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詩,시조

대보름

淸潭 2020. 2. 9. 10:42

대보름
 
휘영청 밝은 달이
구름 뒤에 숨곤 하던 밤
논으로 밭으로
쥐불깡통 돌리며
불놀이 하다
배가 고프면 도둑고양이처럼
아무집이고 몰래 들어가
오곡밥 나물 훔쳐다가
비빔밥 해 먹던 기억이
나뭇가지 바람 스치듯
아스라이 스쳐 지납니다.
 
곤궁히 살았어도
정월 대보름날엔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오곡밥에 갖은 나물 넉넉히 마련하여
부뚜막이나 장독대 위에
정갈히 보자기 씌워두고
대문 빗장 열어두던
인정이 흐르고
사람 냄새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올 한해
우리네 삶을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는 모든 것들
춘풍에 봄눈 녹아내리듯 녹아내리고
푸른 하늘의 보름달처럼
넉넉하고
근심 걱정 없는 해가
되시기를 소망하며~


하늬바람


20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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