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은 空… 욕심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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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生老病死) 것이 사람의 인생. 불교는 인생에 대해 ‘고통의 바다(苦海)’ 혹은 ‘불이 붙은 집(火宅)’이라고 말한다. 그 안에서 허둥거려봐야 해답은 없다. 거기서 벗어나는 수밖엔…. 근·현대 한국불교사에 한 획을 그었던 고승 33인이 스님들과 일반신도를 대상으로 했던 명법문·법어를 모은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불교신문사 펴냄)가 나왔다.
법문이 실린 스님은 효봉 경봉 금오 추담 전강 벽안 청담 석주 자운 서옹 탄허 월하 스님 등 입적한 스님들과 현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등 생존 스님들이 망라됐다. 조계종의 종정과 총림(叢林·선원과 율원, 강원을 갖춘 사찰)의 방장(方丈), 선원의 조실(祖室) 등을 지낸 스님들은 고해와 화택에서 벗어나는 길을 안내한다. 그러나 선(禪) 혹은 깨달음은 인간의 언어 밖의 경지. 이를 말로 설명하기 위해 역설과 비약, 비유가 동원된 고승들의 법어는 독특한 ‘말 맛’을 전해준다.
근·현대 저명한 高僧33인 후배스님·일반인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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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그렇다.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는 전강(1898 ~1975) 스님이 1972년 용주사 중앙선원 조실로 있을 때 한 법문 중 한 대목. ‘고양이 밥’이란 쥐를 가리키는 비유. 다시 말해 쥐가 자신을 먹는다는 뜻으로 모든 번뇌망상을 일으키는 내 마음을 내가 먹었으니 모든 경계가 ‘공(空)’하다는 뜻이다. 전강 스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공도 떼어버리자”고 권한다. 청담(1902~1971) 스님은 “인간의 일생은 죽음이라는 큰 구렁이한테 뒷다리를 물려 들어가는 개구리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이 고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탐심과 성냄, 어리석음과 재물, 색(色), 음식, 장수(長壽), 명예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탄허(1913~1983) 스님은 “집에서 기르던 개 한 마리를 잃어버리면 온 식구가 찾아 나서지만, 자기 마음이 바깥 경계에 부딪쳐 잃어버렸을 때는 아무도 찾아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모든 게 공(空)’이라며 손 놓고 있는 게 불교는 아니다. 탄허 스님은 노력하는 삶을 강조한다. “한반도에 태어난 젊은이라면 3000만, 5000만의 잘못을 나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어떤 문제에 부딪히더라도 당황하지 않는 준비를 갖추며 살아야 한다.”
고승들은 공통적으로 마음 공부를 권한다. 염불을 강조한 ‘염불선’으로 유명한 청화(1924~2003) 스님은 일상생활 전체에서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하는 심상(尋常)공부와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별시(別時)공부를 권하면서 이것이 어려우면 “임종에 이르러서 오직 일념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면 좋은 세상으로 간다”며 ‘임종공부’를 강조한다.
후학들에 대한 따끔한 죽비도 빠지지 않는다. 벽안(1901~1987) 스님은 “혹자는 시간만 지나면 대도(大道)가 이루어지는 줄 알아 법랍(法臘·스님이 된 후의 나이) 자랑하기를 즐겨 하지만, 수행이란 끝이 없는 것으로 수행기간이 길고 짧음에 차별을 두지 말고 오직 자기의 허물을 부끄러이 여겨야 한다”고 일갈한다. 탄허 스님도 “수천 길 벼랑에서 떨어지다 진리의 나뭇가지를 붙잡은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며 “그 손을 놓고 참된 진리 자리로 떨어져 죽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다시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봉정법어에서 “읽는 이는 내적 개안을 얻을 것이고 본질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행운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전종정, 효봉스님, 자운스님, 청담스님, 경봉스님, 금오스님, 서옹스님, 석주스님,
추담스님, 전강스님, 벽안스님, 탄허스님, 월하스님, 경산스님, 청화스님, 광덕스님,
숭산스님, 일타스님, 성수스님, 원담스님, 보성스님, 녹원스님, 명성스님, 지관스님,
고산스님, 진제스님, 월주스님, 도문스님, 호계원장 월서스님, 정대스님, 근일스님,
법장스님,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입력 : 2006.03.23 00:23 35' / 수정 : 2006.03.23 00:50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