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세상사는 이야기

무병장수라는 말

淸潭 2019. 6. 15. 10:56

무병장수라는 말

평균 수명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만 60세가 되는 회갑 잔치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 77세의 고희가 되면 크나 적으나 잔치를 베푸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인생 70세는 이제는 드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래 살았다고 자랑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미수라고 일컫는 88세가 되면 오래 살았다고 해도 수긍이 가기 때문에 되도록 큰 잔치를 마련하는 경향이 있다

 

아들딸도 없는 나 같은 사람도 88회 생일을 맞이했을 때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리 집 마당에서 열린 냉면 파티에 참석하여 냉면 한 그릇씩을 나누어 먹었다. 나는 이제 나이가 90을 넘었는데 100세에서 일 년이 모자라는 99세가 되면 흰 백자를 붙여 하나가 없는 백세 즉 99세라는 뜻을 가진 잔치를 하는데 그 날을 기다리면서 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이제는 팔다리의 힘도 빠지고 글씨도 마음대로 써지지 않는 처량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침에 일어나 200자 원고지 70매를 앉은자리에서 다 쓰고 일어나던, 그런 나는 이미 사라지고 편지 한 장을 쓰는데도 무척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한심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해외여행은 할 생각도 하지 못한다. 더구나 발가락에 뜻하지 않은 화상을 입고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고 있는 신세가 되었다. ‘무병장수란 어처구니없는 어리석은 말이다. 오래 산다는 것이 결코 축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동길

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