑질 거 없다. 속을 줄도 알고 질 줄도 알아라. 니 주머니 든든하면 날 술 한잔 받아주고 내 돈 있으면 니 한잔 또 사주고 너요 내요 그럴 게 뭐꼬. 그물그물 서산에 해지면 자넨들 지고 갈래 안고 갈래.’

박목월의 시 ‘한탄조’의 일부다. 조계종 제7교구 본사 수덕사 주지 법정(法定)스님은 이 구절을 서각으로 만들어 마음에 새기고 있다. 충청도 본연의 농밀한 향토색이랄까,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호걸의 콧노래랄까. 봄날 미풍같은 여유는 지난 19일 만난 스님의 얼굴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오래고 지난한 수행 덕분에 마음속에 ‘한 물건(一物)’도 꼬이지 않는 대자유가 엿보인다. 그런 천생 수행자가 말사 66개를 거느린 교구본사의 살림을 맡고 있다. 버거울까. “삼라만상이 부처다. 그저 일 없이 살면 만사형통”이라는 대답을 들이니 기우다.

법정스님이 올해 가장 염두에 두는 일은 ‘산중화합’이다. 지난해 9월 갑작스레 원적에 든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전 수덕사 주지)의 빈 자리가 아직 커 보인다. 하지만 모든 기쁨의 고향은 슬픔이다. 스님은 “수행풍토 진작과 사회복지에 문중의 역량을 쏟아 근현대 경허.만공스님이 일신한 덕숭총림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각오다. 수덕사가 최초로 등장하는 문헌은 〈삼국유사〉와 〈속고승전(續高僧傳)〉. 백제의 고승 혜현(惠現)스님이 수덕사에서 주석하며 법화경(法華經)을 지송하고 삼론(三論)을 강(講)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당시 수덕사의 사격이 갖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백제 위덕왕 재위시(554~597)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500여년의 역사를 지닌 수덕사는 구한말 선지식인 경허스님과 제자 만공스님이 머물면서 불법의 전당으로 거듭났다. 아울러 초대 방장 혜암 현문스님, 2대 벽초 경선스님, 현재 원담 진성스님까지 법맥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인류 문명사의 방향과 미래, 인류의 행복은 곧 선적(禪的) 인식의 변화와 발상의 전환에 그 존폐가 달려있습니다. 그 발상 전환의 근간인 선사상이야말로 21세기의 인류가 요구하는 새로운 이념이자 이정표입니다.” 덕숭산내 정혜사 능인선원에서는 수십여명의 선객들이 참선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 비구니 선원인 견성암에도 10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밤낮으로 화두정진에 여념이 없다. 일주문 편액에 쓰인 대로 ‘동방제일선원(東方第一禪院)’답다.

법정스님은 “납자들의 치열한 수행 열기에 값하는 외형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중 하나가 염불원의 설치. 종단은 종합수행도량인 총림(叢林)의 경우 선원과 강원, 율원, 염불원을 두도록 ‘총림설치법’ 제4조에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덕숭총림을 비롯해 대부분의 총림에는 아직 염불원이 없다. 스님은 “종풍진작과 중생교화는 물론, 노스님들의 요사채로도 활용하며 승려노후복지에 일조할 염불원 설립이 올해의 주요사업”이라고 밝혔다. 특히 선림(禪林)으로서의 위상을 부각하기 위해선 조사전 건립을 빼놓을 수 없다. “만공스님 이후 수덕사의 발전을 주도한 스님들에 대한 비나 부도가 아직 없습니다. 이 스님들의 공적을 기리면서 덕숭총림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려 합니다.”

이름하여 ‘탑림(塔林)’이다. 탑림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한국불교를 알릴 교육장으로 이용된다. 법정스님이 올해 내건 모토는 산중화합과 함께 중생과 함께하는 사찰이다. 탐욕과 불안의 시대, 때로는 어머니로 때로는 친구로 다가서며 그들의 안심(安心)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수덕사는 지난해 12월29일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 운영자로 선정됐다. 교구본사의 복지관 수탁은 드문 일이다. 연면적 430평 규모의 4층 건물로 대강당 컴퓨터교육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완공해 오는 3월 개관한다. 스님은 “올해 무엇보다 복지관의 안정적 운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방점을 찍었다. “복지는 종교의 사명인 중생구제를 가장 피부에 와 닿게 실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예산군노인복지관은 고령화 사회 노인들에게 다양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우치려 합니다.”

템플스테이의 경우 특성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월별 테마를 정하고 참가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데 주력한다. 예컨대 2월에는 학교를 갓 졸업한 예비 사회인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준비 중이다. 비구니 선원인 견성암을 갖춘 도량인 만큼 여성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미혼모나 성매매 여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갱생의 힘을 북돋우기 위한 불법을 전하려 한다. 한편 이응로.나혜석 화백이 거처했던 수덕여관 매입을 완료했으며 올해 이곳을 문화전시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수덕사의 올해는 희망차 보인다. 그러나 세간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스님은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사회 각 분야가 소통하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 같아 은근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눈부신 경제성장의 그늘에 반목과 분열이 넘친다. 소설가 박완서의 풍자대로 ‘도둑맞은 가난’이랄까. 재물이 재앙을 불러왔다는 느낌이다. 스님은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승려로서 본분을 지켜야겠다”며 새삼 마음을 다잡는다. 초발심.

“가난했지만 즐거웠고, 어려웠지만 강인했던 시절을 기억해야 합니다. 콩 한쪽 나눠먹던 힘을 회복해야죠.” 일주일 용맹정진을 다반사로 했던 수행담을 들으니 ‘한탄조’에 우러나는 스님의 ‘여유’는 괜한 호사가 아님을 알겠다. 스님의 후덕한 인상에 강퍅한 겨울바람도 한결 잦아드는 느낌이다. 겁을 먹은 것이 분명하다. 수덕사=장영섭 기자 사진 신재호 기자

법정스님은…
“일상사가 불성의 작용”


법정스님은 수덕사 주지 이전에 올곧은 수행자다. 인천 용화사 전강스님 회상에서 공부하던 때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전강스님은 ‘욕식불거처(欲識佛去處) 지자어성시(只這語聲是) 야야포불면(夜夜抱佛眠) 조조환공기(朝朝還共起)’란 가르침을 내렸다. ‘부처님 간데 알고자 하는가? 단지 이 말소리 나는 곳 부처로세. 밤마다 부처를 안고 자고 아침마다 함께 일어나네’란 뜻이다. 법정스님은 중국 양무제를 귀의시킨 부대사(傅大士, 497~569)가 쓴 선시의 일부인 이 구절을 듣고 퍼뜩 느끼는 바가 있었다. “이 세상 전부가 마음이요, 그 마음은 별도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게 있다. 밥 먹고 잠 자는 일상사가 바로 불성의 신비한 작용”이라는 깨달음이다.

법정스님은 1959년 수덕사에서 원담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1963년 수덕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으며 이듬해 범어사승가대학을 수료했다. 인천 용화사 선원에서 안거 이래 16하안거를 성만했다. 수덕사 재무국장, 불국사 재무국장, 영봉암 주지 등을 역임했으며 2003년 3월19일부터 수덕사 주지를 맡고 있다.

올해부터는…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의 수탁으로 수덕사는 지역민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수덕사는 지난해 12월29일 충남 예산군으로부터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 위탁을 위임받고 운영준비에 착수했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발연리에 위치한 예산노인복지관은 연면적 430평 규모의 4층 건물로 대강당, 상담실, 컴퓨터교육실, 휴게실 등 다양한 교육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완공됐으며 오는 3월 개관한다. 수덕사는 앞으로 노인사회교육, 일자리 교육 및 제공, 재활 및 자원봉사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12월27일에는 동국대 일산불교병원과 예산군노인복지관 수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덕사는 일산불교병원과 더불어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봉사에도 적극 나선다.

[불교신문 2200호/ 2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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