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한국 사회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사태가 터진 지 1년이 흘렀습니다.
황 박사팀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고 또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연구는 어떻게 돼가고 있을까요?
우리가 주춤한 사이 외국은 더 활발해졌지만 재기의 희망도 싹트고 있습니다.
줄기세포의 연구의 현주소와 재기 움직임을 신강문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태 이후 실의에 빠졌던 서울대 수의대는 요즘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복제개 스너피에 이어 두번째로 복제에 성공한 '보나' 때문입니다.
지난 6월에 태어난 '보나'는 수의학계의 권위지인 동물 '수의 산과학'지에 게재됩니다.
<인터뷰>이병천(서울대 수의대 교수) : "스너피 연구를 통해서 개 복제 노하우를 터득하고 과학적으로 입증해서, 이번에 보나,피스,호프가 탄생할 때에는 그 효율이 놀라울 만큼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의 후폭풍은 여전히 거셉니다.
서울대 병원에 설립됐던 세계줄기세포 허브, 한때 만 4천여 명의 환자가 등록하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비어있는 채로 문패마저 바꿔달았습니다.
또,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연구를 수행할 예정이었던 경기도 장기 바이오센터 건립도 무산됐습니다.
여기에다 서울대 의생명공학연구동 건립이 중단되는 등 지원이 거의 끊어져 연구의 앞날은 험난합니다.
<인터뷰>양일석(서울대 수의대 학장) : "아직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져있어서 그런 쪽으로 지원이 크게 안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좀 지원이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태풍의 중심이었던 황우석 박사는 서울대에서 파면됐지만, 최근 재기에 나섰습니다.
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완전히 중단된 만큼 황박사는 이 미니돼지를 이용해 사람의 장기 일부를 생산하는 이종 장기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근화(황우석 박사 변호인) : "최근 국내 최초로 복제된 미니돼지 수컷 3마리를 완성시켜 그중 한마리가 건강하게 자라고있습니다. 금년 12월 중순에는 외국의 저명한 과학자 5명이 입국하기로 돼 있는데 국제 공동연구 제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이곳 서울 구로동의 연구실 이외에도 경기도 용인에 새로운 연구실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황박사 연구팀에는 서울대 수의대 출신 연구원 10여 명이 합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역시 큰 타격을 입었던 국내 줄기세포 연구진들은 다른 방법의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차병원에서는 척추가 손상된 개 '희망이'에게 사람의 줄기세포를 투여해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제주대학교도 최근 줄기세포 연구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황우석 사태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생명윤리법 등 줄기세포 관련 연구 법령 등이 정비되지 않아 활성화의 걸림돌입니다.
<인터뷰>정형민(차병원 통합줄기세포연구소장) : "제도적으로 생명윤리법이라고 하는 그런 법률안이 과학의 발달과정, 굉장히 빠른 발달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거죠."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외국에서는 줄기세포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달 초, 미성숙 단계의 쥐에서 추출한 망막 줄기세포를 눈이 먼 쥐에 투입해 시력을 회복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에서도 동물 난자에 사람 체세포를 이식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미국에서도 최근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30억달러, 영국은 10억달러가 넘는 연구비를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국내 연구진들도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합니다.
<인터뷰>박세필(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 : "작년의 사태로 주춤하고는 있지만, 국민들의 과학적인 올바른이해에 따른 지지 그리고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만 있다면 이 분야의 연구가 전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한번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난치병 환자에게는 희망으로, 국민경제에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각광받던 줄기세포 연구가 나락으로 추락한지 1년, 이제 고통의 시간을 마감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꿔보지만 아직 갈길은 험난합니다.
KBS 뉴스 신강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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