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붕어빵을 보면 생각납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니까 붕어빵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아들 녀석이 붕어빵을 좋아해서 남편이 종종 사오기도 하는데, 전 이맘때쯤이 되면 엄마생각에 눈시울이 적셔집니다.
제가 고등학교때 집안 형편이 굉장히 안좋아지면서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진적이 있었거든요. 아빠가 빚독촉에 시달리면서 한동안 지방으로 내려가 소식도 몰랐었고, 전 고3이 다됐다고 그나마 부유했던 외가집으로 갔었고, 제 남동생은 삼촌집, 엄마는 할머니댁으로 얹혀 살게 되었죠. 한참 민감할 나이에 얼토당토않게 환경이 바뀌어버려서 전 한동안 말한마디 안하고 자폐아처럼 지냈었어요. 엄마는 졸지에 저랑 제동생 학비를 벌기위해서 아는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가게에서 일을 하시기 시작했구요. 전 엄마아빠 얼굴도 못보고 버림받은 느낌에 부모님을 원망했었죠. 가끔 엄마랑 통화하면 '잘 지내지? 엄마는 괜찮아..'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원망스러운 마음만 가득해서 들려오지도 않았었어요.
근데 엄마가 매일매일 하던 전화가 언젠가부터 점점 줄어들더라구요. 가끔 전화오면 '요새 일이 좀 많아서..엄마 끊을께'하고 얼른 끊고.. 그말이 너무 서운하게 느껴져서 저도 퉁명스럽게 받고는 별말도 안하고 얼른 끊어버리고.. 엄마가 무슨일있냐고 그러면 아무일없다고 바쁘니까 끊으라고..
그러다가 어느날 옛날 동네에 한번 가게 되었었는데 거기 제가 자주가던 붕어빵가게가 있었거든요. 그 아저씨가 생각나서 그쪽으로 갔는데, 주인이 아줌마로 바뀐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좀더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내밀어서 보니까.. 우리 엄마가 거기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붕어빵을 굽고 있더라구요. 그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미어져오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 길로 아무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버렸었죠.
그날밤 엄마가 전화를 했는데 제가 '엄마, 나 엄마 봤어..' 그랬더니 엄마가 한동안 말을 못잇더라구요. 그리고는 그다음날 엄마가 와서 자초지종을 얘기해주는데 하던 가게는 월급을 너무 적게줘서 밤시간에 할일을 알아보다가 그 붕어빵아저씨가 다른곳으로 옮긴단 얘기를 듣고 사정해서 일단 한달씩 번돈으로 매달 갚아나가는걸로 하고 빌려서 일하게 됐다고... 그 얘길하면서 엄마랑 저랑 손을 꼭잡고 한참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도 저희 아들녀석이 붕어빵을 오물조물 먹는걸 보고 있으면 마음 한켠이 짠하고 눈물이 나곤해요..
그렇게 고생해서 키워주신 딸, 언제쯤 제대로 효도해드릴수 있을지...
"엄마 감사합니다..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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