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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詩 모음

淸潭 2024. 12. 6. 17:08

해학詩 모음


⊙ 늙은 부부

당신은 내 비서관
나는 당신의 보좌관
비서관 등 좀 긁어 줘요
보좌관 내 허리좀 주물러요
비서관 없으면 나 못살지
보좌관 없으면 내도 못살아요
늙어 갈수록 비서관이
늙어 갈수록 보좌관이
꼭 필요 해요

없으면 안돼요
늙은 부부 우리 부부

 


⊙ 다 그런 거야

사랑은 다 그런 거야
산다는 것은 다 그런 거야
세월 가면 추억으로 남는 거야
인생살이 다 그런 거야
잘 난 사람 못난 사람 다 그런 거야
훗날에 한줌의 재로 남는 거야
너도 나도
모두가
다 그런 거야

다 그런거야

 

 

⊙ 늙은 친구

친구야
와 이리 늙었노
허허 너는 와 늙었나
아무 생각할 틈도 없이
앞만 보고 살았더니
내 늙은 것 네 늙은 것 잊었나 보다
세월의 무상함이
한치의
오차 없이
네 얼굴에
내 얼굴에
쫙쫙 줄 긋고 지나갔구나
허허 친구야
너는 네 마음 잘 알지
나도 네 마음 잘 안다

⊙ 이력서

나는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다
학교에 다닐 때도
못난 놈이라고 쳐다 보지도 안했다
나는
군대에서
특급 고문관이었다
제대복 입으면서 나를 찾았다
박병장 고향에 갑니다
나는
직장에서
제일 일을 많이 한 사람이다
예 아니오 소릴 못한 성격에
내 앞에는 항상 일이 산처럼 쌓였다


⊙ 세월은 탓할 수 없지

세월은

낙엽을 지게 한다
세월이 가면 떨어지는 저 낙엽
세월은
사람을 늙게 한다
세월이 가면 늙은 저 노인
세월은 탓할 수 없지


       - 詩庭 박 태훈의 '해학이있는 아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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