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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한진 삼형제, 故조양호 빈소서 때늦은 조우

淸潭 2019. 4. 13. 20:07

'형제의 난' 한진 삼형제, 故조양호 빈소서 때늦은 조우


임현영 입력 2019.04.13. 17:58 수정 2019.04.13. 19:54

               
13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서 이틀째 장례
유산상속 분쟁으로 사이벌어진 형제들 조문
빈소 2시간 머무른 조정호, 질문에 '묵묵부답'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 회장의 빈소를 찾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너무 늦은 조우였을까.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째인 13일 조 회장의 둘째 동생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넷째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형의 빈소를 찾았다. 두 남동생이 한진가(家) 유산상속 분쟁으로 벌어진 사이를 생전에 봉합하지 못한 채 형의 빈소에 모인 것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조남호 회장이 먼저 조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조 회장의 입관식이 진행되기 직전 빈소에 들러 조용히 조의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용히 오셨다가는 바람에 우리도 뒤늦게 확인했다”고 전했다.

오후 4시에는 조정호 회장이 빈소를 다녀갔다. 조 회장은 2시간 가량 빈소에 머무르며 유가족을 위로하며 형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는 조문직 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없이 빈소를 빠져나갔다. 한진칼 지분 인수설 등의 질문에도 침묵을 지켰다.

이로써 조양호 회장은 빈소에서 나마 두 남동생과 조우하게 됐다. 세 사람이 공식적으로 모인 것은 지난 2016년이 마지막이다. 모친인 김정일 여사가 작고한 빈소에서 마주친 것이 전부다. 두 사람은 조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첫날인 12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숙 씨만 빈소를 다녀갔을 뿐이다. 재계에서는 형제간 화해 가능성에 주목한 바 있다.

한진가 형제의 불화는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선친이자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은 슬하에 4남1녀를 뒀다. 조중훈 회장이 작고하면서 첫째 조양호 회장에게 대한항공과 한진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어 둘째 조남호·셋째 조수호 회장에게 각각 한진중공업과 한진해운을, 넷째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게 한진 투자증권 등을 나눠줬다.

그러나 유산상속 과정에서 소송전을 벌이며 지독한 형제의 난을 겪었다. 둘째와 넷째는 맏형인 조양호 회장이 유언장을 조작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장남(조양호)과 차남(조남호)은 기내 면세사업권을 두고 6년 넘게 법적분쟁을 벌였다. 셋째 조수호 전 회장은 2006년 지병으로 작고한 이후에도 분쟁은 계속됐다. 조양호 회장이 조수호 전 회장의 배우자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며 사이는 벌여져만 갔다. 그 사이 국내 해운업 1위를 유지하던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지난 2017년 파산하기도 했다.

이같은 형제간 불화를 지독하게 겪어온 탓일까. 조 회장은 별세하기 직전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기업을 이끌어 나가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상주이자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전했다.

임현영 (ssi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