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로 가자
산사로 가자.
가서, 풍경소리를 듣자.
가서, 노승의 독경소리를 듣자.
그리고 계곡에 나가 앉아 계곡의 물소리를 듣자.
늦은 밤 산사의 툇마루에 앉아 바람소리를 듣고
새벽에는 도량석 소리에 귀를 세우는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자.
삶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과 만날 것이다.
산사는 이렇게 존재들이 새롭게 깨어나는 새벽이 되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자유롭고 싶으면 떠나라
산다는 것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다.
산다는 것은 끝없는 욕망의 추구 또한 아니다.
산다는 것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버리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단순함으로 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내 삶의 자유로운 행보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다.
끝없이 자유로워지는 것,
그래서 나로부터의 집착을 여의는 것이 우리들 삶의 이유이다.
나에 대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이 괴로운 세계에 우리는 태어났다.
집착으로 태어난 이 괴로운 세계의 생존은
집착을 버릴 때 비로소 끊어진다.
윤회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나로부터 떠나야만 한다.
내가 내게 부여하는 욕망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을 때 그
리고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을 때
비로소 집착으로 생긴 이 괴로운 삶의 시간과 이별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내 생에서 가장 긴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여행을 마친 것은 아니다.
머리에서부터 마음에 이르는 여행.
모든 지식나부랭이를 버리라는 산문의 입구에 서서
나는 그것이 마음에 이르는 초입임을 알았다.
몸의 욕구에 충실히 따르던 그 이전의 삶의 모습을 나는 버려야 했다.
이제는 마음의 명령을 따라야만 했다.
몸의 명령이 움직임이었다면 마음의 명령은 정지였다.
움직이던 내게 마음은 움직이지 말 것을 명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내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살아온 세월이 적지 않은 탓이었다.
그것은 쉽게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의 입구에 서서 나는 끝없이 이어지는 마음의 길이 궁금했다.
그 고요하고 잠잠한 평화로 빛나는 길이 말이다.
길이 끝난 곳에서 산사는 새로운 길로 존재하고 있다.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산사를 찾아갈 일이다.
그러면 새로운 길과 만나게 될 것이다.
자연과 산사의 순결한 삶이 건네는 무언의 설법을 들으며
그대는 존재의 참다운 의미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말에 지치고 말에 속았던 시간들의 덧없음을
그대는 비로소 보게 될 것이다.
번뇌 떠난 모습 보게 될 것
산사는 밤하늘의 별처럼 존재한다.
이제 산사를 찾아가는 일은 우리 사회의 조용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운동은 서로 사랑하고 서로 신뢰하는
우리 사회의 원형을 구현하는 아름다운 힘이 되어야만 한다.
우리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고 살아야할 소중한 존재인가를
산사는 일깨워줄 것이다.
숲을 나와야 비로소 숲이 보이듯이 부대끼는 현실을 벗어나야
비로소 현실 속의 자신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산사는 번뇌를 떠난 맑은 존재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산사로 가자.
삶이 무한히 새롭게 깨어나는
그 곳에서 다시 한번 우리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보자.
오늘 밤에도 탑 위에 내려앉은 별 하나
길 잃은 그대를 향해 빛을 들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불교신문 논설위원(성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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