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漢詩

사시사(四時詞)

淸潭 2024. 10. 31. 09:55

사시사(四時詞)

이규보(李奎報)

 

버들은 금실을 꼬으며 새벽 바람에 나부끼는데 / 柳撚金絲颺曉風

한 쌍 한가한 제비는 그 소리 영롱하다 / 一雙閑燕語玲瓏

미인은 자고 일어나 그 마음이 번민하여 / 美人睡起心煩悶

흰 팔로 꽃을 받들어 붉은 이슬을 빤다 / 皓腕擎花吸露紅

 

여름

은마늘(())으로 마늘모양으로 만든 것인데 주렴을 거는 갈퀴) 주렴을 드리워 한낮이 긴데 / 銀蒜垂簾白日長

오사모를 반쯤 젖히면 산뜻한 바람이 시원하다 / 烏紗半岸洒風涼

푸른 통에 술을 따라 마셔도 오히려 더웁다고 / 碧筒傳酒猶嫌熱

반 위의 얼음을 두드려 깨어 옥장을 먹는다 / 敲破盤氷嚼玉漿

 

가을

기성에서 처음으로 이모를 보고 놀랐나니 / 騎省初驚見二毛

서쪽 바람 하룻밤에 푸른 하늘이 높다 / 西風一夜碧天高

꿈과 혼이 끝가는 곳에 산은 첩첩 쌓였는데 / 夢魂盡處山重疊

달이 외롭고 서리가 찬데 외기러기 부르짖는다 / 月苦霜寒斷雁呼

 

겨울

우수수 바람 불고 갑자기 눈이 날리는데 / 浙瀝風輕雪驟飄

왕손은 난소(신선의 퉁소) 불기 꺼려하지 않는다 / 王孫不憚捻鸞簫

비단 자리 덥다고 오히려 접어치우는 데도 부서지니 / 綺筵熏暖猶敎摺

억지로 화로의 수탄을 더 피울 필요 없다 / 不用剛添獸炭燒

 

[-D001] 푸른 통 :

()나라 정공 각(鄭公慤)이 삼복중(三伏中)에 피서(避暑)하면서 연잎[蓮葉]에다 술 서되를 담아서 잠()으로 연잎의 줄기를 찔러서 마시면 술 향기가 맑고 시원하였는데, 그것을 벽통주(碧筒州)라 하였다.

[-D002] 기성(騎省)에서 …… 놀랐나니 :

()나라 반악(潘岳)이 산기성(散騎省)에서 숙직하면서 〈추흥부(秋興賦)〉를 짓기를, “32세에 처음으로 이모(二毛)를 보았다.” 하였는데, 이모(二毛)는 머리에 검은 털 흰 털 두 가닥이 있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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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四時詞)

진온(陳溫)

 

구슬장막 상아 상의 별당 안에서 / 玉帳牙床別院中

한가히 읊조리며 마음대로 꽃떨기를 돌다가 / 閑吟隨意繞花叢

갑자기 살구나무 가지 끝의 꾀꼬리 소리 듣고 / 忽聞杏杪鶯兒囀

손으로 금환을 던져 떨어지는 꽃을 보네 / 手放金丸看落紅

 

여름

금반의 붉은 실에 얼음봉우리가 솟았는데 / 金盤紅縷聳氷峯

화각은 우거진 나무 그늘에 싸였다 / 畫閣陰陰樹影籠

반쯤 젖힌 오사모로 옥베개 의지하여 / 半岸烏紗欹玉枕

고운 손을 번갈아 시켜 맑은 바람을 부채질하네 / 互敎纖手扇淸風

 

가을

섬돌에 희미하게 엶은 서리가 내렸는데 / 釦砌微微着淡霜

겹옷을 새로 입어 옥 같은 살이 서늘할까 보호하네 / 衣新護玉膚涼

왕손은 비추부를 모르고 / 王孫不解悲秋賦

다만 깊은 안방의 밤이 차츰 길어갈 것만 기뻐하네 / 只喜深閨夜漸長

 

겨울

수 놓은 장막은 깊고 그림담요는 겹겹인데 / 繡幕深深畫毯重

용을 그린 화로에 봉 모양의 숯불은 붉은 꽃을 피우네 / 龍爐鳳炭發春紅

술이 얼근하자 난사 향기는 사람 얼굴을 훈훈하게 하나니 / 酒酣蘭麝熏人面

금창을 열어젖혀 눈바람을 쏘이노라 / 掛起金窓向雪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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