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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漢詩 作品(출생년도 순)-제5부

淸潭 2019. 6. 2. 07:57


우리나라 漢詩 作品(출생년도 순)-5

生年 姓名(生年沒年)諡號 本貫 벼슬 著書

 

1439 士廉 乖崖 金克儉(1439∼1499) 金海 괴애 김극검  4

閨情(규정) 아낙네 마음-金克儉1

未授三冬服(미수삼동복) 아니 보내니 한겨울 옷을

空催半夜砧(공최반야침) 괜한 서두름 밤 다듬이질

銀釭還似妾(은강환사첩) 은빛 등잔불 나와 똑같아 등잔강

漏盡却燒心(누진각소심) 스며 다 말라 마음을 태워

 

自省(자성) 스스로 살피며-金克儉2

年來身脫薄書(연래신탈박서총) 해가 되니 몸 벗어 문서 더미서

觀了塵緣一切空(관료진연일체공) 보았지 세상 매임 하나같이

心地惺惺猶未信(심지성성유미신) 마음자리 영리해 아직 못 믿어

朝朝喚問主人翁(조조환문주인옹) 아침마다 캐물어 주인 늙은이

 

() 우물-金克儉3

地下神龍引海波(지하신룡인해파) 땅 아래 신령한 용 바다 물결 끌어와

澄澄石眠鏡新磨(징징석면경신마) 맑고 맑아 돌에 잠 거울 새로 간 듯이

一泓能解千人湯(일홍능해천인탕) 한 우물 풀 수 있어 천 사람의 목마름

只爲當時汲引多(지위당시급인다) 다만 함은 때맞춰 길어 올림 많으니

 

自遣(자견) 스스로 달래며-金克儉4

老覺許身何太愚(노각허신하태우) 늙어 깨쳐 몸 둠을 그리도 어리석어

便思收迹臥江湖(편사수적와강호) 생각엔 자취 거둬 강호에 누웠구나

却將屛盡豺狼志(각장병진시랑지) 물리쳐 다 가리려 승냥이 이리 뜻을

付與剛蟲搏兎狐(부여강충박토호) 주어져 굳센 벌레 토끼 여우 잡아서

 

1441 端宗 李弘暐(1441145214551457) 莊陵 全州  1

寧越郡樓作 영월군 누각에서 지음 단종임금 6

一自寃禽出帝宮 한 마리 원통한 새 궁궐을 나와 원통할원

孤身隻影碧山中 외로운 몸 쓸쓸히 푸른 산속에 새한마리척

假眠夜夜眠無假 자는 척 밤이면 밤 잠잘 수 없어

窮恨年年恨不窮 몰린 한 해마다 한 다하지 못해 다할궁

聲斷曉岑殘月白 소리 끊긴 새벽 봉 그믐달 희고 봉우리잠

血流春谷落花紅 피를 쏟아 봄 골짝 꽃이 져 붉다

天聾尙未聞哀訴 하늘 귀 못 들어도 슬픈 하소연 귀머거리롱

何奈愁人耳獨聰 어떻게 시름한 이 귀 홀로 밝나 어찌내 귀밝을총

 

聲斷曉岑殘月白 성단효잠잔월백 소리 끊긴 새벽 산 남은 달 밝아

血流春谷落花紅 혈류춘곡낙화홍 핏물 흘러 봄 골짝 꽃이 져 붉어

天聾尙未聞哀訴 천농상미문애소 하늘 아직 귀먹어 슬픔 못 들어

何奈愁人耳獨聰 하내수인이독총 어쩌려 시름 찬 이 홀로 귀 밝아

 

1441 南怡(14411468)忠武 宜寧 兵曹判書  1

北征 북쪽을 치다 남이장군

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 바위 닳아 칼을 갈아서

豆滿江流飮馬無 두만강 흐름 말라 말이 마셔서 ※

男兒二十未平國 사나이 스무 해에 나라 못 바뤄

後世誰稱大丈夫 뒷세상 누가 일러 대장부리요

 

1445 希亮 菊逸齋 盧公弼(1445∼1516) 交河 국일재 노공필 영의정 盧思愼 큰아들  4

次南浦詩韻(차남포시운) 남포의 운을 빌어-盧公弼1

珊珊環佩集群仙(산산환패집군선) 찰랑찰랑 고리 차 뭇 신선 모여

拉我還登萬斛船(납아환등만곡선) 날 끌어 다시 올라 만 곡 큰 배에

日落烟波望不極(일락연파망불극) 해는 져 안개물결 바래 끝없어

白鷗飛去水如天(백구비거수여천) 흰 갈매기 날아가 물은 하늘에

 

風月樓(풍월루) 풍월루-盧公弼2

薔薇花發紡殘春(장미화발방잔춘) 장미꽃 꽃이 피어 남은 봄 자아

風月樓高絶點塵(풍월루고절점진) 풍월루 누각 높아 점 티끌 없어

爛醉欲歸歸不得(난취욕귀귀부득) 흠뻑 취해 가려해 가지를 못해

滿池明月更留人(만지명월갱류인) 못 가득 밝은 달에 또 머문 사람

 

元宵寄漁叟(원소기어수) 설날 밤에 고기잡이 늙은이에게 주며-盧公弼3

閻閻重節日(염염중절일) 마을에 들어 큰 명절날에 이문염

九陌雜蹄輪(구맥잡제륜) 아홉 거리에 말 수레 섞여

草木精神動(초목정신동) 풀에 나무에 알찬 얼 꿈틀

江山氣像新(강산기상신) 강과 산에는 기운 차 새록

耽閑頻請告(탐한빈청고) 느긋함 즐겨 자주 알리길

食祿敢言貧(식록감언빈) 먹을 복 어째 가난타 말해

吾道憑醇酒(오도빙순주) 우리 도 기대 고와 진한 술

窮通不用陳(궁통불용진) 막힘이 뚫려 말할 것 없이

 

次廣淵韻(차광연운) 광연운을 빌어-盧公弼4

長歌天地一身微(장가천지일신미) 긴 노래 하늘땅에 몸 하나 작아

病骨支離壯志違(병골지리장지위) 앓던 몸 지겨워져 굳센 뜻 어긋

末世人情饒冷煖(말세인정요랭난) 끝 세상 사람마음 차고 따뜻해

高秋物色煥芳菲(고추물색환방비) 높은 가을 온갖 빛 꽃 피고지고

功名自古多招禍(공명자고다초화) 이룬 이름 예부터 화 부름 많아

進退何人早決機(진퇴하인조결기) 나서 물러 어떤 이 일찍 틀을 터

投老江南吾已定(투로강남오이정) 늙어 머물 강남땅 내 이미 두어

未容五十始知非(미용오십시지비) 아니 채운 쉰 나이 잘못 알게 돼

 

1445 克己 林溪 兪好仁(1445∼1494) 高靈 임계 유호인  9

次矗石樓韻 차촉석루운 촉석루 운으로 兪好仁(1445~1494)1

蒼茫湖海最名區 창망호해최명구 푸름 아득 물바다 가장 멋진 곳

天遣詞臣着此樓 천견사신착차루 하늘 보내 글 짓게 이 누각 들어

漠漠江花明似錦 막막강화명사금 아른아른 강에 꽃 환한 비단에

重重煙樹翠如流 중중연수취여류 우거진 안개나무 쓸릴 듯 푸릇

百年風物誰驅使 백년풍물수구사 한 삶에 볼만한 걸 뉘 몰아 부려

一棹觥船任泊浮 일도굉선임박부 노 하나 반듯한 배 떠가는 대로

落日流霞睡美處 낙일류하수미처 지는 해 흐른 노을 졸기 좋은 데

故敎身世滯南州 고교신세체남주 일부러 이내몸을 남녘 살게 해

 

편 채찍 兪好仁(1445~1494)2

枯藤爲柄革爲垂 고등위병혁위수 등나무 자루에다 가죽 드리워

一着能令馬自馳 일착능령마자치 한번 후려 하게 해 말 절로 달려

祗解策他迷策己 지해책타미책기 남 채찍질 알면서 제 칠 줄 몰라

前脩正軌孰能追 전수정궤숙능추 앞서 보인 옳은 길 누가 좇으랴

 

君子寺 군자사 군자의 절 兪好仁(1445~1494)3

煙樹平沈雨意遲 연수평침우의지 안개 숲 깔려 빠져 비 내림 늦어

晩來看竹坐移時 만래간죽좌이시 늦게 와 대나무 봐 때 한참 앉아

老禪碧眼渾如舊 노선靑眼혼여구 늙은 스님 반겨줘 예나 이제나

更檢前年此日詩 갱검전년차일시 다시 살펴 지난 해 이날 읊은 시

 

觀音窟雜詠 관음굴잡영 관음굴 노래 兪好仁(1445~1494)4

去歲來遊臘雪霏 거세내유납설비 지난해 와서 놀아 겨울눈 내려

瓊瑤萬壑月輝輝 경요만학월휘휘 온 골짝 옥빛으로 달이 비치니

石樓西畔尋詩處 석루서반심시처 돌 누각 서쪽 물가 읊던 곳 찾아

煮茗胡僧錫已飛 자명호승석이비 차 달여 내던 스님 이미 가버려

 

沙斤山城 사근산성 사근산성 兪好仁(1445~1494)5

沙斤城畔起陰雲 사근성반기음운 사근산성 두둑에 먹구름 일어

坤靈夜泣雨紛紛 곤령야읍우분분 땅의 넋 밤을 울어 비가 흩날려

庚申萬鬼啾啾哭 경신만귀추추곡 경신년 모든 귀신 훌쩍여 울어 ※1380

似恨當時將事君 사한당시장사군 탓을 하듯 그때를 임금 섬기려

 

沙斤驛亭 사근역정 사근역 정자에서 兪好仁(1445~1494)6

乾坤眞逆旅 건곤진역려 하늘땅 진짜 떠돌아 다녀

無處不居停 무처불거정 어디 없으니 못 머물 곳이

往者猶來者 왕자유래자 가는 이 마치 오는 이라서

長亭復短亭 장정부단정 오래 머물러 다시 짧게도

遙空孤雁度 요공고안도 먼 하늘 쓸쓸 기러기 떠나

薄暮數峯靑 박모수봉청 어스름 몇몇 봉우리 푸릇

一枕南柯夢 일침남가몽 한숨 자다가 허튼 꿈 깨니

斜陽欲半庭 사양욕반정 기울은 볕이 반쯤 뜨락에

 

登鳥嶺 등조령 조령에 올라 兪好仁(1445~1494)7

凌晨登雪嶺 능신등설령 새벽 이른데 눈 고개 올라

春意正濛濛 춘의정몽몽 봄날 뜻 참말 흐릿흐릿해

北望君臣隔 북망군신격 북녘 바라봐 임금 떨어져

南來母子同 남래모자동 남으로 오니 엄마 아들 해

蒼茫迷宿霧 창망미숙무 아득히 깔린 밤안개 헤매

迢遞倚層空 초체의층공 높아 바뀌는 겹 하늘 기대

更欲裁書札 갱욕재서찰 다시 써야지 편지 보내려

愁邊有北鴻 수변유북홍 시름에 북녘 기러기 가네

 

岳陽洞天 악양동천 악양 멋진 골짝 兪好仁(1445~1494)8

一掬歸心天盡頭 일국귀심천진두 한 움큼 가고픈 맘 하늘끝머리

岳陽無處不淸幽 악양무처불청유 악양골 어디라도 맑고 그윽해

杜谷林塘春日遠 두곡임당춘일원 철쭉골짝 숲 연못 봄날 한참 돼

輞川煙雨暮山浮 망천연우모산부 겹겹 시내 안개비 저녁 산에 떠

雲泉歷歷編供興 운천력력편공흥 구름샘물 뚜렷해 흥이 나 엮여

軒冕悠悠惹起愁 헌면유유야기수 벼슬 들어 아련해 시름 일으켜

經筵每被催三接 경연매피최삼접 글 자리에 늘 입어 자꾸 서둘게

睾負亭前月滿舟 고부정전월만주 못에 비친 정자 앞 달이 배 가득

 

謝恩榮排律十二韻 사은영배율십이운 한껏 베풂 고마워 열둘 운의 배율9

兪好仁(1445~1494) 谿集

孑孑江湖士 혈혈강호사 홀로 외로운 강호에 선비

耕雲版籍民 경운판적민 구름 밭가는 널 적힌 백성

寅緣曾擢桂 인연증탁계 일찍 든 과거 삼가 맺음에

疏懶枉通津 소라왕통진 게으름 놓고 벼슬길 올라

自分爲駑質 자분위노질 나름 나뉨에 무딘 바탕 돼

多慙匪席珍 다참비석진 꽤나 부끄럼 자리 안 맞아

風雲千載會 풍운천재회 뜻 몰아 일어 모처럼 만나

文物太平辰 문물태평신 글 이뤄 지어 다스려진 날

蕩蕩開皇道 탕탕개황도 널리 쓸어내 임금 길을 터

蹌蹌拱紫宸 창창공자신 나서 납시어 대궐 껴안아

賡歌追聖帝 갱가추성제 기려 노래해 옛 임금 따라

較藝及群臣 교예급군신 재주 드러내 뭇 신하에게

燕石何論價 연석하논가 아무런 돌에 어찌 값 따져

樗材只合薪 저재지합신 몹쓸 나무야 땔감에 맞아

九重垂睿奬 구중수예장 궁궐 임금님 내림 하게해

一視荷同仁 일시하동인 하나로 보아 다 사랑 받게

玉府深藏祕 옥부심장비 옥부에 깊이 숨겨 갈마 둬

銀臺寵賜新 은대총사신 승정원에서 아껴 새 일 줘

拜嘉眞罔措 배가진망조 기뻐 절 올려 어쩔 줄 몰라

隕首若無身 운수약무신 머리 떨어져 몸 둠 모르듯

丹悃何由展 단곤하유전 붉은 참마음 어떻게 펼쳐

孤忠倘一伸 고충당일신 외로운 충성 하나나 펼지

惟將後彫節 유장후조절 오직 곧아야 뒤늦게 새겨

矢欲報君親 시욕보군친 갚으려 다짐 임금님 살핌

 

1448 君節 顔樂堂 金訢(1448∼1492)文匡 延安 顔樂堂集 안락당 김흔  18

玉堂賞梅1(옥당상매1)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다-金訢1

疎影橫斜夜向殘(소영횡사야향잔) 그림자 걸려 비껴 밤을 남기려

孤高唯共月盤桓(고고유공월반환) 홀로 높아 함께한 달이 서성여

巡簷索笑人如玉(순첨색소인여옥) 처마 돌아 웃으니 사람 옥 같아

相對成三冷談看(상대성삼냉담간) 서로 맞아 셋이 돼 말갛게 보여

 

玉堂賞梅2(옥당상매2)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다-金訢2

弄晩幽姿看未衰(농만유자간미쇠) 저녁 놀려 꼴 그윽 봐도 안 여려

東風難雪襟期(동풍난매설금기) 봄바람 못 더럽혀 눈 날리는 때 더럽힐매

臘前春後誰能擇(납전춘후수능택) 섣달 앞 봄 지난 뒤 누가 가리랴

正好色春如許時(정호색춘여허시) 정말 좋은 빛깔 봄 받아들일 때

 

玉堂賞梅3(옥당상매3)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다-金訢3

三嗅臨風香未殘(삼후림풍향미잔) 세 번 맡은 바람 앞 향내 안 남아 맡을후

參橫月落獨盤桓(삼횡월락독반환) 삼성 걸쳐 달은 져 홀로 서성여 二十八宿

直將命僕桃和李(직장명복도화리) 곧바로 종에 일러 복사 오얏 꽃

莫作春花一樣看(막작춘화일양간) 말마라 봄꽃이라 보긴 같다고

 

玉堂賞梅4(옥당상매4)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다-金訢4

氷蘗騷人鬢欲衰(빙벽소인빈욕쇠) 얼음 씁쓸 시인들 귀밑털 여려 황경나무벽

惟應疎淡愜心期(유응소담협심기) 맞으니 드문 묽어 마음 즐길 때 쾌할협

從敎桃李成蹊徑(종교도리성혜경) 따르니 복사 오얏 지름길 이뤄 지름길혜

質素寧不入時(질소녕무불입시) 밑바탕 아리따움 아니 들은 때 아리따울무

 

玉堂賞梅5(옥당상매5)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다-金訢5

玉色輕明照夜殘(옥색경명조야잔) 옥 빛깔 살폿 밝아 남긴 밤 비춰

吟醉且盤桓(행한음취차반환) 하느니 읊어 취해 또한 서성여

風流自是今何遜(풍류자시금하손) 바람 흐름 이부터 이제는 어째 겸손할손

直作凌風却月看(직작능풍각월간) 곧 지어 바람 깔봐 되레 달을 봐

 

玉堂賞梅6(옥당상매6)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다-金訢6

山澤風標肯衰(산택풍표거긍쇠) 산과 못 바람 걸림 어찌 여려져 어찌거

淸癯要是歲寒期(청구요시세한기) 말쑥 여림 이 찾음 추운 날 맺어 여윌구

托根玉署飜(탁근옥서번무만) 뿌리 붙인 옥당에 고움을 뒤쳐 관청서

應位馮郞晧首時(응위풍랑호수시) 으레 자리 젊은이 흰머리 될 때 성풍

 

玉堂賞梅7(옥당상매7)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다-金訢7

羌笛凄凉曲未殘(강적처량곡미잔) 북녘 땅 피리 썰렁 가락 안 끊겨

夜深三弄似聞桓(야심삼롱사문환) 밤 깊어 세 번 울려 푯말 듣는 듯

明年更發知誰在(명년갱발지수재) 이듬해 다시 불면 뉘 있나 알아

更挽疏枝好細看(갱만소지호세간) 또 당겨 성긴 가지 살펴봄 좋아

 

玉堂賞梅8(옥당상매8) 옥당에서 매화를 감상하다-金訢8

氷葩正盛恐將衰(빙파정성공장쇠) 얼음 꽃 정말 한창 시들까 싶어 꽃파

携酒來看莫後期(휴주래간막후기) 술 가지고 와서 봐 뒷날 바램마

自是玉堂淸到骨(자시옥당청도골) 이 때부터 옥당은 맑아 뼈 스며

絶勝踏雪探春時(절승답설탐춘시) 끊일 빼남 눈 밟아 봄을 찾는 때

 

落梅後又岡前1(낙매후우강전1) 매화 진 뒤 언덕 앞에-金訢9

春事還隨畵角殘(춘사환수화각잔) 봄날 일 돌려 쫓아 화각 남겨짐

攀條不覺屢盤桓(반조불각루반환) 가지 잡고 못 깨쳐 자주 서성여

北枝容有餘芳在(북지용유여방재) 북쪽 가지 담아내 남은 향 있어

爲報吟人洗眼看(위보음인세안간) 알리려 읊는 이에 눈 씻고 보래

 

落梅後又岡前2(낙매후우강전2) 매화 진 뒤 언덕 앞에-金訢10

抵死淸香尙不衰(저사청향상불쇠) 죽어도 맑은 향기 여태 안 여려抵死爲限

飄零猶守舊心期(표령유수구심기) 나부껴 외려 지켜 옛 마음 맺음

瘦於飯顆相逢日(수어반과상봉일) 밥알에 여위어져 서로 만난 날 낟알과

淸似西山獨餓時(청사서산독아시) 말갛기 서산인 듯 혼자 굶을 때首陽山 伯夷叔齊

 

落梅後又岡前3(낙매후우강전3) 매화 진 뒤 언덕 앞에-金訢11

落蘂催人鬢自殘(낙예최인빈자잔) 지는 꽃 서둘러서 머리 절로 세 꽃술예

杖藜搔頭爲盤桓(장려소두위반환) 짚고서 머리 긁어 서성이게 해靑藜杖

一年芳信無多子(일년방신무다자) 한 해 내내 꽃소식 많지 않아서

火急相邀秉燭看(화급상요병촉간) 바삐도 서로 맞아 촛불 들고 봐

 

落梅後又岡前4(낙매후우강전4) 매화 진 뒤 언덕 앞에-金訢12

惆愴瓊姿乃爾衰(추창경자내이쇠) 슬프다 옥의 맵시 이리 시들어

可堪一別隔年期(가감일별격년기) 견뎌내 한번 헤져 해를 둔 맺음

玉堂幸有和羹手(옥당행유화갱수) 옥당에 다행 있어 맛난 국 솜씨

佇見枝頭着子時(저견지두착자시) 그저 바래 가지 끝 열매 맺는 때

 

對馬島舟中夜坐1(대마도주중야좌1) 대마도 가는 배에서 밤에 앉아-金訢13

一天秋色海迢迢(일천추색해초초) 하루하늘 가을 빛 바다 아득해 멀초

萬里歸心逐去潮(만리귀심축거조) 만 리 마음 돌아가 물결을 쫓아

半夜西風吹客老(반야서풍취객로) 한밤에 서풍불어 나그네 늙어

韶顔明目定全消(소안명목정전소) 고운 얼굴 밝은 눈 홀랑 사라져

 

對馬島舟中夜坐2(대마도주중야좌2) 대마도 가는 배에서 밤에 앉아-金訢14

獨揭孤篷枕不安(독게고봉침불안) 혼자서 쑥뜸 붙여 잠이 안 편해

西風一夕晩潮寒(서풍일석만조한) 서쪽바람 한저녁 늦물 차가워

海天秋色尋無處(해천추색심무처) 바다하늘 가을빛 찾을 데 없어

却向潘郞鬢上看(각향반랑빈상간) 되레 생각 반악을 귀밑머리 봐潘岳(247~300)西晉

 

三月三日(삼월삼일) 삼월 삼짇날-金訢15

才經百五又三三(재경백오우삼삼) 바로 지난 한식날 또한 삼짇날寒食:冬至105일째

客裏那堪歲月淹(객리나감세월엄) 떠돎 속 어찌 견뎌 세월에 담겨 담글엄

且趁良辰沽美酒(차진양신고미주) 쫓아 붙은 좋은 날 맛난 술 사려

杏花西畔颺靑(행화서반양청렴) 살구꽃 서쪽언덕 술집 기 날려 날릴양 술집기렴

 

玉河館偶吟(옥하관우음) 옥하관에서 읊다-金訢16

隙曛斜透弄遊塵(극훈사투롱유진) 틈 햇살 비껴 뚫어 먼지 놀려대 석양빛훈

靜坐焚香閱此身(정좌분향열차신) 가만 앉아 향 살라 이 몸을 살펴

盡日掩門來往絶(진일엄문래왕절) 날을 다해 문 닫아 오고감 끊겨 가릴엄

時時還有賣書人(시시환유매서인) 때때로 되레 있어 책을 파는 이

 

寒食(한식) 한식날-金訢17

寒食淸明二月天(한식청명이월천) 한식에다 청명은 이월의 날씨

東風庭院掛鞦韆(동풍정원괘추천) 봄바람에 뜨락엔 그네를 매어

流鶯啼過畵樓去(류앵제과화루거) 꾀꼬리 울며지나 그림 루 떠나

一樹杏花開政姸(일수행화개정연) 나무 하나 살구 꽃 피어 참 고와

 

元日(원일) 설날-金訢18

門戶何曾施鬱壘(문호하증시울루) 문에다 언제 일찍 울루를 세워액막이 신

杯盤未見頌椒花(배반미견송초화) 술상은 아니 보여 초화를 기려 산초나무초

家貧自是輕佳節(가빈자시경가절) 집 가난해 이부터 좋은 날 설렁

唯覺年華上鬢華(유각년화상빈화) 오직 알아 해 꽃핌 귀밑털에 꽃

 

1450 一蠹 鄭汝昌(1450∼1504)文獻 河東 一蠹遺集  1

일두 정여창 金宗直 문인 1498년 무오사화에 유배1

遊頭流山到花開縣作(유두류산도화개현작) 두류산에 놀다가 화개현에 와서-鄭汝昌

風蒲獵獵弄輕柔(풍포렵렵롱경유) 바람부들 살랑대 가볍게 놀려

四月花開麥已秋(사월화개맥이추) 사월에 꽃이 피니 보리는 가을

看盡頭流千萬疊(간진두류천만첩) 보기 다한 두류산 천만 봉 겹쳐

孤舟又下大江流(고주우하대강류) 외론 배 또 내려가 큰 강은 흘러

 

1454 伯恭 秋江 南孝溫(14541492)文貞 宜寧 六臣傳  17

西江寒食 한식날 서강에서 추강 남효온 생육신1

天陰籬外夕烟生 하늘 흐려 울밖에 저녁연기가 울타리리

寒食東風夜水明 한식날 동풍불고 밤에 물 환해

無限滿船商客語 끝없이 배는 가득 장사치 말이

柳花時節故鄕情 버들 꽃 한창일 땐 고향의 뜻이

 

偶吟(우음) 우음-南孝溫 추강 남효온 생육신2

蒼鷹上雲霄(창응상운소) 푸른 보라매 구름하늘로 하늘소

下視千丈臨(하시천장림) 내려다보니 천 길 다가서

飄零遊子意(표령유자의) 떠돌아 다녀 나그네 뜻은

非復疇昔心(비복주석심) 아니 돌려서 밭은 옛 마음 밭두둑주

 

漁人若老舟上經四宿船舷書懷(어인약로주상경사숙선현서회)

노인 같은 어부가 배 위에서 나흘을 묵고 감회를 적다-南孝溫3

撥火灸魚心(발화구어심) 불을 다스려 물고기 구워 다스릴발 뜸구

編茅結小陰(편모결소음) 띠 풀을 엮어 작은 응달을

舟中朝復夕(주중조부석) 배 가운데서 아침 다시 밤

煙雨一江深(연우일강심) 안개에 비에 강 하나 깊어

 

題聖居山元通庵窓壁(제성거산원통암창벽) 성거산 원통암 창 벽에 적다-南孝溫4

東日出杲杲(동일출고고) 동녘에 해는 떠올라 밝아 밝을고

木落神靈雨(목락신령우) 나뭇잎 떨궈 신령한 비에

開窓萬慮淸(개창만려청) 창문을 열어 만 걱정 맑혀

病骨欲生羽(병골욕생우) 병든 몸에서 날개 돋으려

 

與友人遊昭格署洞(여우인유소격서동) 벗과 함께 소격서 골에 놀아-南孝溫5

幽洞雲生處(유동운생처) 깊은 골 구름 일어나는 곳

溪流日夕舂(계류일석용) 시내는 흘러 밤낮 방아를 찧을용

花明山路熟(화명산로숙) 꽃이 밝아서 산길도 익어

人斷石門重(인단석문중) 사람 끊겨서 돌문이 겹겹

鳥度靑蓮嶂(조도청련장) 새 날아 지나 푸른 연 산을 연밥련 높고가파른산장

龍頹韋偃松(용퇴언송) 용은 무너져 에워 누운 솔 무너질퇴 쓰러질언

從來爲眼癖(종래위안벽) 이제껏 하니 눈에 버릇에 적취벽

不計費扶(불계비부공) 꾀하지 않아 지팡이 짚기 도울부 대이름공

 

江西寒食(강서한식) 강서의 한식날-南孝溫6

天陰籬外夕煙生(천음리외석연생) 날 흐려 울타리 밖 저녁연기 나

寒食東風野水明(한식동풍야수명) 한식날 봄바람에 들에 물 맑아

無限滿船商客語(무한만선상객어) 끝없이 배로 가득 장사치 얘기

柳花時節故鄕情(유화시절고향정) 버들 꽃 때 만난 철 고향에 정이

 

夢安子挺(몽안자정) 안자정을 꿈에 보다月窓 安應世 竹山人 進士-南孝溫7

邯鄲一夢暮山前(한단일몽모산전) 한단의 한바탕 꿈 저문 산 앞에 조나라서울단

魂與魄逢是偶然(혼여백봉시우연) 얼과 넋 만난 것이 이리 뜻밖에

細雨半夜春寂寞(세우반야춘적막) 보슬비 깊은 한밤 봄은 고요해

杏花無數落金錢(행화무수락금전) 살구꽃 셀 수 없이 떨어진 금돈

 

月溪(월계) 월계-南孝溫8

水北石山霜後樹(수북석산상후수) 물의 북쪽 돌산에 서리 맞은 숲

水南茅店午時鷄(수남모점오시계) 물 남쪽 초가주막 한낮 닭 울음

蹇驪古棧斜風勁(건려고잔사풍경) 발 저는 말 옛 잔도 센 바람 기웃 절건 잔도잔

細雨蕭蕭過月溪(세우소소과월계) 보슬비 부슬부슬 달 시내 지나

 

上巳城南(상사성남) 삼짇날 성남-南孝溫9

城南城北杏花紅(성남성북행화홍) 성의 남쪽 성 북쪽 살구꽃 발개

日在花西花影東(일재화서화영동) 해 있어 꽃은 서쪽 꽃그늘 동쪽

匹馬病翁驚節侯(필마병옹경절후) 말 하나 병 늙은이 철 날씨 놀라 필필

斜風吹淚女墻中(사풍취루여장중) 비낀 바람 눈물 나 성가퀴 속에 담장

 

自詠1(자영1) 스스로 읊어-南孝溫10

燈花結影幢幢(등화결도영당당) 등잔 꽃 맺은 불꽃 그림자 펄렁 불꽃 기당

亂雪紛紛斜打窓(난설분분사타창) 눈 날려 어지러이 비껴 창 때려

身上五勞仍病易(신상오로잉병이) 몸 둠에 다섯 힘씀 병들기 쉬워五勞

一歌萇楚淚如江(일가장초루여강) 한 노래 장초노래 눈물 강처럼 나무이름장

五勞 : 久視오래보기 久臥오래눕기 久坐오래앉기 久立오래서기 久行오래걷기

 

自詠2(자영2) 스스로 읊어-南孝溫11

愁來謁病倍平昔(수래알병배평석) 시름 닥쳐 병 아뢰 지난날 곱이 아뢸알

其奈長安水價增(기내장안수가증) 그 어찌 장안이라 물 값이 올라 불을증

病婢持甁枯井上(병비지병고정상) 병 든 여종 항아리 마른 우물에 여자종비

日看雙淚自成永(일간쌍루자성영) 날마다 봐 눈물 져 절로 길어져

 

自詠3(자영3) 스스로 읊어-南孝溫12

辛壬强飢逢乙巳(신임강기봉을사) 신 임 년 세찬 주림 을사년 만나 ※1485 32

萬家散盡我家存(만가산진아가존) 모든 집 다 흩어져 우리만 남아

傷心紫陌東南路(상심자맥동남로) 마음 다쳐 보라 빛 동남의 길이 두렁맥

看見村村棄子孫(간견촌촌기자손) 보게 돼 마을 마을 버려진 아이

 

自詠4(자영4) 스스로 읊어-南孝溫13

達道子雲著法言(달도자운저법언) 도를 뚫은 양자운 법 말씀 붙여

生憎屈子反離騷(생증굴자반이소) 미움 나니 굴원에 반이소 지어 미워할증

雖然投閣求生辱(수연투각구생욕) 몸 던져 누각에서 삶 찾아 욕돼

千載何如溺死高(천재하여닉사고) 천년에 어찌하나 빠져 간 높음 빠질닉

反離騷 : 나라 揚雄 屈原 離騷 반박해 지음

楊雄(BC53~18)前漢 子雲 王莽 僞朝 벼슬하여 大夫詞賦 잘함

 

自詠5(자영5) 스스로 읊어-南孝溫14

退之刻意如夫子(퇴지각의여부자) 한퇴지 마음 새겨 공자와 같기 새길각

顔氏簞瓢意若輕(안씨단표의약경) 안회는 단표누항 가볍게 여겨簞食瓢飮陋巷

當日上書人不齒(당일상서인불치) 그때그날 글 올려 사람 아니 쳐 不齒人類

至今留說四科名(지금류설사과명) 이제와 남긴 말씀 네 과목 이름

四科: 德行 言語 政事 文學/ 質樸 敦厚 遜讓 有行

 

自詠6(자영6) 스스로 읊어-南孝溫15

胡廣中庸世更賢(호광중용세갱현) 호광의 중용지킴 세상에 어짊

六朝丞相萬人先(육조승상만인선) 육조의 승상으로 만인에 앞서

當時自笑西山餓(당시자소서산아) 그날그때 비웃어 서산 굶은 일伯夷叔齊

死後諂名汚幾年(사후첨명오기년) 죽은 뒤 아양이름 몇 년 더럽혀 아첨할첨

 

自詠7(자영7) 스스로 읊어-南孝溫16

稽康超世遁昏冥(계강초세둔혼명) 계강은 세상 너머 숨어 깊숙이 달아날둔

顧笑世人罹禍機(고소세인리화기) 비웃어 세상사람 허물에 걸려 근심리

身亦不逃鐘會網(신역부도종회망) 몸 또한 못 달아나 종회 그물에

廣陵散絶可堪悲(광릉산절가감비) 광릉에 흩여죽어 슬픔을 견뎌 견딜감

(223~262) 竹林七賢 중심인물 삼국시대의 시인 겸 철학자 반란사건 누명 처형

鐘會(225~264) 정벌한 장군 鍾繇 막내아들 司馬昭에게 반란 살해당함

 

自詠8(자영8) 스스로 읊어-南孝溫17

羽士曹唐進火功(우사조당진화공) 깃 선비 도사 조당 불에 힘쓴 공仙藥달임

當年謾擬伯陽公(당년만의백양공) 그해에 느릿 비겨 백양공에다 속일만 헤아릴의

鉛埋汞沒爽靈斃(연매홍몰상령폐) 선약은 묻혀 숨어 맑은 령 죽어 납연 수은홍

墓木蕭蕭颺晩風(묘목소소양만풍) 무덤나무 쓸쓸히 늦바람 날려 날릴양

 

1454 大猷 蓑翁 金宏弼(14541504)文敬 瑞興 寒暄堂集  3

사옹 김굉필 영남학파1

書懷 서회

處獨居閒絶往還 홀로 살아 한가해 돌아감 끊어

只呼明月照孤寒 다만 불러 밝은 달 외론 날 비춰

憑君莫問生涯事 그대 기대 묻지 마 삶의 일일랑 기댈빙 물가애

前頃煙波數疊山 앞밭에 안개일어 몇 겹에 산에 겹쳐질첩

 

路傍松(로방송) 길가 소나무의인화 노인에 비유-金宏弼2

一老蒼髥任路塵(일로창염임로진) 한 노인 푸른 수염 길에 먼지에

勞勞迎送往來賓(로로영송왕래빈) 힘쓰니 맞고 보내 오가는 길손

歲寒與汝同心事(세한여여동심사) 날 찬데 그대 함께 마음 맞춘 일

經過人中見幾人(경과인중견기인) 지나는 이 가운데 몇이나 봤나

 

寫牧丹(사목단) 모란을 그리지-金宏弼3

雲裏寒梅雨後蘭(운리한매우후란) 구름 속 추운 매화 비 온 뒤 난초

看時容易畵時難(간시용이화시난) 볼 때는 쉬웠는데 그리진 못해

早知不入詩人眼(조지불입시인안) 일찍 알아 아니 듦 시인 눈에는

寧把臙脂寫牧丹(녕파연지사목단) 차라리 연지 잡아 모란 그릴 걸

臙脂 : 동양화에 쓰는 붉은 물감

 

1454 太虛 梅溪 曺偉(1454∼1503)文莊 昌寧 梅溪集 매계 조위  16

寄伸二絶1(기신이절1) 마음을 부치며-曺偉1

旅雁不成行(여안불성행) 떠돈 기러기 줄을 못 이뤄

邊聲日暮起(변성일모기) 변방 소리는 해 지고 들려

相思空白頭(상사공백두) 서로 생각에 괜한 흰 머리

悵望人千里(창망인천리) 슬피 바라니 천리 길 사람

 

寄伸二絶2(기신이절2) 마음을 부치며-曺偉2

迢迢關塞長(초초관새장) 아득한 변방 멀기도 해서

默數家山路(묵수가산로) 말없이 헤어 고향 가는 길

何時連夜床(하시연야상) 언제 잇달아 밤을 보내며

共聽梅堂雨(공청매당우) 함께 들으랴 매당 빗소리

 

永興客館夜坐(영흥객관야좌) 영흥 객관에서 밤에 앉아-曺偉3

淸夜坐虛閣(청야좌허각) 말갛게 밤이 빈 누각 앉아

秋聲在樹間(추성재수간) 가을 소리는 나무 사이서

水明山影落(수명산영락) 물이 밝으니 산 그림자 져

月上露華溥(월상로화부) 달이 떠올라 이슬 꽃 넓어

恠鳥啼深壑(괴조제심학) 괴상한 새는 깊은 골 울어

潛魚過別灣(잠어과별만) 잠긴 물고기 물굽이 지나

此時塵慮靜(차시진려정) 이때는 티끌 걱정을 잊어

幽興集毫端(유흥집호단) 그윽한 흥이 붓끝에 모여

 

題紅梅畵簇(제홍매화족) 홍매화 그림족자에 제하여-曺偉4

夢覺瑤臺踏月華(몽각요대답월화) 꿈 깨어 멋진 누대 달빛을 걸어

香魂脈脈影橫斜(향혼맥맥영횡사) 향내 넋 잇달아져 그림자 비껴

似嫌玉色天然白(사혐옥색천연백) 옥 빛깔 싫어선지 순수의 흰빛

一夜東風染彩霞(일야동풍염채하) 한 밤을 봄바람에 노을 물들어

 

古意(고의) 옛 뜻-曺偉5

世間岐路混泥塵(세간기로혼니진) 세상사이 갈림길 뒤섞인 진흙 먼지

謾爲浮名絆此身(만위부명반차신) 헐뜯게 될 뜬 이름 이 몸을 얽어매네

風月性靈惟妙句(풍월성령유묘구) 바람 달 바탕마음 오직 묘한 글로서

江湖生理一綸巾(강호생리일륜건) 강 호수 살아가기 하나의 윤건이면

嗣宗白眼驚時輩(사종백안경시배) 사종이 흘겨보니 그때 사람 놀라고

謝眺靑山屬後人(사조청산속후인) 사조는 푸른 산을 뒷사람에 남겼네

萬事悠悠多慷慨(만사유유다강개) 온갖 일 아득하여 많이도 슬퍼 탄식

時時樽酒更相親(시시준주갱상친) 때때로 통에 술을 다시 서로 가까이

嗣宗 阮籍(210∼263)竹林七賢 靑眼 白眼

玄暉 謝眺(464∼499)六朝시대 나라 시인

 

次虛菴韻(차허암운) 허암의 운을 빌어-曺偉6

靑春看漸近(청춘간점근) 푸른 봄 보니 차츰 다가와

山鬼笑陳人(산귀소진인) 산 귀 비웃어 널려진 사람

誤鑄幾州錯(오주기주착) 틀리게 찍어 몇 고을 잘못

忍呑三斗塵(인탄삼두진) 차마 삼키니 서 말의 티끌

夢魂遶遠道(몽혼요원도) 꿈꾸는 넋에 둘러서 먼 길

歲月老孤臣(세월로고신) 세월에 늙어 외로운 신하

未免監河貸(미면감하대) 면치 못하니 나룻 관원 삯

何人更指囷(하인갱지균) 어느 뉘 다시 가리켜 돕나

 

自警(자경) 스스로 타일러-曺偉7

道在須臾日用間(도재수유일용간) 도 있어 잠간이나 날로 쓰면서

求而卽至是希顔(구이즉지시희안) 찾아서 곧 이르니 이는 드문 낯

苟能從事於精一(구능종사어정일) 진실로 일을 쫓아 알뜰히 하면

天理分明也復還(천리분명야복환) 하늘 이치 뚜렷해 다시 돌아와

 

南遷過漢江(남천과한강) 남으로 옮겨 한강을 지나다-曺偉8

歸來不見天(모소귀래불견천) 흐릿 비쳐 돌아와 하늘도 안 봬

終南咫尺望雲煙(종남지척망운연) 종남산이 가까이 구름 이내로

三年塞下孤臣淚(삼년새하고신루) 삼년을 변방아래 외론 신 눈물

今日江頭倍黯然(금일강두배암연) 오늘날 강 머리에 곱절 슬픔이

 

寄誼老(기의로) 주지승 학의에게-曺偉9

數日遊山不厭山(수일유산불염산) 며칠을 산에 놀아 산이 안 싫어

今朝胡乃出雲關(금조호내출운관) 오늘 아침 어찌해 구름 문 나서

殷懃邀我又相送(은근요아우상송) 살며시 나를 맞아 또 서로 보내

却笑山僧亦未閑(각소산승역미한) 되레 웃어 산 스님 아니 한가해

 

重試後與叔度約遊松都(중시후여숙도약유송도)

중시를 보고 숙도와 송도에서 놀 것을 약속하며-曺偉10

去年海上賦離騷(거년해상부리소) 지난해 바다 위서 이소를 읊어

重入脩門望赭袍(중입수문망자포) 다시 들어 대궐문 벼슬을 바래

短技豈能容羿(단기기능용예구) 짧은 재주 어쩌나 예의 활 담아

此身端合臥江皐(차신단합와강고) 이 몸 바로 맞으니 강 언덕 누워

宏詞未遣昌黎恨(굉사미견창려한) 큰 글을 못 보내니 창려의 한이

嗜酒常懷老阮豪(기주상회로완호) 술 즐겨 늘 품으니 완적의 호기

結習年來消不盡(결습년래소부진) 하던 대로 해 오면 꺼짐 못 다해

擬同小陸訪前朝(의동소륙방전조) 소륙과 같게 본떠 앞 왕조 찾아

 

途中偶吟(도중우음) 길을 가면서-曺偉11

小儒當日志雲龍(소유당일지운룡) 저로선 날 맞아서 뜻은 벼슬에

西望長安路不窮(서망장안로불궁) 서쪽 보니 서울에 길은 안 막혀

翁子從今歸闕下(옹자종금귀궐하) 늙은이 이제라도 대궐 돌아가

季鷹那得憶吳中(계응나득억오중) 계응은 어찌하여 오중을 생각

松高鶴夢千山月(송고학몽천산월) 솔 높아 학은 꿈에 많은 산 달을

海闊鵬翔萬里風(해활붕상만리풍) 틘 바다 붕새 날아 만 리에 바람

回首天涯心更感(회수천애심갱감) 고개 돌려 하늘 끝 마음 더 느낌

白雲何處是關東(백운하처시관동) 흰 구름 어느 곳이 바로 관동 땅

 

上元應製(상원응제) 대보름 응제시-曺偉12

壽域熙熙屬太平(수역희희속태평) 장수고을 빛나니 크게 평안해

香街小雨斂春晴(향가소우렴춘청) 멋진 거리 가랑비 봄날로 개여

雲開鳳闕天逈(운개봉궐곤천형) 구름 걷힌 대궐에 궐 거리 빛나

風動鰲山璧月明(풍동오산벽월명) 바람 이는 자라 산 구슬 달 밝아

萬顆時看紅(만과시간홍려살) 만 낟알 때론 보여 붉은 알 흩여

天門何處紫姑迎(문하처자고영) 천의 문 어느 곳서 자고를 맞나

侍臣扶醉歸來晩(시신부취귀래만) 모신 이 취해 잡고 돌아옴 늦어

喜聽新年歡笑聲(희청신년환소성) 기쁜 들림 새해라 즐겨 웃음을

 

次祈郞中順韻(차기랑중순운) 기랑중순의 운을 빌어-曺偉13

湖光山色摠相宜(호광산색총상의) 호수 빛 산 빛깔이 서로 어울려

濃抹雲烟晩更奇(농말운연만갱기) 짙은 칠 구름 연기 늦게도 야릇

平遠難描郭熙畵(평원난묘곽희화) 널러 멀어 못 그려 곽희 그림에

雄豪堪着謫仙詩(웅호감착적선시) 씩씩 우뚝 견딜 건 이태백 시로

晴坡牛放歸田懶(청파우방귀전나) 갠 고개 소를 놓아 돌아옴 나른

古澤龍騰入霧遲(고택룡등입무지) 오랜 못 용이 솟아 안개 낌 더뎌

俄頃觀眞絶特(아경괴관진절특) 언뜻 기웃 살피니 참 뛰어남에

天涯此地夢相思(천애차지몽상사) 하늘 끝에 여기선 꿈에 생각을

 

奉和崔台甫先生韻(봉화최태보선생운) 최태보선생의 운을 받들어 답하여-曺偉14

飽閱年華白髮新(포열년화백발신) 배불리 먹은 나이 흰머리 새록

塵勞那溷葛天民(진로나혼갈천민) 티끌 일 어찌 섞여 얽힌 참 백성

詩書滿架堪娛老(시서만가감오로) 시서로 시렁 가득 늙어 즐길 만

粳稻登場不患貧(갱도등장불환빈) 메벼나락 타작해 가난 안 걱정

已辦盃觴供令節(이판배상공령절) 이미 차린 술상을 받드는 계절

閑栽花竹樂餘春(한재화죽락여춘) 느긋이 기른 꽃 대 남은 봄 즐겨

來甲子知多少(산래갑자지다소) 헤어오는 나이가 얼만지 알아

莫問當時絳縣人(막문당시강현인) 묻지 마오 그 옛날 강현 사람에

 

金藏臺二首(금장대이수) 금장대경주시 소재-曺偉15

坡陀斷崖俯江皐(파타단애부강고) 고개 비탈 깎여서 강 언덕 굽어

乘興登臨望眼遙(승흥등림망안요) 흥을 타 올라서서 바랜 눈 아득

纍纍欹石獸(고총류류의석수) 옛 무덤 이어 쌓여 기운 돌짐승

靑山隱隱聳金鰲(청산은은용금오) 푸른 산 흐릿흐릿 솟은 금자라

傷心廢苑煙花鬧(상심폐원연화료) 맘 아파 버린 동산 봄 경치 시끌

滿目空城塔廟高(만목공성탑묘고) 눈에 가득 빈 성에 탑 사당 높아

天地無情如昨日(천지무정여작일) 하늘땅 정이 없어 어제만 싶어

人間蠛蠓等秋毫(인간멸몽등추호) 사람세상 벌레들 가을 털 같아

 

金藏臺二首(금장대이수) 금장대경주시 소재-曺偉16

臺上滄茫煙景遲(대상창망연경지) 대 오르니 아득해 봄 경치 더뎌

那堪吊古更憑危(나감조고갱빙위) 어찌 견뎌 옛 물어 또 기댄 위험

丘園薺麥爭春色(구원제맥쟁춘색) 언덕 동산 풀 보리 봄빛을 다퉈

城郭人民異昔時(성곽인민이석시) 성안에 사는 사람 옛날과 달라

阮籍聊興廣武嘆(완적료흥광무탄) 완적은 흥을 입어 광무를 한탄

鄒湛空作峴山悲(추담공작현산비) 추담은 괜히 지어 현산에 슬퍼

興亡萬古長如此(흥망만고장여차) 흥함 망함 오래 돼 이처럼 길어

不用哀歌詠黍離(불용애가영서리) 쓰지 마 슬픈 노래 서리를 읊어

 

1455 子挺 月窓 安應世(1455∼1480) 월창 안응세  3

無題(무제) 무제-安應世1

雨濕雲蒸暗海城(우습운증암해성) 비에 축축 구름 쪄 어둔 바다 성

傷心前歲送郞行(상심전세송랑행) 마음 아파 지난 해 임을 보내어

燕鴻寂寞音書斷(연홍적막음서단) 기러기 제비 쓸쓸 소식이 끊겨

深院無人杏子成(심원무인행자성) 깊은 집 사람 없이 살구만 달려

 

秋晩(추만) 가을 늦어져-安應世2

黃菊開殘故國花(황국개잔고국화) 노란국화 피었던 고향 땅의 꽃

寒衣未到客思家(한의미도객사가) 추위 옷 아니 닿아 길손 집 생각

邊城落日連衰草(변성낙일연쇠초) 변방성에 지는 해 이어 시든 풀

啼殺秋風一樹鴉(제살추풍일수아) 울어 죽여 갈바람 한 숲 까마귀

 

題屛(제병) 병풍에 제하여-安應世3

征雁來時歲事闌(정안래시세사란) 기러기 날아올 때 해 할일 막아 가로막을란

一天秋影可江干(일천추영가강간) 한 하늘 가을 그늘 강을 넘어서

世間奔走人空老(세간분주인공로) 세상에 쫓아달려 사람 헛늙어

湖海衡門我獨關(호해형문아독관) 호수바다 지른 문 나 혼자 닫아

 

1457 (1457~1469~1494)康靖成宗 全州 9대 성종 이혈  1

雪作精神玉作容 설작정신옥작용 눈으로 얼을 짓고 옥으로 얼굴지어

玲瓏庭院弄薰風 영롱정원롱훈풍 아름다운 뜰 담에 향긋 바람 놀리니

肯隨桃李媚眷色 긍수도리미권색 옳거니 복사 오얏 보란 빛 아양 떨어

暗許氷霜老化公 암허빙상로화공 모른 채 얼음서리 나이 들어 정승 돼

 

1457 子眞 崔淑生(14571520)文貞 慶州 右贊成  1

聖心泉 성심천

何以醒我心 무엇으로 깰 건가 내 마음 어찌 깰성

澄泉皎如玉 맑은 샘 달빛 받아 옥처럼 맑아 맑을징 달빛교

坐石風動裙 돌에 앉아 바람이 옷자락 살랑 치마군

挹流月盈掬 흐름을 떠올리니 달이 한 움큼 뜰읍 움킬국

 

1458 兼之 湖山 李達善(1458∼1507) 光州 호산 이달선  1

神勒寺(신륵사) 신륵사-李達善

禪房僧已寂(선방승이적) 선방의 스님 이미 고요해

獨坐夜將分(독좌야장분) 혼자 앉으니 밤을 나누려

知有漁舟過(지유어주과) 알고 있어서 고깃배 지나

江心人語聞(강심인어문) 강 가운데서 사람 말 들려

 

1464 季雲 濯纓 金馹孫(14641498)文愍 金海 濯纓集  1

次睡軒 수헌 운으로 탁영 김일손 영남학파

落日長亭畔 지는 해 멀리 떠날 정자에서는 두둑반

離盃持勸君 이별의 잔 잡고서 그대를 위해 잔배 권할권

危樓天欲襯 높은 누각 하늘을 가까이 하려 속옷친

官渡路橫分 벼슬살이 거칠 길 가로 놓였네 건널도

去客沒孤島 떠날 길손 사라질 외로운 섬에 가라앉을몰

浮生同片雲 떠도는 삶 함께할 조각구름이 조각편

江風不解別 강바람 마지못해 헤어지기가

吹棹動波文 불어서 노를 저어 물결무늬가 불취 노도

 

1465 堯卿 玉峰 趙舜(1465∼1529) 咸安 玉峰逸稿集 옥봉 조순  6

下第歎(하제탄) 과거에 떨어져 탓하며-趙舜1

早將黃卷傍儒林(조장황권방유림) 일찍이 책 읽으니 선비들 곁이

烏案靑燈慢苦心(오안청등만고심) 까만 책상 퍼런 등 괴로운 마음

二十五年何所得(이십오년하소득) 스물다섯 나이에 얻은 게 무엇

推書撲筆浪悲吟(퇴서박필랑비음) 책 밀어 붓을 내쳐 서러워 읊어

 

觀朴淵瀑布(관박연폭포) 박연폭포 바라보며-趙舜2

蒼崖壁立是誰刳(창애벽립시수고) 푸른 벼랑 벽 세워 이 누가 깎아 가를고

天上飛來萬丈波(천상비래만장파) 하늘에서 날아와 만 길 물결이

早晩華山還到日(조만화산환도일) 머지않아 꽃 산에 돌아 닿는 날

奇觀當向故人誇(기관당향고인과) 튀어 보여 마땅히 벗더러 자랑

 

戱占絶句書妓生衣(희점절구서기생의) 기생 옷에 놀려 절구를 쓰다-趙舜3

高牙大纛三軍帥(고아대독삼군수) 높은 창 큰 깃발은 삼군의 원수三軍=全軍

                                      / 높인 상아 큰 꽂이 꾼들 거느려머리장식

黃卷靑燈一布衣(황권청등일포의) 서책에 푸른 등불 한갓 서생에베옷의 書生

                                      / 노란 발 청루 홍등 얇은 옷 하나

方寸分明涇渭在(방촌분명경위재) 마음에 나눔 밝아 사리에 밝아

                                      / 가슴엔 나뉨 뚜렷 경수에 위수 涇渭=淸濁

不知丹粉爲誰施(부지단분위수시) 모르리 단약 가루 뉘 위한 베풂

                                      / 아니 알아 분단장 하니 누가 펴

 

淸風郡 寒碧樓懸板(청풍군 한벽루현판) 청풍군 한벽루의 현판에-趙舜4

上下灘聲吼作雷(상하탄성후작뢰) 위아래 여울소리 우레를 지어

水邊籬落晩生烟(수변리락만생연) 물가에 울 친 마을 저녁연기 펴

何方借得丹靑水(하방차득단청수) 어떻게 데려 얻어 울긋불긋 물

圖畵溪山勝景傳(도화계산승경전) 그린 그림 개울 산 빼난 볕 물려

 

() 이어서 또-趙舜5

鐵壁如屛傍水邊(철벽여병방수변) 쇠 절벽 병풍처럼 물가에 곁에

一村桑柘起吹烟(일촌상자기취연) 마을 하나 뽕밭엔 연기 펴 불어 산뽕나무자

使君風致元非俗(사군풍치원비속) 그대 시켜 바람 볕 속되지 않아

日日哦詩待客傳(일일아시대객전) 날마다 시 읊기를 기다린대나 옳을아

 

映湖樓次板上韻(영호루차판상운) 영호루의 현판에 있는 시를 빌어-趙舜6

客裏淸遊到此多(객리청유도차다) 나그네 맑은 놀이 여기 꽤나 와

上樓情興晩尤加(상루정흥만우가) 루 올라 정이 일어 저녁 더 더해

淸川芳草東西路(청천방초동서로) 맑은 시내 꽃핀 풀 동쪽서쪽 길

綠竹垂楊遠近家(녹죽수양원근가) 푸른 대 수양버들 멀고 곁 한 집

三字御書留寶額(삼자어서류보액) 세 글자 임금 글씨 보배 편액에

一林風雨落餘花(일림풍우락여화) 숲 하나 비바람에 지고 남은 꽃

傍人莫作尋常看(방인막작심상간) 옆 사람 지음 없어 찾아 늘 보니

我是南來亦泛槎(아시남래역범사) 나도 그래 남쪽 와 뗏목을 띄워

 

1469 明仲 松齋 李堣(1469∼1517) 眞城 松齋集(關東行錄 歸田錄)  7

송재 이우 退溪 李滉 숙부1

率兒輩遊兜溪盤石(솔아배유두계반석) 아이들 데리고 두계 반석에 가서-李堣

謹按 時先生從子退溪先生 以童子參之 其後與諸兄姪會此 追念前事 感歎久之

因名其石曰淸吟石 有次韻二絶

欲得溪山妙(욕득계산묘) 얻으려하니 시내 산 야릇

松門獨自回(송문독자회) 송재 문하에 저들만 돌아

淸吟還敗意(청음환패의) 맑게 읊어도 되레 뜻 잃어

誰遣督郵來(수견독우래) 누구를 보내 살펴서 오나

 

春川仁嵐驛(춘천인람역) 춘천 인람역-李堣2

功名兩箇字(공명량개자) 이룬 일 이름 둘의 낱글자

奔走百年身(분주백년신) 바삐 달려온 백년 살 이 몸

客路光陰盡(객로광음진) 나그네 길에 빛 그늘 다해光陰 해와 달 낮과 밤 세월

江山又見春(강산우견춘) 강에 산에는 또 봄을 보네

 

淮陽東軒韻(회양동헌운) 회양동헌-李堣3

山圍四面替重城(산위사면체중성) 산이 둘러 사방을 겹겹 성 바꿔

雪月當軒旅館明(설월당헌려관명) 눈에 달 마주한 집 객사는 밝아

半夜泠泠喧客枕(반야령령훤객침) 한밤에 깨우치려 나그네 잠깨 깨우칠령

北來淮水向西聲(북래회수향서성) 북에서 온 회수 물 서쪽에 소리

 

洪川東軒韻(홍천동헌운) 홍천동헌-李堣4

一生榮利更何營(일생영리갱하영) 한 삶에 꽃피운 복 또 어찌 꾸려

杖鉞觀風宦亦成(장월관풍환역성) 도끼 들어 바람 쐐 벼슬도 이뤄

眼底人間不盡事(안저인간부진사) 눈을 둔 사람세상 다 못한 일이

百年身後總虛名(백년신후총허명) 백년을 몸 둔 뒤로 다 괜한 이름

 

堤川早行(제천조행) 제천에 일찍 가며-李堣5

欲明欲滅村中火(욕명욕멸촌중화) 밝아질락 꺼질락 마을 안에 불

乍有乍無天際星(사유사무천제성) 잠깐 있다 없어져 하늘가에 별

山靄空濛日將吐(산애공몽일장토) 산에 아른 흐릿이 해를 꺼내려 아지랑이애

虹芒散射半空橫(홍망산사반공횡) 무지개 끝 흩으려 하늘에 걸쳐

 

蔚珍東軒韻(울진동헌운) 울진동헌-李堣6

斷壁東臨海(단벽동림해) 잘린 벼랑 동쪽은 바다에 붙어

城危更架樓(성위갱가루) 성은 위태 거기다 누각을 걸쳐

銀蟾低檻動(은섬저함동) 은빛 달이 낮아져 난간이 꿈틀 두꺼비섬 우리함

天棘蔓墻幽(천극만장유) 하늘가시 덩굴 담 그윽이 깊어

不似官居鬧(불사관거료) 같지 않지 벼슬에 머묾 시끄러

還宜野客留(환의야객류) 되레 마땅 물러나 나그네 남아

愧吾身冕笏(괴오신면홀) 부끄러워 내 몸소 높은 벼슬이 면류관면

猶得此來遊(유득차래유) 외려 얻어 여기 와 노닐고 있지

 

立春(입춘) 입춘-李堣7

元日纔過又立春(원일재과우립춘) 설날이 겨우 지나 또 들어 입춘

山中勝節遞相新(산중승절체상신) 산속에 빼난 절기 번갈아 새록

老夫亦自乘佳興(로부역자승가흥) 늙은 사내 또 혼자 타니 멋진 흥

策杖前村傍水濱(책장전촌방수빈) 지팡이로 앞마을 물가 물 곁에

冥冥洞壑鎖煙霏(명명동학쇄연비) 아득한 골짝 골에 연기 껴 올라

細雨濛不濕衣(세우공몽불습의) 가랑비 흐릿 가늘 아니 젖은 옷

陶鑄一山新氣象(도주일산신기상) 옹기 형틀 산 하나 새로운 날씨

魚游鳥噪各天機(어유조조각天機) 고기 놀아 새 시끌 따로 하늘 틀

 

1470 大觀 四止 朴公達(14701552) 江陵  1

挽三可 삼가(박수량)를 애도하며 사지 박공달 善士

生平擬結管鮑情 한평생 맺자했네 관중포숙 뜻 ※管鮑之交 본뜰의

一別乘鸞楚越行 한번 떠나 상여 타 초 월나라로 탈승 난새난

肝膽肯將生死變 간과 쓸개 옳거니 삶과 죽음이 간간 쓸개담

雙閑亭上月分明 쌍한정 떠오른 달 또렷하기만

 

1475 君擧 三可亭 朴遂良(14751546) 江陵 三可集  1

浪吟 낭음 삼가정 박수량 孝子

口耳聾啞人 입과 귀 먹고 막힌 사람이 되도 귀머거리농 벙어리아

猶餘兩眼存 오히려 남았으니 두 눈이 있어

紛紛世上事 어지러운 세상에 일이란 것을 어지러워질분

能見不能言 볼 수야 있다지만 말할 수 없어 구실부

 

1477 容耳 申沆(14771507)文孝 高靈  1

伯牙 백아 ※伯牙絶絃 知音 鍾子期 신항 신숙주의 증손

我自彈吾琴 나 스스로 뜯나니 내 거문고를 탄알탄 거문고금

不必求賞音 반드시 찾진 않아 소리 즐김을

鍾期亦何物 종자기도 그렇지 어찌 알아서 종종

强辯絃上心 억지로 말만 잘해 줄 위 마음을 말잘할변 악기줄현

 

1478 國卿 慕齋 金安國(1478∼1543)文敬 義城 慕齋集 모재 김안국  4

途中卽事(도중즉사) 길에서-金安國1

天涯遊子惜年華(천애유자석년화) 하늘 끝 떠도는 이 아까운 젊음

千里思家未到家(천리사가미도가) 천리에 고향생각 집에도 못 가

一路東風春不管(일로동풍춘불관) 길 하나 동쪽바람 봄은 안 맡아

野桃無主自開花(야도무주자개화) 들 복사 주인 없이 혼자 피었네

 

彌中讀易經(미중독역경) 미중에서 역경을 읽다-金安國2

大羹元不和梅鹽(대갱원불화매염) 고깃국 원래 아니 매실 소금 안 넣어

至妙難形筆舌尖(지묘난형필설첨) 다다른 야릇한 꼴 필설보다 뾰족해

靜裏觀消長理(정리묵관소장리) 고요 속 말없이 봐 꺼져 자란 이치를

月圓如鏡又如鎌(월원여경우여겸) 달 둥긂 거울 같아 또 낫처럼 되기도

 

半月(반월) 반달-金安國3

神珠缺碎鬪龍魚(신주결쇄투용어) 신묘 구슬 깨어져 어룡과 다퉈

殺銀蟾半蝕蛆(과살은섬반식저) 살 발라 은 두꺼비 반은 구더기

顚倒望舒仍失馭(전도망서잉실어) 꼬꾸라져 쳐다봐 마부도 잃어

軸亡輪折不成輿(축망륜절불성여) 축 잃고 바퀴 쪼개 수레 못 이뤄

 

盆城贈別 분성에서 헤어짐에 주다 보낼증

燕子樓前燕子飛 연자루 누각 앞에 제비 날아도 /날아서

落花無數惹人衣 지는 꽃 셀 수 없이 옷에 나부껴 /사람 이끌어

東風一種相離恨 동풍에 심는 한은 서로 헤어짐

腸斷春歸客又歸 애끊는 봄이 가니 손도 돌아가

 

七夕 칠석날4

鵲散烏飛事已休 까막까치 흩어져 일 이미 그쳐 까치작

一宵歡會一年愁 하룻밤 기쁨 만남 한 해를 시름 밤소

淚傾銀漢秋波 눈물 흘러 은하수 가을물 넓고 트일활

腸斷瓊樓夜色幽 애끊는 멋진 누각 밤빛이 그윽 옥경

錦帳有心邀素月 비단휘장 마음 써 하얀 달맞이 휘장장 맞을요

翠簾無意上金鉤 푸른 발 뜻이 없어 쇠갈고리에 발렴 갈고랑이구

只應萬劫空成怨 다만 맞아 만겁에 하늘 이룬 원 빼앗을겁

南北迢迢不自由 남북에 멀고멀어 스스로 안 돼 멀초

 

1478 擇之 容齋 李荇(1478~1534)文定 文憲 德水 容齋集 용재 이행 靑鶴道人  21

題畵(제화) 그림에 제하여-李荇1

淅瀝湘江雨(석력상강우) 소리 쓸쓸히 소상강에 비 쌀일석 거를력

斑竹林(의희반죽림) 어슴푸레 해 얼룩 대 숲이 비슷할희

此間難寫得(차간난사득) 이런 가운데 못 그리는 건

當日二妃心(당일이비심) 그날에 닥친 두 왕비 마음 娥皇 女英 BC2205

  

講書臺(강서대) 강서대-李荇2

翁廢討論兒懶書(옹폐토론아라서) 늙은이 토론 관둬 아이 책 싫어

名臺之意問何居(명대지의문하거) 대 이름 지은 뜻을 어디다 물어

臺邊無數靑靑葉(대변무수청청엽) 누대 곁 셀 수 없는 푸릇푸릇 잎

時有山風來捲舒(시유산풍래권서) 때때로 산에 바람 불어 말고 펴

 

花徑(화경) 꽃길-李荇3

無數幽花隨分開(무수유화수분개) 셀 수 없는 깊은 꽃 저마다 피어 分數따라

登山小逕故盤廻(등산소경고반회) 산 오르는 작은 길 짐짓 빙 돌아 故意

殘香莫向東風掃(잔향막향동풍소) 남긴 내음 말거라 봄바람 쓸림

倘有閑人載酒來(당유한인재주래) 혹 있어 느긋한 이 술 갖고 오지

 

次燕子樓韻(차연자루운) 연자루 시를 빌어-李行4

解道行藏獨倚樓(해도행장독의루) 길 가던 행장 풀고 홀로 기댄 루

草堂風韻儘悠悠(초당풍운진유유) 초당의 풍경운치 다하여 아득 다할진

湖山終得容疏放(호산종득용소방) 호수 산 끝내 되기 엉성히 놓기

爭奈飄然雪滿頭(쟁내표연설만두) 다투어 몰아치듯 눈 가득 머리

 

次霜月韻(차상월운) 상월의 운을 빌어동짓달-李荇5

晩來微雨洗長天(만래미우세장천) 늦어오니 가랑비 먼 하늘 씻어

入夜高風捲暝煙(입야고풍권명연) 밤들어 높은 바람 어둠을 걷어

夢覺曉鐘寒徹骨(몽각효종한철골) 꿈을 깨니 새벽종 뼈 스민 추위

素娥靑女鬪嬋娟(소아청녀투선연) 흰 달님 서리여신 고움을 다퉈 고울선 예쁠연

 

登靑鶴洞後嶺(등청학동후령) 청학동 뒷고개에 올라-李荇6

登山臨水不須秋(등산림수불수추) 산 올라 물 다가서 꼭 가을 아냐

暗綠殘紅轉覺愁(암록잔홍전각수) 짙푸름 남긴 붉음 시름 자아내

若使時從靑鶴醉(약사시종청학취) 한다며 때론 쫓아 푸른 학 취해

人間是處亦楊州(인간시처역양주) 사람세상 이곳이 또한 양주 땅

 

朱雲詠(주운영) 주운을 노래함-李荇7

腰間有劍何須請(요간유검하수청) 허리춤에 칼 차고 어찌 꼭 맡겨

地下無人亦足游(지하무인역족유) 땅 밑에 사람 없어 또한 잘 놀아

可惜漢廷槐里令(가석한정괴리령) 아까워라 한나라 괴리 땅 현령

一生唯識佞臣頭(일생유식녕신두) 한 삶 살며 안 것이 아양 떪 머리

 

書直舍壁(서직사벽) 직사벽에 적다-李荇8

衰年奔走病如起(쇠년분주병여기) 늙은 나이 달아나 병이 났다며

春興無多不到詩(춘흥무다부도시) 봄날 흥 많이 없어 시도 아니 돼

睡起忽驚花事晩(수기홀경화사만) 자다 깨 문득 놀라 꽃피움 저묾

一番微雨濕薔薇(일번미우습장미) 한 차례 가랑비에 장미꽃 젖어

 

陜川聞子規詩(합천문자규시) 합천에서 자규 울음을 듣고子規=杜鵑-李荇9

江陽春色夜凄凄(강양춘색야처처) 강에 볕쪽 봄빛은 밤이 쓸쓸해

睡罷無端客意迷(수파무단객의미) 잠 깨니 까닭 없이 나그네 헤매

萬事不如歸去好(만사불여귀거호) 모든 일 안 같아서 돌아감 좋아萬事如意

隔林頻聽子規啼(격임빈청자규제) 건너 숲 자주 들려 소쩍새 울음杜鵑소쩍새

 

八月十五日夜(팔월십오일야) 팔월 보름밤-李荇10

平生交舊盡凋零(평생교구진조령) 한 삶 살며 사귄 벗 시들어 빠져

白首相看影與形(백수상간영여형) 흰 머리 서로 보니 그림자 꼴이

正是高樓明月夜(정시고루명월야) 바로 이리 높은 루 밝은 달 밤에

笛聲凄斷不堪聽(적성처단불감청) 피리소리 애끊어 듣기 못 견뎌

 

雙韻蓮花回文體幽居作(쌍운련화회문체유거작) 쌍운 연화회문체 숨어 살며-李行11

獨處甘遺逸(독처감유일) 혼자 머물러 달게 즐기니

安身一小園(안신일소원) 몸은 느긋해 한 작은 동산

谷盤宜陋室(곡반의루실) 골짝은 반반 좁은 집 마땅

灣細近靑尊(만세근청존) 물굽이 가늘 푸름 가까이

竹翠棲明月(죽취서명월) 대는 푸르러 밝은 달 살아

山靑冠白雲(산청관백운) 산이 푸름에 흰 구름 갓 써

學仙心切切(학선심절절) 신선을 배워 마음만 절절

難事世紛紛(난사세분분) 어려운 일로 세상은 분분

 

獨居幽興逸(독거유흥일) 홀로 살면서 숨어 흥 즐겨

安分守林園(안분수림원) 할 일 하면서 숲 동산 지켜

谷密藏頹室(곡밀장퇴실) 골짝은 빽빽 낡은 집 감춰

灣澄映臥尊(만징영와존) 물굽이 맑아 누워도 비춰

竹疏篩淡月(죽소사담월) 대는 엉성해 말간 달 걸러 체사

山遠出閑雲(산원출한운) 산이 멀어서 흰 구름 피어

學道勤磨切(학도근마절) 도를 배움에 깎고 다듬어

難哉解錯紛(난재해착분) 어렵기도 해 섞여 어지럼

 

題金城東軒(제금성동헌) 금성 동헌에 제하다-李行12

客裏秋風落(객리추풍락) 나그네 길에 갈바람 떨렁

唫哦興渺然(금아흥묘연) 읊조린다며 흥에 아득해

溪山雲影薄(계산운영박) 시내에 산에 구름 그늘 슬

松菊露華鮮(송국로화선) 솔은 국화는 이슬 꽃 산뜻

倦鳥知何往(권조지하왕) 나른한 새는 어디 가는지

征驢更不前(정려갱부전) 가는 나귀 또 아니 나아가

平生無寸(평생무촌효) 한 삶에 없어 조그만 공도

慙愧老承宣(참괴로승선) 부끄럽기가 늙은 승선은承政院 承旨3품벼슬 왕명출납

 

客子(객자) 나그네-李荇13

客子行裝薄(객자행장박) 나그네 차림 얄팍하기만

春風南路長(춘풍남로장) 봄바람 불어 남쪽 길 멀어

魚遊極樂界(어유극락계) 물고기 놀아 극락의 세계

花發本來香(화발본래향) 꽃피어 본디 향기로워라

試作逢場戱(작봉장희) 시 지어 놀아 마당 만나니

言因得意忙(언인득의망) 말에 따라서 뜻 얻어 바빠

雲山慣迎送(운산관영송) 구름 산 버릇 맞고 보내기

向我獨蒼蒼(향아독창창) 나를 보고는 혼자 푸르기

 

獨酌有感(독작유감) 혼자 술을 마시면서-李荇14

薄酒時多酌(박주시다작) 아무 술 때론 많이도 마셔

强腸日九回(강장일구회) 굳센 창자라 하루 아홉 번

道爲當世棄(도위당세기) 도리야 하기 그 세상 버려

迹或後人哀(적혹후인애) 자취 어쩌면 뒷사람 슬퍼

與歸生芳草(여귀생방초) 함께 돌아가 꽃 풀은 나고

春愁付落梅(춘수부락매) 봄날 시름은 매화에 부쳐

百年湖海願(백년호해원) 백년의 삶에 강호를 바래

莫愛二毛催(막애이모최) 아끼지 마라 흰머리 섞여

 

醉後(취후) 취한 뒤에-李荇15

屈子遷江潭(굴자천강담) 굴원 오가니 강에 물가에

獨醒自憔悴(독성자초췌) 홀로 깨있어 혼자 애태워

我無屈子才(아무굴자재) 내게는 없어 굴원의 재주

意與屈子異(의여굴자이) 뜻을 지님도 굴원과 달라

得采但沽酒(득채단고주) 나물 캐 얻어 다만 술을 사

得酒但謀醉(득주단모취) 술이 있으니 다만 취하기

醉後被髮眼(취후발안) 취한 다음은 머리 풀어서

萬事莫吾累(만사막오루) 모든 일 내겐 끼치지 마라

 

謾成(만성) 거짓된 이룸-李荇16

天地有定數(천지유정수) 하늘땅 있어 놓인 운수가

一偶還一奇(일우환일기) 한번 음이면 한번은 양이 偶數짝수 奇數홀수

景公千駟馬(경공천사마) 경공은 누려 네 말 수레 천

首陽終死餓(수양종사아) 수양산 끝내 굶어서죽어伯夷叔齊

富貴與名節(부귀여명절) 부함 귀함에 이름난 곧음

如方矩圓規(여방구원규) 네모는 곱자 동글 그림쇠 方矩곱자 圓規컴퍼스

二者安可兼(이자안가겸) 두 가지 함께 어찌 아울러

所以悲染絲(소이비염사) 그런 까닭에 물든 실 슬퍼墨悲絲染(千字文 墨子)

 

自慰(자위) 스스로 달래며-李荇17

太傅鵬鳥賦(태부붕조부) 태부 가의는 붕조부 짓고

三閭漁父詞(삼려어부사) 삼려 굴원은 어부사 지어

昔賢猶未免(석현유미면) 옛날 어진이 외려 못 벗어

今我獨奚疑(금아독해의) 오늘 내 홀로 어찌 갸우뚱

前席雖云晩(전석수운만) 앞자리 비록 늦었다지만

行吟莫自悲(행음막자비) 떠돌며 읊어 저만 슬퍼마

堂堂漢家業(당당한가업) 떳떳하게도 한나라 일을

不肯少微虧(불긍소미휴) 아니 옳아서 조금은 어긋

 

感懷(감회) 지난 일을 생각하며-李荇18

昨夜月光滿(작야월광만) 어젯밤에는 달빛이 가득

今夜月光缺(금야월광결) 오늘밤에는 달빛 사라져

天道尙乃爾(천도상내이) 하늘 도리는 오히려 이래

人事安足說(인사안족설) 사람 일이란 어찌 말 다해

月缺行且盈(월결행차영) 달 이지러져 가면 또 차나

人窮情不別(인궁정불별) 사람 딱함에 사정 못 가려

紛紛輕薄兒(분분경박아) 어지럽혀서 얄팍한 사람

朝暮有冷熱(조모유냉열) 아침저녁이 차갑다 더워

 

() 국화-李荇19

耿介平生自出塵(경개평생자출진) 곧은 지조 한 삶에 세속을 벗어

肯隨凡卉與爭春(긍수범훼여쟁춘) 기꺼이 무릇 풀과 봄을 다투랴

十年憔悴離騷客(십년초췌이소객) 열 해에 여려빠져 시인을 떠나

晩節田園避俗人(만절전원피속인) 늦은 철 들 동산에 사람 벗어나

對汝更驚秋日暮(대여갱경추일모) 널 마주 다시 놀라 가을날 늦어

隨風三嗅白頭新(수풍삼후백두신) 바람 따라 셋 맡음 흰머리 새록 맡을후

從敎霜雪凋零盡(종교상설조령진) 쫓게 해 눈서리를 시들어 다 져 시들조

莫向天工怨不均(막향천공원불균) 바램마라 하늘일 미워 안 같아

 

溪上獨詠(계상독영) 시내에서 혼자 읊어-李荇20

飮有淸泉食有蔬(음유청천식유소) 마시기에 맑은 샘 먹을 나물이

洞門重鎖是仙居(동문중쇄시선거) 골짝 문 겹겹 잠겨 바로 신선 삶

古松障日何妨偃(고송장일하방언) 오랜 솔 해를 가려 왜 눕기 꺼려

細草如氈不見鋤(세초여전불견서) 가는 풀 담요 같아 호미질 않아

獨嗅石蒲兼賞竹(독후석포겸상죽) 혼자 맡는 돌 창포 대나무 즐겨

靜聽山鳥更觀魚(정청산조갱관어) 가만 들어 산에 새 물고기 바래

百年得失眞兒戱(백년득실진아희) 백년 삶 얻고 잃어 참 아이 놀이

一笑悠悠莫問渠(일소유유막문거) 한번 웃어 아득해 묻지는 마소

 

記悔(기회) 뉘우침을 적다-李荇21

平生失計漫爲儒(평생실계만위유) 한 삶 살며 그르친 꾀 마구 선비 돼

悔不早作農家夫(회부조작농가부) 안 뉘우쳐 일찍 지어 농삿집 사내

弊廬足以容吾軀(폐려족이용오구) 낡은 오막 남아나니 내 한 몸 들여

薄田足以供宮租(박전족이공궁조) 얕은 밭도 넉넉함은 세금만 바쳐

山有藜藿澤有菰(산유려곽택유고) 산에 있어 명아주 잎 못엔 물풀이

明口不愁生蛛(명구불수생주주) 환한 입에 아니 걱정 거미줄 치랴

百年如此眞良圖(백년여차진량도) 한 백년이 이와 같아 참 좋은 꾀함

世間萬事非所處(세간만사비소처) 사람세상 모든 일에 아니 머물 곳

達官厚祿奉爾娛(달관후록봉이오) 잘난 벼슬 두터운 록 네 즐김 높여

榮幸自與憂患俱(영행자여우환구) 빛난 행운 절로 함께 걱정도 갖춰

往不可悔歲月徂(왕불가회세월조) 지내 못해 뉘우침은 세월이 가서

仰天一哭雙眼枯(앙천일곡쌍안고) 하늘 보며 한번 울어 두 눈이 말라

 

1479 仲說 挹翠軒 朴誾(14791504) 高靈  42

萬里 만 리 읍취헌 박은1

雪添春澗水 봄눈이 산골짝에 물을 불리고 산골물간

烏趁暮山雲 까마귀 저녁 산에 구름을 좇네 좇을진

淸境渾醒醉 맑은 곳에 흐릿이 술에서 깨니 지경경 흐릴혼 깰성

新詩更憶君 새로운 시 다시 또 그대 생각을 생각할억

 

萬里瀨1(만리뢰1) 만 리 여울-朴誾2

雪添春澗水(설첨춘간수) 눈 녹아 불어나니 봄날 골짝 물 산골물간

烏趁暮山雲(오진모산운) 까마귀는 좇아서 저문 산 구름 좇을진

淸境渾醒醉(청경혼성취) 맑은 곳에 흐릿이 술에서 깨니 지경경 흐릴혼 깰성

新詩更憶君(신시갱억군) 새로운 시 다시 또 그대 생각을 생각할억

 

萬里瀨2(만리뢰2) 만 리 여울-朴誾3

鵝飛右軍宅(아비우군댁) 거위가 날아 우군 댁이라王羲之(307~365)

草滿惠連池(초만혜련지) 풀이 가득해 혜련의 못이謝惠連(397∼433)

有客來空立(유객래공립) 나그네 있어 와서 멍히 서

無人和此詩(무인화차시) 사람 없으니 이 시에 답할

 

夜臥有懷士華(야와유회사화) 밤에 누워 사화를 생각하며-朴誾4

故人自致靑雲上(고인자치청운상) 오랜 벗 스스로 돼 푸른 구름 위

老我孤吟黃菊邊(노아고음황국변) 늙은 난 홀로 읊어 노란국화 곁

高盖何堪容陋巷(고개하감용누항) 높은 관 어찌 견뎌 좁다란 골목

酒盃終不負新篇(주배종불부신편) 술잔에 끝내 못해 새론 시 짓기

 

投擇之謝余之慢(투택지사여지만) 택지에게 내 거드름을 빌며-朴誾5

心從醒後皎(심종성후교) 마음은 밝아 술 깸에 따라

愁對此君無(수대차군무) 시름은 없어 그대를 맞아

今夜知淸味(금야지청미) 오늘밤 알아 맑음의 맛을

還須戒酒徒(환수계주도) 되레 반드시 술꾼 살펴야

擇之 容齋 李荇(1478~1534)文定 文憲 德水 容齋集

 

雨中感懷有作投擇之(우중감회유작투택지) 비속에 느낌-朴誾6

早歲欲止酒(조세욕지주) 이른 나이엔 술을 끊으려

中年喜把酒(중년희파주) 나이 들어선 술 들며 기뻐

此物有何好(차물유하호) 이런 물건이 어찌 좋을까

端爲胸崔嵬(단위흉최외) 실은 가슴에 담기 어려워崔嵬

山妻朝報我(산처조보아) 두메 아내가 아침에 알려

小甕潑新(소옹발신배) 작은 단지에 새 술 굈다며

獨酌不盡興(독작불진흥) 혼자 마시니 흥을 다 못해

且待吾友來(차대오우래) 또 기다리니 내 벗 오기를

 

過寓庵劇飮(과우암극음) 과우암에서 지나치게 술 마셔-朴誾7

萬事問天還自笑(만사문천환자소) 모든 일 하늘 물어 스스로 웃어

一心與世不相謀(일심여세불상모) 한마음 세상 함께 서로 꾀 않아

偶乘明月從君話(우승명월종군화) 뜻밖에 탄 밝은 달 그대 말 좇아

能有深尊慰我愁(능유심존위아수) 됨이 있어 술 찾아 내 시름 달래

卒歲優游差足樂(졸세우유차족락) 해 마쳐 보낸 놀이 즐겁긴 하나

平時落魄更誰尤(평시낙백갱수우) 늘 함에 넋을 잃어 누굴 또 탓해

已酣尙爲黃花飮(이감상위황화음) 이미 한창 취하니 국화 술 마셔

欲去仍將好句留(욕거잉장호구류) 떠나려다 거듭 해 좋은 글 남게

 

萬里瀨二首1(만리뢰이수1) 만 리 여울-朴誾8

大隱巖前雪(대은암전설) 크게 숨기는 바위 앞 눈에

春來又一奇(춘래우일기) 봄이 오면 또 하나 기이함

偶因淸興出(우인청흥출) 뜻밖의 까닭 맑은 흥 솟아

不與主人期(불여주인기) 아니 더불어 주인 기약함

獨立鳴禽近(독립명금근) 혼자 섰는데 새 와서 울고

長吟下筆遲(장음하필지) 오래도 읊어 붓 가기 더뎌

君家容放曠(군가용방광) 그대 집에는 비워둠 담아

却恐駭今時(각공해금시) 되레 두려움 요즘은 놀래

 

萬里瀨二首2(만리뢰이수2) 만 리 여울-朴誾9

醉嚼巖間雲(취작암간운) 술 취해 씹어 바위 틈 구름

狂遺頭上巾(광유두상건) 미쳐 빠트려 머리 위 수건

時應投懶散(시응투나산) 때마침 보내 나른함 흩여

境自着淸眞(경자착청진) 절로 붙은 곳 맑고 참됨이

澗曲音生石(간곡음생석) 골짝 굽이쳐 돌에 소리 나

松高影落茵(송고영락인) 소나무 높아 그림자 자리

小詩偸勝景(소시투승경) 조그만 시로 빼난 경 훔쳐

君婦豈余嗔(군부기여진) 그대 부인이 어찌 성내랴

 

容齋對菊與擇之同賦(용재대국여택지동부)

용재가 국화를 마주해 택지와 같이 짓다-朴誾10

秋熟容齋酒(추숙용재주) 가을에 익어 용재의 술이

霜留黃菊香(상유황국향) 서리가 남겨 들국화향기

來成爛(래성란만취) 와서 되느니 거나히 취해

浪詠寂寥章(영적요장) 낭랑히 읊어 적료장 글을

此興可能久(차흥가능구) 이러한 흥이 오래도 가지

餘生那更傷(여생나갱상) 남겨진 삶에 어찌 또 아파

南山倦歸鳥(남산권귀조) 남산엔 지쳐 돌아오는 새

落日點微茫(낙일점미망) 지는 해 점점 숨어 아득해

擇之 容齋 李荇(1478~1534)文定 文憲 德水 容齋集

 

癸丑移舟(계축이주) 계축에 배 저어간다-朴誾11

山凝雨餘態(산응우여태) 산안개 자욱 비온 뒤 모습

江湧風前浪(강용풍전랑) 강물 솟구쳐 바람 앞 물결

遠樹自短短(원수자단단) 멀리 나무들 스스로 짤막

宿羽迷兩兩(숙우미량량) 깃들은 깃털 헤매 쌍쌍이

地接楊根郡(지접양근군) 땅은 붙어서 양근군에를

舟移月溪上(주이월계상) 배 저어 가니 월계 물 위로

雲陰欲解駁(운음욕해박) 구름그늘이 흩어지려 해

東眺日光盪(동조일광탕) 동녘 바라봐 햇빛에 씻겨

 

癸丑移舟(계축이주) 계축에 배 저어간다-朴誾12

夜雨鳴蓬急(야우명봉급) 밤비 울리니 봉창 갑자기

朝雲出壑新(조운출학신) 아침구름에 골짝 새로워

磨舟石鑿鑿(마주석착착) 배는 부딪혀 돌에 뚫리려

媵客魚鱗鱗(잉객어린린) 손님을 보내 고기비늘에

敢有乘桴志(감유승부지) 함부로 있어 떼배 탈 뜻이

長懷擊楫人(장회격즙인) 오래 품으니 노 젓는 사람

夢中過上院(몽중과상원) 꿈속에서도 상원을 지나

暫眼失龍津(잠안실룡진) 깜박 보다가 용진을 잃어

 

登淸心樓(등청심루) 청심루에 올라-朴誾13

可使登臨無好句(가사등림무호구) 누각에 올랐는데 좋은 글 없어

恐敎魚鳥駭塵顔(공교어조해진안) 아마 시켜 고기 새 속됨 놀래게

鬱蔥神勒寺前塔(울총신륵사전탑) 막혀 푸른 신륵사 절 앞에 탑이

楊根郭外山(표묘양근곽외산) 파래 아득 양근성 성 밖에 산이

江路迂如環半月(강로우여환반월) 강 길은 굽어 멀어 돌아서 반달

灘流疾似發黃間(탄류질사발황간) 여울 흘러 빨라서 쏘아 누런 데

扁舟又被催歸去(편주우피최귀거) 얕은 배도 가게 해 갈 길을 재촉

未遣浮生終日閒(미견부생종일한) 덧없는 삶 안 되게 하루 한가히

 

洛下渡頭嶺上(낙하도두영상) 낙수 아래 나루 고개 위-朴誾14

灩灩長江落日邊(염염장강락일변) 출렁이는 긴 강은 해 지는 곁에

飄飄客袖晩風前(표표객수만풍전) 떠도는 길손 소매 늦바람 앞에

山如螘垤麗平地(산여의질려평지) 개미 둑 같은 산이 너른 땅 꾸며

帆作雁行來遠天(범작안행래원천) 기러기 떼 돛단배 먼 하늘서 와

 

燈下醉書誾白擇之(등하취서은백택지)

등불 아래 취하여 나를 적어 택지에게 알리다-朴誾15

我不如陶令(아불여도령) 나는 같지 못하네 도연명에는

無心任去留(무심임거류) 마음 없이 뜻대로 가고 머묾을

浮沈隨俗化(부침수속화) 떴다가 가라앉기 세상 따르고

用舍與人謀(용사여인모) 쓰이다 버려지기 남 함께 꾀해

殘夢驚千里(잔몽경천리) 남겨진 꿈 놀라니 천리 밖에서

孤懷繞百憂(고회요백우) 외로운 뜻 두르니 온갖 시름에

何當遂吾願(하당수오원) 어찌 맞아 이룰까 나의 바램을

醉臥菊花秋(취와국화추) 취해서 누웠으니 국화꽃 가을

 

翠軒夜飮(취헌야음) 취헌에서 밤에 술 마시며-朴誾16

早喜交情淡(조희교정담) 일찍 기쁨 나누니 정다운 얘기

今知此味甘(금지차미감) 이제 알아 이러한 맛이 단 지를

月生前夜白(월생전야백) 달은 떠서 어젯밤 환히 밝히고

人復舊時三(인부구시삼) 사람 다시 오랜 때 세 사람이라

子興侵佳句(자흥침가구) 그대는 흥이 일어 좋은 글 들고

吾衰屬半酣(오쇠속반감) 나는 쫄아 붙어서 반만 즐겼네

菊花眞不負(국화진불부) 국화꽃은 참되어 아니 져버려

寒後更相參(한후갱상참) 추워진 다음에도 다시 함께해

 

贈直卿(증직경) 직경에게-朴誾17

秋來屈指待君回(추래굴지대군회) 가을오자 손꼽아 그대 오기를

準擬盃尊日日開(준의배존일일개) 견줘 비긴 술 들기 날마다 열어

誰料相逢不相見(수료상봉불상견) 뉘 알아 서로 만나 서로 못 볼 줄

應堪笑亦堪哀(지응감소역감애) 그저 해 웃음 견뎌 슬픔도 견뎌

知君嬴病今何似(지군영병금하사) 그대 알아 병이 나 이제 어쩌나

奈我淸狂未自裁(내아청광미자재) 어찌 난 맑게 미쳐 절로 못 죽어

後夜雪晴乘興去(후야설청승흥거) 밤 지나 눈 개이면 흥을 타 가고

寓庵燈火廳談雷(우암등화청담뢰) 머문 암자 등불에 얘기 떠들썩

 

贈止亭兼奉容齋(증지정겸봉용재) 지정에게 주니 용재 받들어-朴誾18

京師塵霧中(경사진무중) 서울 거리는 먼지 안개 속

隘難擧首(점애난거수) 무너져 좁아 머리 못 들어

北山水石勝(북산수석승) 북쪽 산 빼난 물에다 돌에

南家占十九(남가점십구) 남녘 집 차지 열에 아홉이

興來每獨往(흥래매독왕) 흥 날 때마다 홀로 찾아가

索酒先(색주선규후) 술을 찾아서 먼저 아우성

無主不加少(무주불가소) 주인이 없어 조금 더 않고

有主不加厚(유주불가후) 주인 있어도 많이 더 않아

 

邀士華擇之同賦(요사화택지동부) 사화와 택지를 맞아 같이 시 지어-朴誾19

詩酒輒來往(시주첩래왕) 시와 술 여럿 오고 가면서

盃盤供鮭菜(배반공해채) 술상 받들어 어채에 야채

學問見新功(학문견신공) 물음에 배워 새 쌓음 보여

稂莠資手刈(랑유자수예) 강아지풀은 손수 베어내

邂逅四海交(해후사해교) 뜻밖에 만나 온 세상 벗을

照瞻兩無碍(조첨양무애) 비치어 보여 거리낌 없어

 

擇之詩時時諷誦之餘有感而和(택지시시시풍송지여유감이화)

택지의 시를 틈틈이 읽고 읊어 느낌 있어 화답해-朴誾20

自笑殘生知我寡(자소잔생지아과) 절로 웃어 남은 삶 날 알 이 적어

容齋只有歲寒交(용재지유세한교) 용재가 다만 있어 알아 줄 사귐

一官汨沒聊同趣(일관골몰료동취) 한 벼슬에 빠져서 취미도 같아

二老歸來許共巢(이로귀래허공소) 두 늙은이 돌아와 함께 살자 네

平生功名那足辦(평생공명나족판) 사람살이 이름남 어찌 다 힘써

爾時山水莫輕抛(이시산수막경포) 그대 때론 산수를 버리진 말게

有詩有酒還相報(유시유주환상보) 시 있고 술이 있어 서로 갚으며

看雪看花輒往敲(간설간화첩왕고) 눈 구경 꽃구경에 가서 두드려

 

哲師欲還作詩寄雄首座(철사욕환작시기웅수좌)

스님이 돌아가려해 시를 지어 웅수좌에 부쳐-朴誾21

師言生死場(사언생사장) 스님 말씀에 죽고 삶 마당

不足一鼾睡(부족일한수) 지나지 않아 한차례 잠에 코골한

夢中有憂樂(몽중유우락) 꿈속에 있어 시름 즐거움

覺來誰喜恚(각래수희에) 깨어나 오니 뉘 기쁨 성냄

擊節謝吾師(격절사오사) 무릎 치며 고마워 우리 스님이

斯言實厚饋(사언실후궤) 이런 말씀 참으로 두터운 선물

道大可彌天(도대가미천) 도란 건 커다래서 하늘에 널려

細不容半字(세불용반자) 작으니 못 담아서 반쪽 글자도

相對更莫論(상대갱막론) 서로 마주 다시는 따지지 말고

餘事付一醉(여사부일취) 남은 일에 붙이니 한번 취하세

 

與誠之飮翠軒(여성지음취헌) 성지와 취헌에서 술을 마시며-朴誾22

坐伴孤燈影(좌반고등영) 벗 삼아 앉아 외론 그림자

臥聽寒蟲音(와청한충음) 누워서 들어 찬 벌레소리

更無人相對(갱무인상대) 다시없으니 마주할 사람

只有愁來尋(지유수래심) 다만 있어서 시름 찾아 와

平生南畝約(평생남무약) 한평생 약속 남녘이랑에

遽己罷瑟琴(거기파슬금) 갑자기 아내 금슬 뜻 그쳐

人名豈能久(기능구) 사람 목숨이 어찌 오래랴

易竭如牛涔(이갈여우잠) 쉽게 마르니 소발자국 물 괸물잠

 

答前日七篇之惠(답전일칠편지혜) 앞날 칠편의 베풂에 답하며-朴誾23

獸有齒遇害(수유치우해) 짐승은 이빨 땜에 해침을 만나

鳥能言見羅(조능언견라) 앵무새 말을 함에 그물에 들어

禍福本自取(화복본자취) 화와 복 본디부터 스스로 얻어

亦無於汝何(역무어여하) 또한 없어 너에게 어찌할 수가

 

答前日七篇之惠(답전일칠편지혜) 앞날 칠편의 베풂에 답하며-朴誾24

材未能乘障(재미능승장) 재목 아니니 수레 못 타지

智不如(지불여설호) 슬기는 못해 술 들기보다

脚底有危機(각저유위기) 발밑에 있어 위험한 고비

直視而徑超(직시이경초) 바로 보고서 지름길 지나

今那更思(지금나갱사) 다만 이제서 어찌 또 생각

氷雪起髮膚(빙설기발부) 얼음과 눈이 머리 살갗에

百畝苟可辦(백무구가판) 백 이랑에도 힘쓸 수 있어

吾欲從田夫(오욕종전부) 내 살고 싶어 농부 따라서

 

將赴容齋夜話先簡一詩(장부용재야화선간일시) 장부용재야화선간일시-朴誾25

雲山在近忘朝市(운산재근망조시) 구름 산이 가까워 서울을 잊어

逃身任歲華(麴蘖도신임세화) 술에다 몸을 숨겨 세상일 맡겨

却怕時軍嚴舊律(각파시군엄구율) 두려워 그때 군대 엄한 옛 군령

屢逢金谷罰酒加(누봉금곡벌주가) 자주 만나 금곡에 벌주를 마셔

 

依原韻奉敍鄙懷(의원운봉서비회) 의원운봉서비회-朴誾26

夢中詩畵元非幻(몽중시화원비환) 꿈속의 시와 그림 환상이 아냐

世外江山思獨依(세외강산사독의) 세상 밖 강과 산을 혼자 생각해

紅蓼無心能喚我(홍료무심능환아) 붉은 여뀌 무심히 나를 부르고

白鷗有約肯相揮(백구유약긍상휘) 흰 갈매기 약속에 서로 마주쳐

 

舟中望神勒寺(주중망신륵사) 배 안에서 신륵사를 바라보며-朴誾27

借問神勒寺(차문신륵사) 물어나 보자 하니 신륵사 절을

直指黃驪江(직지황려강) 곧바로 가리키네 누런 여강을

灘聲近詩詠(탄성근시영) 여울소리 가까이 시를 읊으니

山色映篷窓(산색영봉창) 산 빛이 비춰지네 봉창너머로

飛棹疾歸鳥(비도질귀조) 날리는 노 빨라서 새들 돌아가

斜暉餘半杠(사휘여반강) 비껴진 빛 남아서 다리에 반쯤

奇遊元不約(기유원불약) 멋진 놀이 원래가 아니 맺어서

勝絶舊無雙(승절구무쌍) 빼난 절경 예부터 같은 게 없어

 

記語(기어) 말을 적어-朴誾28

勸農長下十行書(권농장하십행서) 농사일 권해 내려 열 줄의 글을

禮士頻催駟馬車(예사빈최사마거) 선비 예우 잦게 해 네 말 수레로

制作百年宵(제작백년소간외) 지어 이뤄 백년을 밤낮 밖에도

梯航千里笑談餘(제항천리소담여) 올라 건너 천리를 웃는 말 남아

 

送李擇之朝燕之行(송이택지조연지행)

이택지가 연경에 사신으로 가니 보내며-朴誾29

煌煌象魏觀(황황상위관) 빛나는 모습 대궐을 바래

雲漢上(표묘운한상) 하늘 아득해 은하수 위로

文物百年煥(문물백년환) 글에 물건은 백년을 빛나

圭纁萬國王(규훈만국왕) 홀에 비단은 모든 나라 왕

朝廷集鷺鸛(조정집로관) 조정에 모여 높은 벼슬들

佩裾聯揖讓(패거연읍양) 패옥 옷자락 이어 읍을 해

見子迭驚歎(견자질경탄) 그대를 보니 놀라 탄복해

吾邦重瞻仰(오방중첨앙) 우리나라서 우러러 보리

 

直卿將返嶺南舊居(직경장반영남구거) 직경이 영남 구거로 돌아가려하여-朴誾30

奔走更堪塵上叢(분주갱감진상총) 바삐 달려 또 견뎌 세상에 모두

歸來便覺毁譽空(귀래편각훼예공) 돌아가 편히 깨침 기림 흠 없어

百年未可辦玆事(백년미가판자사) 백년을 옳지 않아 이 일에 힘써

一代有能憐此公(일대유능련차공) 한 시대 할 수 있어 그대를 생각

枕上功名俱逆旅(침상공명구역려) 베개 위 힘쓴 이름 떠돈 나그네

壺中歲月屬仙翁(호중세월속선옹) 호리병속 세월은 신선 늙은이

秋風欲赴白蓮寺(추풍욕부백련사) 가을바람 가려네 백련사 절에

魂夢頻驚南去鴻(혼몽빈경남거홍) 넋 빠진 꿈 깨 놀라 남쪽 기러기

 

次擇之韻(차택지운) 택지의 운을 빌어-朴誾31

與人無怨自相累(여인무원자상루) 남 더불어 탓 없이 스스로 누 돼

報國有懷今未成(보국유회금미성) 나라 위한 생각도 이제 못 이뤄

歸計悠悠知便得(귀계유유지편득) 돌아갈 꾀 아득해 치우침 알아

春愁鬱鬱故難平(춘수울울고난평) 봄 시름 답답해서 어려운 까닭

一盃可負中宵約(일배가부중소약) 한잔 술에 저버려 한밤의 기약

佳句恐敎塵俗驚(가구공교진속경) 좋은 글에 두려움 세상 놀랄까

如此猶堪百年盡(여차유감백년진) 이같이 견딘다면 백년 다하지

吾曹久不要時名(오조구불요시명) 우리도 오래 못해 한 때 이름만

 

戱擇之(희택지) 택지를 놀리며-朴誾32

朝廷今要詩書學(조정금요시서학) 조정에서 하라네 시 글씨 학문

冠蓋誰憐潦倒翁(관개수련료도옹) 벼슬 써 누가 아껴 슬픈 늙은이

幽夢每回驚啄木(유몽매회경탁목) 깊은 꿈 깰 때마다 딱딱 소리에

小軒終日掃淸風(소헌종일소청풍) 작은 난간 하루 내 맑은 바람에

酒盃疑疑無違拒(주배의의무위거) 술잔은 두려워도 막을 수 없어

憂喜悠悠倂一空(우희유유병일공) 시름 기쁨 아득해 아울러 빔에

身自低佪心已決(신자저회심이결) 몸이란 어정거려 마음을 먹어

舊山松筍謾成叢(구산송순만성총) 오랜 산 소나무순 떨기를 이뤄

 

病眼次友人韻(병안차우인운) 병든 눈에 벗의 운으로-朴誾33

閉眼深居不啓關(폐안심거불계관) 눈감고 들어앉아 닫고 안 열어

翠軒閑却半簾山(취헌한각반염산) 취헌은 한가로워 산이 발에 반

孤如籠鳥長思侶(고여농조장사려) 외롭기 새장에 새 오래 짝 그려

癡似秋蠅更怯寒(치사추승갱겁한) 모르기 가을파리 추위 두려워

豈有顚狂舊時興(기유전광구시흥) 어이 있어 미쳤던 지난 때 흥이

漸成枯槁老容顔(점성고고노용안) 나날이 바싹 말라 늙은 몰골에

百年身世誰非寓(백년신세수비우) 한평생 세상에 몸 뉘 아니 붙어

出處悠悠涕自潸(출처유유체자산) 나온 곳 아득하니 눈물 절로나

 

再和擇之(재화택지) 택지에게 거듭 화답하며-朴誾34

深秋木落葉侵關(심추목낙엽침관) 깊은 가을 낙엽 져 문에 들이쳐

戶牖全輸一面山(호유전수일면산) 들창에 다 옮겨와 한쪽 산 모습

縱有盃尊誰共對(종유배존수공대) 놓여 있는 술 단지 뉘 함께 마셔

己愁風雨欲催寒(기수풍우욕최한) 내 시름에 비바람 추위 재촉해

天應於我賦窮相(천응어아부궁상) 하늘 마침 내게는 궁한 꼴 내려

菊亦與人無好顔(국역여인무호안) 국화도 남과 같이 안 좋은 얼굴

撥棄憂懷眞達士(발기우회진달사) 시름 품어 덜어야 참다운 선비

莫敎病眼謾長潸(막교병안만장산) 하게는 마 병든 눈 오랜 눈물은

 

李永元將返湖南以書四幅求詠(이영원장반호남이서사폭구영)

이영원이 호남에서 돌아오려 하여 사폭구영을 쓰다-朴誾35

故人歲晩饒淸興(고인세만요청흥) 오랜 벗 해 저묾에 맑은 흥 가득

愛天涯雪落初(지애천애설락초) 마침 아껴 하늘 끝 첫눈 내림을

排戶尙憐寒後竹(배호상련한후죽) 밀친 문 아직 예뻐 추운 날 대는

知有釣來魚(피사지유조래어) 도롱이 걸쳐 알지 고기 낚임을

能敎山海長相對(능교산해장상대) 하게해야 산 바다 오래 마주해

未害鹽亦不餘(미해제염역불여) 아니 입어 양념무침 남지 않아도

他日爲尋溪上棹(타일위심계상도) 다른 날에 찾아서 시내 배 띄워

筍籬茅屋是君居(순리모옥시군거) 대울타리 띠 집에 그대가 살아

 

容齋對菊與擇之同賦(용재대국여택지동부)

용재에서 국화꽃을 마주해 택지와 같이 짓다-朴誾36

吾生憂患後(오생우환후) 우리의 삶에 걱정 겪은 뒤

對酒轉悲傷(대주전비상) 술 마주 옮아 슬퍼 아픔이

忍與容齋叟(인여용재수) 차마 더불어 용재 늙은이容齋隨筆: 洪邁 79

泛玆三徑香(범자삼경향) 이래 띄워서 松竹菊 향기隱者松竹菊 세 길

作歡無舊興(작환무구흥) 기쁨지어도 옛 흥이 없어

舒恨有新章(서한유신장) 한을 펼쳐서 새론 글 있어

短僕能扶醉(단복능부취) 어린 종이 해 취한 이 부축

黃昏路更茫(황혼로갱망) 누레 어둔 길 더욱 아득해

 

曉記性海窟追記昨日之事(효기성해굴추기작일지사)

아침에 성해굴을 적고 붙여 어제 일을 적어-朴誾37

漸覺入山幽(점각입산유) 차츰 깨달아 산 깊이 들어

頗喜脫塵縛(파희탈진박) 자못 기쁘니 세상 일 벗어

三生泉石魂(삼생천석혼) 삼생의 넋은 샘에 돌 그려

今日乃無怍(금일내무작) 오늘에야 곧 부끄럼 없어

邂逅多勝事(해후다승사) 뜻밖에 만나 많은 빼난 일

向來自不約(향래자불약) 오며 스스로 맺지 않아서

時時會心處(시시회심처) 때때로 마음 모이는 곳에

一盃更商略(일배갱상략) 한잔 술 다시 생각 헤아려

昨夜初月明(작야초월명) 어젯밤에는 초승달 밝아

中途得新樂(중도득신락) 길에서 얻은 새론 즐거움

臨危試一吟(임위시일음) 위태함 닥쳐 한번 읊어봐

洞壑響唯諾(동학향유락) 골짝 메아리 네라며 답해

 

曉望(효망) 새벽에 바라며-朴誾38

曉望星垂海(효망성수해) 새벽에 보니 별의 바다가

樓高寒襲人(누고한습인) 누각은 높아 추위 사람에

乾坤身外大(건곤신외대) 하늘과 땅은 몸 밖에 커서

鼓角坐來頻(고각좌래빈) 북 나팔 자주 자리에 들려

遠岫看如霧(원수간여무) 먼 산을 바래 안개 낀 듯해

喧禽覺已春(훤금각이춘) 시끄런 새는 벌써 봄이라

宿酲應自解(숙정응자해) 묵은 술 취함 저절로 풀려

詩興漫相因(시흥만상인) 시흥이 일어 넘치기 때문

 

宿三田渡(숙삼전도) 삼전도에 묵으며-朴誾39

寓庵初被酒(우암초피주) 암자 머물러 처음 술 취해

箭串晩乘風(전곶만승풍) 화살곶 늦게 바람을 쐰다

白雨時時墜(백우시시추) 하얀 빗발이 때때로 치나

黃花處處同(황화처처동) 노란 들꽃은 곳곳이 같다

詩篇半行李(시편반행리) 시 지어 반은 꽃에 다녔고

秋色一蓑翁(추색일사옹) 가을빛 하나 도롱이 노인

獨間漁村宿(독간어촌숙) 혼자서 묵어 어촌 마을에

平江月影空(평강월영공) 너른 강물은 달그림자로

 

雨中有懷擇之(우중유회택지) 비속에 택지를 생각하며-朴誾40

寒雨不宜菊(한우불의국) 차가운 비 국화에 좋지 않은데

小尊知近人(소존지근인) 술 항아린 알아서 사람 가까이

閉門紅葉落(폐문홍엽락) 문을 닫고 있으니 붉은 잎 지고

得句白頭新(득구백두신) 시 글귀 얻느라고 흰 머리 새록

歡憶情親友(환억정친우) 기쁜 추억 정다워 가까운 벗이

愁添寂寞晨(수첨적막신) 시름 더해 새벽은 고요히 쓸쓸

何當靑眼對(하당청안대) 어찌 마땅 정겨워 푸른 눈 맞아

一笑見陽春(일소견양춘) 한 번 웃어 보이니 따뜻한 봄이

 

寄擇之(기택지) 택지에게-朴誾41

葉盡園林掛老槎(엽진원림괘로사) 나뭇잎 다 진 동산 늙은 가지만

吾軒從此得山多(오헌종차득산다) 내 집은 이로부터 많은 산 얻어

悄無車馬紛紛過(초무거마분분과) 수레 말 어지러이 지남이 없어

還有詩功日日加(환유시공일일가) 오히려 시에 공력 나날이 붙어

 

福靈寺(복령사) 복령사-朴誾42

伽藍却是新羅舊(가람각시신라구) 커다란 절 오히려 신라의 옛 절

千佛皆從西竺來(천불개종서축래) 천불상은 모두다 축국에서 와

終古神人迷大隗(종고신인미대외) 마침내 옛 신인이 찾아 헤맨 땅

至今福地似天台(지금복지사천태) 이제껏 복된 땅에 천태산 같은

春陰欲雨鳥相語(춘음욕우조상어) 봄 그늘 비 내리려 새들 지저귐

老樹無情風自哀(로수무정풍자애) 늙은 나무 정 없어 바람에 슬퍼

萬事不堪供一笑(만사불감공일소) 모든 일 못 견디게 한 바탕 웃음

靑山閱世只浮埃(청산열세지부애) 푸른 산 세상 살펴 다만 뜬 티끌

 

1480 奇遠(??) 幸州 기원 중종 때조광조  15

自挽 스스로 만사를 짓다 당길만1

日落天如墨 해가지니 하늘은 먹빛과 같고

山深谷似雲 산이 깊어 골짜기 구름 같아라

君臣千載意 임금과 신하모두 천년을 뜻해

怊悵一孤墳 슬프다 하나같이 외로운 무덤 슬플초창 무덤분

 

詠琴 거문고를 읊어 정암 조광조2

瑤琴一彈千年調 옥 거문고 한번 타 천년 고르게 아름다운옥요

聾俗紛紛但聽音 귀먹고 어지러워 소리만 들어 어지러워질분

怊悵鍾期沒已久 슬프다 종자기는 떠난 지 오래 ※鍾子期 슬플초창

世間誰知伯牙心 세상에 누가 알아 백아 마음을 ※知音 伯牙絶絃

 

綾城謫中 능성에 귀양 살며 ※전남 화순군 능주면3

誰憐身似傷弓鳥 누가 가련 이내몸 활에 다친 새 불쌍히여길련

自笑心同失馬翁 스스로 웃는 마음 변방 늙은이 ※塞翁之馬 던질포

猿鶴定嗔吾不返 원숭이 학 성내어 난 못 돌아가 성낼진 돌아올반

豈知難出覆盆中 어찌 알랴 어려워 판을 뒤집기 뒤집힐복 동이분

 

送安順之赴求禮 구례현에 부임하는 안순지를 보내며4

君行屬春時 맡음에 그대 가니 봄날인 때에 엮을속

天地養仁和 하늘땅 길러내니 어진 어우름

活潑江新流 살려 뿌려 강물은 새로 흐르고 뿌릴발

耒茸草生坡 쟁기질 한참이라 풀 돋는 고개 쟁기뢰 무성할용 고개파

道逈千里遠 길은 멀어 천리 길 멀기도 하지 멀형

眼中歷幾多 눈에 들어 지나야 얼마나 많이 지낼력

君子惟心遠 군자로 오직 마음 멀리 보아야

無非意所加 아님 없어 뜻함에 보태야 할 바

他日聞報政 뒷날에 들을 테니 선정을 알려

須憶此日歌 모름지기 생각해 이날의 노래 모름지기수 생각할억

 

贈松齋(증송재) 송재에게 주며松齋 李堣(1469~1517)-趙光祖5

特松凌雲碧(특송능운벽) 우뚝 솔 푸름 구름을 깔봐

孤月照氷寒(고월조빙한) 외론 달 차게 얼음을 비춰

欲識先生節(욕식선생절) 알아보려는 선생의 곧음

請取松月看(청취송월간) 부디 바라봐 소나무 달을

 

送順之南行(송순지남행) 순지의 남행을 보내며安處順(1493~1534)-趙光祖6

慈母保赤子(자모보적자) 어머니 지켜 갓난아이를

莫學中兒情(막학중아정) 배움 없어도 아이 뜻 맞춰

吾民此有口(오민차유구) 우리 백성에 이래 있는 입

我志當先明(아지당선명) 내 뜻 마땅히 먼저 밝혀야

濟物固分事(제물고분사) 물건 건짐은 정말 맡은 일

素學爲今行(소학위금행) 평소 배움을 이제는 해야

化宣君能否(화선군능부) 고쳐 베풂을 그대 하겠나

最父子弟兄(최부자제형) 가장 먼저는 부자형제로

大雅曾未聞(대아증미문) 대아 일찍이 아니 들어서詩經 大雅

汚染何由淸(오염하유청) 더럽게 물듦 어찌 맑힐까

 

送順之南行(송순지남행) 순지의 남행을 보내며-趙光祖7

君行屬春時(군행속춘시) 그대 떠남은 봄날인 때라

天地養仁和(천지양인화) 하늘땅 길러 어짊 어우름

活油江新流(활유강신류) 살아 매끈해 강물 새 흐름

丰茸草生坡(봉용초생파) 무성한 풀은 비탈에 돋아

道逈千里盡(도형천리진) 길은 멀어서 천리를 다해

眼中幾歷多(안중기력다) 눈에 든 몇몇 지나침 많아

君子惟心遠(군자유심원) 군자는 오직 마음이 멀어

無非意所加(무비의소가) 없지 않으니 뜻에 더할 바

他年聞報政(타년문보정) 다른 해 듣지 다스림 알아

須憶此日歌(수억차일가) 꼭 새겨두길 이 날 노래를

 

送順之南行(송순지남행) 순지의 남행을 보내며-趙光祖8

扶時有所歸(부시유소귀) 때를 붙들어 돌아감 있어

適幾尤陳力(적기우진력) 낌새 맞추어 더욱 힘을 펴

習流慣可人(습류관가인) 흐름을 익혀 사람에 버릇

奈如戕善俗(내여장선속) 어찌 해칠까 착한 풍속을

聖主方轉化(성주방전화) 성주는 마침 바꿔 고치니

東丘欣日出(동구흔일출) 동녘 언덕에 기쁜 해 솟아

款款效忠信(관관효충신) 정성을 들인 충성과 믿음

莫此更何得(막차갱하득) 이 없이 다시 무엇을 얻나

天威嚴咫尺(천위엄지척) 하늘 두려움 곁에서 엄해

一誠毋移易(일성무이역) 한 정성으로 바꾸지 말라

 

曺梅溪偉輓(조매계위만) 매계 조위의 만가曺偉(1454~1503)-趙光祖9

梅溪先逝寒暄弔(매계선서한훤조) 매계가 먼저 가니 한훤당 조문

野史當年感愴多(야사당년감창다) 야사에 오를 이 해 슬퍼함 많아

聞道河陽猶有子(문도하양유유자) 도 들으니 하양에 그대 있는 듯

霜天如見一黃花(상천여견일황화) 서리 날에 보는 듯 한 떨기 국화

 

題姜淸老隱蘭竹屛(제강청로은난죽병) 강청로의 난죽 병풍에 제하다-趙光祖10

南巡飄不返(남순표불반) 남으로 돌아 휑하니 못 돌아와

哭帝喪英皇(곡제상영황) 순임금 울어 아황 여영 잃고서

血染成斑竹(혈염성반죽) 피로 물들여 소상반죽 되었네

淚沾漾碧湘(누첨양벽상) 눈물로 적셔 출렁여 푸른 상수

 

題姜淸老隱蘭竹屛(제강청로은난죽병) 강청로의 난죽 병풍에 제하다-趙光祖11

筍生俄茁葉(순생아줄엽) 죽순이 나니 문득 잎 돋아

稚長却成竹(치장각성죽) 어린것 자라 대나무 되네

觀物做工夫(관물주공부) 물건을 보고 공부로 삼아

如斯期進學(여사기진학) 이같이 맺어 배움 나아가

 

送順之南行(송순지남행) 순지의 남행을 보내며安處順(1493~1534)-趙光祖12

大道久寂寞(대도구적막) 큰 도는 오래 고요 쓸쓸해

異議今崢嶸(이의금쟁영) 다른 말들이 이제는 우뚝

渾渾千丈波(혼혼천장파) 물소리 철철 천 길 물결에

黃流欲(황류욕엄청) 누런 물 흘러 맑음 덮치려 가릴엄

王澤滯莫下(왕택체막하) 임금 덕 막혀 못 내려가니

殘氓無自生(잔맹무자생) 남겨진 백성 절로 삶 없어

嘗聞古君子(상문고군자) 일찍이 들어 옛날 군자는

歎靡逢君明(탄미봉군명) 못 만나 탄식 임금 밝음을

維時難再得(유시난재득) 오직 때란 건 다시 못 얻어

爲君鳴不平(위군명불평) 임금 위하면 불평에 울어

 

秋夜舟中奉別金子由之任榮川(추야주중봉별김자유지임영천)

가을밤 배 안에서 김자유가 영천으로 부임함을 전별하다-趙光祖13

才傑應時運(재걸응시운) 재주 뛰어남 때에 맞아서

登庸簡上心(등용간상심) 올려 씀 임금 마음에 들어

豸威烏扇肅(치위오선숙) 해태 위엄에 검 부채 엄숙

虎略塞垣深(호략새원심) 호랑이 지략 변방 담 깊이

再折淸都桂(재절청도계) 다시 꺾으니 청도의 계수

重鳴宓子琴(중명복자금) 거듭 울리니 복자 거문고

萊衣兼晝錦(래의겸주금) 풀 옷 아울러 낮에 비단옷

壽席雪盈簪(수석설영잠) 축수 자리에 흰 머리 비녀

 

贈張孟羽(증장맹우) 장맹우에게 드리며-趙光祖14

平生技倆路岐頭(평생기량로기두) 한 삶 살며 재주에 길이 갈린 머리에

白首窮途謾抱愁(백수궁도만포수) 흰머리 길이 막혀 품은 시름 속이네

上帝聰明元在我(상제총명원재아) 하느님 밝고 밝음 원래는 내게 있어

向來名利不曾求(향래명리부증구) 오면서 이름이끗 일찍이 찾지 않아

 

江湖亭會遊(강호정회유) 강호정에 모여 놀다-趙光祖15

洛陽西畔海門東(낙양서반해문동) 낙양 서쪽 언덕에 바다 문 동쪽

地勢逶迤壑勢雄(지세위이학세웅) 땅 모양 구불구불 골짝 꼴 웅장

八九人家山影裏(팔구인가산영리) 여덟아홉 사람 집 산 그늘 속에

兩三禽語水聲中(양삼금어수성중) 두어마디 새소리 물소리 함께

淸風入戶繩床冷(청풍입호승상랭) 맑은 바람 들인 문 줄 평상 서늘

返照侵簾酒杯空(반조침렴주배공) 되비쳐 발에 드니 술잔이 비어

踏遍名園花事歇(답편명원화사헐) 두루 다닌 이름동산 꽃구경 마쳐

春光隨我杖頭紅(춘광수아장두홍) 봄빛이 날 따르니 지팡이 붉어

 

1484 漢之 企齋 申光漢(1484∼1555)文簡 高靈 企齋集 企齋記異 기재 신광한  22

詠史35 呂望圖(영사35 여망도) 역사를 읊음 여상-申光漢1

淸渭東流白髮垂(청위동류백발수) 맑은 위수 동쪽 흘러 백발 드리워

一竿誰見釣璜時(일간수견조황시) 한 낚싯대 누가 알아 황옥 낚을 때 서옥황

悠悠湖海多漁父(유유호해다어부) 아득하니 호수바다 어부도 많아

不遇文王定不知(불우문왕정부지) 아니 만나 문왕마저 정말 몰랐지

 

詠史52 項羽(영사52 항우) 역사를 읊음 항우-申光漢2

堂堂氣力竟何如(당당기력경하여) 의젓한 기력으로 끝내 어찌해力拔山氣蓋世

學劍無成恥學書(학검무성치학서) 칼 배워 못 이루니 글 배워 부끄

密擊詐坑皆戰罪(밀격사갱개전죄) 몰래 쳐 속여 묻어 다 싸움의 죄

八年空爲漢驅除(팔년공위한구제) 여덟 해를 헛되이 한나라 몰아

 

廣津船上望見三角山有感(광진선상망견삼각산유감) 광진 배 위에서-申光漢3

孤舟一出廣陵津(고주일출광릉진) 외론 배 한 번 나와 광릉나루를

十五年來未死身(십오년래미사신) 열다섯 해 오면서 죽지 못한 몸

我自有情如識面(아자유정여식면) 내 스스로 정 있어 알 듯한 얼굴

靑山能記舊時人(청산능기구시인) 푸른 산 기억하지 옛 그때 사람

 

十詠6 沙汀秋月(십영6 사정추월) 모래물가에 가을 달-申光漢4

江落天高渚色淸(강락천고저색청) 강 흘러 하늘 높아 물가 빛 맑아

露凝秋月冷沙汀(로응추월랭사정) 이슬 맺힌 가을 달 찬 모래물가

玉盤珠墮那容比(옥반주타나용비) 옥쟁반 구슬 떨침 어찌 맞대랴

一夜疏竟不扃(일야소령경불경) 밤 하나 성긴 창을 끝내 못 닫아 격자창령 빗장경

 

十詠7 柳店漁火(십영7 유점어화) 버들가게 고깃불-申光漢5

依依垂柳暗江濆(의의수류암강분) 늘어진 수양버들 강 물가 어둑 뿜을분

人語黃昏未掩門(인어황혼미엄문) 사람소리 어스름 아니 닫힌 문

忽怪雨中星宿亂(홀괴우중성수란) 갑작 야릇 빗속에 별자리 어질

却聞漁唱辨漁村(각문어창변어촌) 되레 듣는 뱃노래 물마을일 줄

 

十詠8 楮島歸帆(십영8 저도귀범) 저도에 돌아오는 돛단배-申光漢6

蒼山中立一江遙(창산중립일강요) 푸른 산 가운데 서 강 하나 아득

直到軒前逝寂寥(직도헌전서적요) 곧장 왔다 집 앞에 가만히 떠나

日夕南風知與便(일석남풍지여편) 해 저녁에 봄바람 함께 함 알아

數帆和雨替蘭橈(수범화우체란요) 몇몇 돛배 비 얼려 목란 노 저어

 

崔同年鏡浦別墅卽事次昌邦韻(최동년경포별서즉사차창방운) 최동년 경포별장-申光漢7

沙村日暮扣柴扉(사촌일모구시비) 모래마을 날 저묾 사립문 당겨 두드릴구

夕露微微欲濕衣(석로미미욕습의) 저녁이슬 조금씩 옷을 적시려

江路火明聞犬吠(강로화명문견폐) 강에 길 불을 밝혀 듣는 개 짖음

小童來報主人歸(소동래보주인귀) 아이 종 온다 알려 주인 돌아와

 

洞山驛(동산역) 동산역에서-申光漢8

蓬島茫茫落日愁(봉도망망락일수) 봉래섬 아득해서 지는 해 시름

白鷗飛盡海棠洲(백구비진해당주) 갈매기 날기 다해 해당화 섬에

如今始踏鳴砂路(여금시답명사로) 이제야 처음 밟아 고운 모랫길 明沙

二十年前舊夢遊(이십년전구몽유) 스무 해 지난 옛날 꿈에서 놀아

 

有所思(유소사) 그리워서-申光漢9

秋草離離白露時(추초리리백로시) 가을 풀 뭉텅뭉텅 이슬 보일 때

夜深明月候蟲飛(야심명월후충비) 밤 깊어 밝은 달에 철 벌레 날아

牽牛只恨天津隔(견우지한천진격) 견우는 다만 한이 은하수 막혀

不識人間有別離(불식인간유별리) 알지 못해 세상에 헤어짐 있어

 

夜分後雨霽月色如晝舟泊長灘荻花灣(야분후우제월색여주주박장탄적화만) 밤 깊어 비가 개어-申光漢10

孤舟一泊荻花灣(고주일박적화만) 외론 배 한번 대니 갈대꽃 굽이 물억새적

兩道澄江四面山(양도징강사면산) 양쪽 길 맑은 강에 온데로 산이

人世豈無今夜月(인세기무금야월) 세상에 어찌 없어 오늘 밤 달이

百年難向此中看(백년난향차중간) 한 삶에 바램 못해 이 가운데 봐

 

贈別堂姪元亮潛之任嶺東郡1(증별당질원량잠지임령동군1)당질 원량이 임지인 영동군에 감에 보내며 주다-申光漢11

一萬峰巒又二千(일만봉만우이천) 일만의 봉우리에 또 이천 봉이

海雲開盡玉嬋姸(해운개진옥선연) 바다구름 다 걷혀 옥 곱고 예뻐

少時多病今傷老(소시다병금상로) 젊을 때는 병 많아 이젠 늙어서

終負名山此百年(종부명산차백년) 끝내 짐 이름난 산 이 몸 백년에

 

贈別堂姪元亮潛之任嶺東郡2(증별당질원량잠지임령동군2)당질 원량이 임지인 영동군에 감에 보내며 주다-申光漢12

追惟勝跡發長嗟(추유승적발장차) 쫓아 생각 빼난 곳 긴 탄식 꺼내

三十年來夢一過(삼십년래몽일과) 서른 해를 오면서 꿈 한 번 지나

疏雨落霞鳴玉路(소우락하명옥로) 성긴 비 저묾 노을 울리는 옥길

馬蹄曾踏海棠花(마제증답해당화) 말발굽 일찍 밟아 해당화 꽃을

 

贈別堂姪元亮潛之任嶺東郡3(증별당질원량잠지임령동군3)당질 원량이 임지인 영동군에 감에 보내며 주다-申光漢13

山齋寒夜燭熒熒(산재한야촉형형) 산에 집 차가운 밤 홀로 불 밝혀 등불형

坐覺風來竹有聲(좌각풍래죽유성) 앉아 깨쳐 바람 와 대숲 소리로

一作天涯知己別(일작천애지기별) 한 지어냄 하늘 끝 아는 이 떠나

春光空入洛陽城(춘광공입낙양성) 봄날 빛 괜히 들어 서울에 성에

 

竹山途中(죽산도중) 죽산 가는 길에-申光漢14

征驂羸盡一冬深(정참리진일동심) 모는 말 여윔 다해 한 겨울 깊어 여윌리

白首懷君正不禁(백수회군정불금) 흰 머리 임금 그려 정말 못 말려

家在石城歸亦好(가재석성귀역호) 집이 있는 돌의 성 돌아가 좋아

朔風吹折倦遊心(삭풍취절권유심) 찬바람 불어 꺾어 지쳐 떠돈 맘

 

別親舊夜泊楮子島詠事(별친구야박저자도영사)벗과 헤어진 밤 저자도에 배대며-申光漢15

江湖浪迹已多年(강호랑적이다년) 강호에 떠돈 발길 이미 여러 해

纔到紅塵意惘然(재도홍진의망연) 막 닿은 티끌세상 뜻함 아득해

却怪酒醒淸入骨(각괴주성청입골) 되레 야릇 술 깨니 말끔해진 뼈

不知身臥月明船(부지신와월명선) 모르게 몸을 눕혀 달 밝은 배에

 

次安城郡板上韻(차안성군판상운) 안성군 현판의 운으로-申光漢16

當年潦倒過春城(당년료도과춘성) 그해에 멋진 모습 봄의 성 지나 큰비료

杖節重來意未平(장절중래의미평) 짚어 꺾어 다시 와 뜻 아니 나긋

沽得濁醪知有主(고득탁료지유주) 사서 얻은 막걸리 임자 있음에 팔고 막걸리료

杏花村戶不分明(행화촌호불분명) 살구꽃 마을 집을 못 가려 밝혀

 

寒食後一日過介峴金公世弼舊居有感(한식후일일과개현김공세필구거유감) 한식 뒤에-申光漢17

同時逐客幾人存(동시축객기인존) 같은 때 쫓겨난 이 몇 사람 남아

立馬東風獨斷魂(입마동풍독단혼) 말을 세운 봄바람 혼자 넋 끊어

煙雨介山寒食路(연우개산한식로) 안개비는 개산에 한식날의 길介子推

不堪聞夕陽村(불감문적석양촌) 못 견뎌 듣는 피리 저녁볕 마을 피리적

 

投宿山寺(투숙산사) 산사에 묵으며-申光漢18

少年常愛山家靜(소년상애산가정) 어릴 때 늘 아끼니 산에 집 고요

多在禪窓讀古經(다재선창독고경) 많이도 절 방에서 옛 경서 읽어

白首偶然重到此(백수우연중도차) 흰 머리에 뜻밖에 다시 여길 와

佛前依舊一燈靑(불전의구일등청) 부처님 앞 예대로 등 하나 파래

 

獨直內曹聞夜雨(독직내조문야우) 내조에 홀로 당직하며 밤비소리 듣다-申光漢19

江湖當日亦憂君(강호당일역우군) 강호에 있던 그날 임금 걱정해

白首無眠夜向分(백수무면야향분) 흰 머리라 잠 없어 밤을 나눠가

華省寂寥疏雨過(화성적요소우과) 꽃 살펴 쓸쓸한데 성긴 비 지나

隔窓桐葉最先聞(격창동엽최선문) 창 너머 오동잎에 맨 먼저 들어

 

風雨過月溪峽(풍우과월계협) 비바람과 월계협을 지나며-申光漢20

截壁嵯峨十里橫(절벽차아십리횡) 끊긴 비탈 산 높아 십리에 걸쳐 우뚝솟을차 높을아

緣江一路細紆縈(연강일로세우영) 이어진 강 길 하나 가늘게 굽어 굽을우 얽힐영

平生粗識安危分(평생조식안위분) 한 삶에 대충 알아 편함과 위험

脚底風波未足驚(각저풍파미족경) 발밑에 바람물결 놀랍지 않아

 

阻雨宿神勒寺(조우숙신륵사) 봄비에 신륵사 묵으며-申光漢21

好雨留人故不晴(호우류인고불청) 좋은 비 사람 멎어 짐짓 안 개어

隔窓終日聽江聲(격창종일청강성) 창 너머 날을 다해 들린 강물에

斑鳩又報春消息(반구우보춘소식) 산비둘기 또 알려 봄소식일랑

山杏花邊欸欸鳴(산행화변애애명) 산에 살구 꽃 곁에 구구구 울어 한숨쉴애

 

得兩弟書(득량제서) 두 아우의 글을 받고-申光漢22

天涯吾二弟(천애오이제) 하늘 끝 멀리 우리 두 아우

垂老事多憐(수로사다련) 늘인 늙어 일 가여움 많아

橡拾三溪寺(상습삼계사) 도토리 주워 삼계사에서 상수리나무상

詩傳百奧船(시전백오선) 시가 전하니 백월의 배에

文章有窮鬼(문장유궁귀) 글에 있느니 꽉 막힌 귀신

租稅急荒年(조세급황년) 구실 서둘러 거친 해라서 凶年

歲暮東江上(세모동강상) 한 해 저물어 동강에 올라

心摧去雁前(심최거안전) 마음 꺾이니 기러기 앞에 꺾을최

 

1486 彦謙 陽谷 蘇世讓(14861562)文靖 晉州  5

寄巴山兄 파산형에게 부침 양곡 소세양1

忽報平安字 갑자기 알려 보내 문안하는 글

聊寬夢想懸 너그러움 힘입어 꿈에 기림을 너그러울관 매달현

孤雲飛嶺嶠 외로운 구름 날아 고개는 뾰족 뾰족하게높을교

片月照湖天 한 조각 달이 비쳐 호수는 하늘 조각편 호수호

兩地無千里 양쪽 땅 떨어짐이 천리도 안 돼

相望近六年 만날 날 기다리길 육년 가까이

茅簷雨聲夜 초가처마 빗소리 밤을 지새워 띠모 처마첨

長憶對床眠 긴 생각에 마주한 책상머리 잠 생각할억 잠잘면

 

邇兒得草堂之基于竹林西麓(이아득초당지기우죽림서록)

가까운 아이가 대숲 서쪽기슭에 초가집 터를 잡아-蘇世讓2

不論城市與山林(불론성시여산림) 아니 따져 성 저자 함께 산에 숲

卜築先須傍竹陰(복축선수방죽음) 살만한 집 먼저 꼭 대 그늘 곁에

好是餘生游息地(호시여생유식지) 옳아 이는 남은 삶 놀며 쉬는 땅

世間何事更關心(세간하사갱관심) 세상에 무슨 일에 다시 마음 둬

 

題玉堂山水屛(제옥당산수병) 옥당의 산수병풍에 쓰다-蘇世讓3

百道飛泉掛樹杪(백도비천괘수초) 백 갈래 날린 샘물 걸린 나무 끝 걸괘 끝초

野橋橫斷跨江郊(야교횡단과강교) 들 다리 가로질러 강 들을 넘어 타넘을과

寶坊知在峯回處(보방지재봉회처) 절 있는데 아느니 봉우리 돈 곳 동네방

滿地藤蘿細路交(만지등라세로교) 땅 가득 등 넝쿨에 오솔길 얽혀

 

題尙左相畫鴈軸(제상좌상화안축) 상좌상의 기러기그림에 부쳐-蘇世讓4

蕭蕭孤影暮江潯(소소고영모강심) 쓸쓸히 외그림자 저무는 강가 물가심

紅蓼花殘兩岸陰(홍료화잔양안음) 붉은 여뀌 꽃 남아 양 언덕 그늘 여뀌료

謾向西風呼舊侶(만향서풍호구려) 넌지시 가을바람 옛 벗을 불러 속일만 짝려

不知雲水萬重深(부지운수만중심) 아니 알아 구름 물 만 겹 깊음을

 

燕京卽事(연경즉사) 연경에서-蘇世讓5

宴開迎餞一句間(연개영전일구간) 잔치 펴 맞고 보내 글귀 하나에 전별할전

三月皇州尙未還(삼월황주상미환) 삼월에 황주 고을 아직 아니 가

柳絮白於衰客髮(유서백어쇠객발) 버들개지 흰 것은 쇤 머리보다 솜서

桃花紅勝美人顔(도화홍승미인안) 복사꽃 붉음 나아 미인 얼굴에

春愁黯黯連空館(춘수암암연공관) 봄의 시름 컴컴해 이은 빈 집에 어두울암

歸興翩翩落故山(귀흥편편락고산) 돌아갈 흥 펄펄나 떨쳐 고향에

早晩苟當公事了(조만구당공사료) 머지않아 참 마땅 나랏일 마쳐 진실로구

拂衣長嘯出秦關(불의장소출진관) 옷 날려 긴 휘파람 연 땅을 나서 떨불

 

1486 元冲 冲菴 金淨(14861521)文貞 慶州 冲菴集  14

錦江樓 금강루 충암 김정1

西風木落錦江秋 서풍에 나뭇잎 져 금강에 가을 비단금

煙霞蘋洲一望愁 안개 놀 뜬 부평초 한번 봐 시름 놀하 개구리밥

日暮酒醒人去遠 해 저물어 술도 깨 사람 멀리 가 깰성

不堪離思滿江樓 못 견뎌 떠날 생각 강 가득 누각 견딜감

 

충암 김정 기묘사화 때 제주도 유배 신사무옥에 연루 사사됨

岐路(기로) 갈림길-金淨2

岐路紛紛者(기로분분자) 갈림길에서 어지러운 이

應緣食與衣(응연식여의) 마땅히 매여 먹고 입는 것

不知朝復暮(불지조부모) 알지 못해서 아침 또 저녁

白盡鬂邊絲(백진빈변사) 하얗게 다 돼 귀밑털 실이 살쩍빈

 

贈釋道心(증석도심) 도심 스님에게-金淨3

落日毘盧頂(낙일비로정) 떨어지는 해 비로 봉우리

東溟杳遠天(동명묘원천) 동해 큰 바다 아득 먼 하늘

碧巖敲火宿(벽암고화숙) 새파란 바위 불 지펴 묵어

聯袂下蒼煙(연몌하창연) 이어진 소매 연기 속 내려

 

感興(감흥) 흥을 느끼며-金淨4

落日臨荒野(낙일림황야) 떨어지는 해 거친 들 닿아

塞鴉下晩村(새아하만촌) 저녁 까마귀 마을 내려와

空林煙火冷(공림연화랭) 비어진 숲엔 연기 불 썰렁

白屋掩衡門(백옥엄형문) 멀건 초가집 닫아 지른 문

 

佳月(가월) 아름다운 달-金淨5

佳月重雲掩(가월중운엄) 아름다운 달 겹 구름 가려

迢迢暝色愁(초초명색수) 멀어 아득해 어둔 빛 시름

淸光不可待(청광불가대) 말간 밝은 빛 바라지 못해

深夜倚江樓(심야의강루) 밤 깊이 기대 강가 누대에

 

詠海松(영해송) 바닷가 소나무를 읊어-金淨6

海風吹送悲聲遠(해풍취송비성원) 바다바람 불어내 먼 슬픈 소리

山月高來瘦影疏(산월고래수영소) 산에 달 높이 올라 여윈 그늘 뜸

賂有直根泉下到(뇌유직근천하도) 있어서 곧은 뿌리 샘 아래 뻗어

雪霜標格未全除(설상표격미전제) 눈서리 높은 몸을 못 다 없애지

 

江興(강흥) 강에 흥 일어-金淨7

遠峯天外翠眉浮(원봉천외취미부) 먼 봉우리 하늘 밖 푸른 눈썹 떠

煙樹重重暗浦頭(연수중중암포두) 안개나무 겹겹이 어둔 개어귀

一雨滄江歸棹晩(일우창강귀도만) 한줄기 비 푸른 강 노 젖는 저녁

雁橫寒渚蓼花秋(안횡한저료화추) 기러기에 찬 물가 여뀌꽃 가을

 

晨起(신기) 새벽에 일어나-金淨8

二年流落侶魚蝦(이년류락려어하) 두 해를 흘러 떨렁 고기새우 벗

雙鬂蕭蕭半已華(쌍빈소소반이화) 두 귀밑털 쓸쓸히 반이나 세어

魂夢不知滄海遠(혼몽부지창해원) 넋의 꿈 알지 못해 먼 푸른 바다

春來無夜不還家(춘래무야불환가) 봄이 오면 없으니 집에 안 간 밤

 

山雨(산우) 산에 오는 비-金淨9

蕭蕭山雨下茅庵(소소산우하모암) 쓸쓸히 산에 비는 띳집에 내려

秋老荒城晩色酣(추로황성만색감) 가을 늦어 거친 성 저녁 빛 즐겨

故國山川魂自往(고국산천혼자왕) 오랜 나라 산천에 넋 절로 떠나

不知身在海天南(부지신재해천남) 알지 못해 몸 두니 바다 끝 남쪽

 

江南(강남) 강남-金淨10

江南殘夢晝厭厭(강남잔몽주염염) 강남 땅 남은 꿈이 낮에도 아른

愁逐年芳日日添(수축년방일일첨) 시름 쫓아 해 향기 나날이 더해

雙燕來時春欲暮(쌍연래시춘욕모) 짝진 제비 오는 때 봄은 저물려

杏花微雨下重簾(행화미우하중렴) 살구꽃에 살짝 비 내려 겹친 발

 

錦江樓(금강루) 금강루-金淨11

西風木落錦江秋(서풍목락금강추) 서풍에 나뭇잎 져 금강에 가을

煙霧蘋洲一望愁(연무빈주일망수) 안개 놀 뜬 부평초 한번 봐 시름

日暮酒醒人去遠(일모주성인거원) 해 저물어 술도 깨 사람 멀리 가

不堪離思滿江樓(불감리사만강루) 못 견뎌 떠날 생각 강 누각 가득

 

晩望(만망) 저녁 바라봄-金淨12

秋陰起將暝(추음기장명) 가을 그늘 일어나니 어두워지려

迢遞倚荊扉(초체의형비) 아득해서 갈아 기대 싸리 사립에

虛莽虁魅悄(허망기매초) 빈 풀밭은 외발귀신 도깨비 오싹

冥煙島嶼微(명연도서미) 어둔 연기 뭇 섬들은 조그맣기만

眼穿孤鳥盡(안천고조진) 눈은 뚫려 외로운 새 바라봄 다해

思逐片雲依(사축편운의) 생각 쫓아 조각구름 힘이 되기도

一葦豈云遠(일위기운원) 한 갈대배 어쩌자고 멀다 말하리

人遐自未歸(인하자미귀) 남들 멀어 스스로도 아니 돌아가

 

遣懷(견회) 회포를 달래며-金淨3

海國恒陰翳(해국항음예) 바다나라 늘 구름에 가려

荒村盡日風(황촌진일풍) 거친 마을에 날 다해 바람

知春花自發(지춘화자발) 봄을 알아서 꽃 절로 피어

入夜月臨空(입야월림공) 밤에 들어서 달 오른 하늘

鄕思千林外(향사천림외) 고향 생각은 천의 숲 밖에

殘生絶島中(잔생절도중) 남겨진 삶은 끊인 섬 속에

蒼天應有定(창천응유정) 푸른 하늘에 으레 놓여져

何用哭途窮(하용곡도궁) 무얼 써 울어 길이 막혀서

 

叢石亭(총석정) 총석정-金淨14

八月十五叢石亭(팔월십오총석정) 팔월의 보름날에 총석정에는

碧空星漢淡悠悠(벽공성한담유유) 파란 하늘 미리내 묽어 아득해

飛騰桂影昇天滿(비등계영승천만) 날아올라 달 그늘 하늘 떠 채워

搖蕩銀光溢海浮(요탕은광일해부) 흔들 흩여 은빛이 바다 넘쳐 떠

六合孤生身一粒(육합고생신일립) 세상에 외로운 삶 몸은 한 낟알

四仙遺躅鶴千秋(사선유촉학천추) 네 신선 남긴 자취 학에 천년을

白雲迢滿山外(백운초체만산외) 흰 구름 멀리 옮겨 산 너머 가득

獨立高丘杳遠愁(독립고구묘원수) 홀로선 높은 언덕 아득 먼 시름

 

1487 士烱 漁村 沈彦光(1487∼1540)文恭 三陟 어촌 심언광  6

來禽花落(내금화락) 사과꽃이 져서-沈彦光1

朱白扶春上老柯(주백부춘상로가) 붉고 흼 봄을 도와 늙은 가지에

爲誰粧點野人家(위수장점야인가) 누굴 위해 꾸미나 시골사람 집

三更風雨驚僝僽(삼경풍우경잔추) 한밤에 비바람에 놀라 욕을 해 욕할잔 몹시욕할추

落盡來禽滿樹花(락진래금만수화) 다 떨어져 능금 꽃 나무 가득 꽃

 

落花(낙화) 지는 꽃-沈彦光2

野桃花謝葉初生(야도화사엽초생) 들 복사꽃 떨어져 잎은 처음 나

雨後風前蝶翅輕(우후풍전접시경) 비 뒤에 바람 앞에 나비 날개 짓 날개시

枝上晩紅猶未落(지상만홍유미락) 가지 위 늦은 붉음 아직 아니 져

徐娘雖老尙多情(서낭수로상다정) 서씨 아씨 늙어도 외려 많은 정 아가씨낭

 

杜鵑詩(두견시) 두견시-沈彦光3

三月無君弔此身(삼월무군조차신) 삼월 봄 임금 없어 이 몸에 묻나

杜鵑聲裏更悲辛(두견성이갱비신) 두견새 소리 속에 또 슬퍼 아려 매울신

山中不廢爲臣義(산중불폐위신의) 산 가운데 안 그쳐 신하 된 옳음

準擬西川再拜人(준의서천재배인) 비겨 알아 서쪽 내 절 거듭 올려

 

輸城驛(수성역) 수성역에서-沈彦光4

去國經秋滯塞城(거국경추체새성) 나라 떠 가을 지나 막힌 변방 성 막힐체

異方雲物摠關情(이방운물총관정) 다른 곳 구름 무리 모두 닫힌 정

洪河欲濟無舟子(홍하욕제무주자) 큰 강을 건너려니 배 임자 없고

寒木將枯有寄生(한목장고유기생) 추운나무 말라가 붙어 삶 있어

自笑謀身非直道(자소모신비직도) 절로 웃음 몸 꾀함 아니 곧은 길

還慙欺世坐虛名(환참기세좌허명) 부끄러 세상 속여 앉은 헛이름

曉來拓戶臨靑海(효래척호림청해) 새벽 오니 문 열어 푸른 바다를

旭日昭昭照膽明(욱일소소조담명) 솟은 해 밝고 밝아 비춰 속 밝혀

 

嶺東驛詩(영동역시) 영동역의 시-沈彦光5

寵辱悠悠兩自驚(총욕유유량자경) 괴옴 욕됨 아득해 둘 저만 놀래

飄零何處着殘生(표령하처착잔생) 날려 떨쳐 어디나 붙어 남은 삶

天邊落日懷鄕淚(천변락일회향루) 하늘가 지는 해에 집 그린 눈물

寒外窮秋去國情(외궁추거국정) 변방 밖 다한 가을 나라 떠난 맘

雲葉亂飛山盡黑(운엽란비산진흑) 구름 잎 마구 날려 산 온통 검게

月輪低照海全明(월륜저조해전명) 달 둥긂 나직 비쳐 바다 다 밝혀

羈愁此夜偏多緖(기수차야편다서) 나그네 이 밤 시름 쏠린 많은 뜻 굴레기

坐對靑燈到五更(좌대청등도오경) 마주 앉은 푸른 등 밤을 다 새워

 

鐘城館遇雨(종성관우우) 종성 관사에서 비를 만나-沈彦光6

雲鳥堂堂陣勢聯(운조당당진세련) 구름에 새 의젓해 줄 이은 뻗침

書生袖裏有龍泉(서생수리유용천) 글하는 이 소매 속 용천검 품어

黃沙古戍身千里(황사고수신천리) 누른 모래 옛 지킴 몸은 천리에 지킬수

白日長安夢九天(백일장안몽구천) 환한 낮 서울바래 꿈은 먼 하늘

楡塞雨聲連海嶠(유새우성련해교) 느릅 변방 빗소리 바다 산까지 뾰족하게높을교

萩江秋色老風煙(추강추색노풍연) 가래 강 가을빛깔 바람 안개에

蕭蕭落木關山夜(소소락목관산야) 쓸쓸히 떨친 나무 관문 산의 밤

旅館靑燈惱客眠(여관청등뇌객면) 나그네 집 푸른 등 길손 괴론 잠 괴로워할뇌

 

1487 可鎭 猿亭 崔壽(14871521)文正 江陵  2

題壁 벽에 붙여 원정 최수성1

水澤魚龍國 물 고인 못 물고기 용들의 나라 못택

山林鳥獸家 산속 숲은 새들과 짐승들의 집 짐승수

孤舟明月在 외로운 배 떠있어 밝은 달 아래

何處是生涯 어느 곳이 옳은가 살아갈 자리 물가애

 

渡驪江 여강을 건너며2

人情隨世變 사람 뜻 세상 따라 바뀌어가나

岸不逐波流 언덕은 안 쫓으니 물결 흐름을 쫓을축

細雨江邊立 가랑비 강물 가에 서있듯 내려

烟中迷一舟 안개 속을 헤매네 한조각 배가 미혹할미

 

1489 可久 花潭 徐敬德(14891546)文康 唐城 花潭集  1

讀書 책을 읽으며 화담 서경덕1

讀書當日志經綸 책 읽어야 맞는 날에 경륜 펼칠 터 낚시줄륜

歲暮還甘顔氏貧 해 저물어 달게 여겨 안회의 가난 얼굴안

富貴有爭難下手 부함 귀함 다툼 있어 손쓰기 곤란

林泉無禁可安身 자연 임천 말라 않아 몸도 느긋해

採山釣水堪充腹 산에 캐고 물에 낚아 배를 채우려 캘채 견딜감

咏月吟風足暢神 달을 읊고 바람 읊어 얼을 펴기에 읊을영 펼창

學到不疑知快活 배움 닿아 안 헷갈려 기쁨을 알고

免敎虛作百年人 안 가르쳐 쓸데없는 백년 갈 사람

 

1490 百鍊 梧亭 鄭鎔(??) 海州  6

秋懷 가을의 품음 오정 정용 중종 때1

菊垂雨中在 국화꽃 드리워져 빗속에 있고 드리울수

秋驚庭上梧 가을에 놀라느니 뜰 위 오동잎 놀랄경

今朝倍惆愴 오늘아침 더하는 슬픔이란 건 슬퍼할추창

昨夜夢江湖 지난밤에 꾸었던 강호의 꿈이

 

人度桃花岸(인도도화안) 사람 지나가 복사꽃 언덕

馬嘶楊柳風(마시양류풍) 말이 울어대 버들 바람에

夕陽山影裡(석양산영리) 저문 볕이라 산그늘 속에

寥寂魯王宮(요적노왕궁) 쓸쓸한 고요 노산군 궁이魯山君 端宗

 

夜作(야작) 밤에 짓다-鄭鎔2

鵂鳴園裏樹(휴명원리수) 부엉이 울어 동산 속 나무

雲黑五更天(운흑오경천) 구름 어두운 새벽녘 하늘

遠客那堪聽(원객나감청) 멀리 나그네 어찌 들을까

悠悠夜似年(유유야사년) 길고 긴 밤은 일 년이 간 듯

 

春曉(춘효) 봄날 새벽-鄭鎔3

酒滴春眠後(주적춘면후) 술은 떨어져 봄잠을 잔 뒤

花飛簾捲前(화비렴권전) 꽃잎도 날려 발 걷기 앞서

人生能幾許(인생능기허) 사람 삶이야 얼마 된다고

悵望雨中天(창망우중천) 슬피 바라봐 빗속의 하늘

 

淸明日贈人(청명일증인) 청명 날 남에게 주며-鄭鎔4

二月燕辭海(이월연사해) 이월엔 제비 바다 건너와

千村花滿秦(천촌화만진) 모든 마을에 꽃이 가득해

每醉淸明節(매취청명절) 언제나 취해 청명 절기면

至今三十春(지금삼십춘) 이제껏 맞아 서른 해 봄을

 

聞琴(문금)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鄭鎔5

佳人挾朱瑟(가인협주슬) 고운 이 끼니 붉은 거문고

纖手弄柔荑(섬수농유이) 가는 손 놀려 부드런 손길纖纖玉手

忽彈流水曲(홀탄유수곡) 문득 타느니 물 흐름 가락

家在古陵西(가재고릉서) 집이 있어서 옛 무덤 서쪽

 

鍊光亭用朱天使韻(연광정용주천사운) 연광정에서 주천사의 운을 빌어-鄭鎔6

三韓形勝有玆亭(삼한형승유자정) 삼한에 땅 빼어나 이 정자 있어

無限雲山檻外靑(무한운산함외청) 가없는 구름 낀 산 난간 밖 푸름

日暮村娥猶濯錦(일모촌아유탁금) 날 저문 시골 아낙 아직 빨래를

波寒漁父獨揚船(파한어부독양선) 물결 찬데 어부는 혼자 배 띄워

一春景物還堪賦(일춘경물환감부) 한 봄날 볕 난 경치 시 지을 만해

萬里征驂更暫停(만리정참갱잠정) 만 리에 길나선 말 잠시 또 세워

滿壁瓊爽牙頰(만벽경거상아협) 벽 가득 옥의 글귀 읊어 시원해

文星當日幾曾經(문성당일기증경) 큰 시인은 그날에 몇 번을 지나文昌星

 

1491 復古 晦齋 李彦迪(14911553)文元 驪州 觀察使  43

無爲 함이 없어 회재 이언적1

萬物變遷無定態 만물은 바뀌어가 놓아둠 없이 옮길천 모양태

一身閑適自隨時 이 한 몸 틈이 나서 때에 따라서 갈적

年來漸省經管力 해 오며 차츰 줄어 다루는 힘이 점점점 덜생

長對靑山不賦詩 오래를 청산 마주 시도 못 읊어 구실부

 

林居十五詠 秋葵(추규) 가을 해바라기-李彦迪 회재 이언적2

開到淸秋不改英(개도청추불개영) 열려서 맑은 가을 안 바뀐 꽃잎

肯隨蹊逕鬪春榮(긍수혜경투춘영) 기꺼이 길을 따라 다퉈 봄 빛나

山庭寂寞無人賞(산정적막무인상) 산에 뜰 고요 쓸쓸 즐길 이 없어

只把丹心向日傾(지파단심향일경) 다만 쥔 붉은 마음 해 보며 기웃

 

林居十五詠 存養(존양) 지키며 기름-李彦迪3

山雨蕭蕭夢自醒(산우소소몽자성) 산에 비에 쓸쓸해 꿈 절로 깨니

忽聞窓外野鷄聲(홀문창외야계성) 문득 들어 창 밖에 들꿩 소리를

人間萬慮都消盡(인간만려도소진) 사람의 온갖 걱정 모두 사라져

只有靈源一點明(지유령원일점명) 오로지 신령 근원 점 하나 밝혀

 

林居十五詠 觀心(관심) 마음을 살펴-李彦迪4

空山中夜整冠襟(공산중야정관금) 텅 빈산에 한 밤에 가지런 갓옷 옷깃금

一點靑燈一片心(일점청등일편심) 점 하나 푸른 등불 한 조각 마음

本體已從明處驗(본체이종명처험) 바탕 몸 이미 좇아 밝은 곳 알려

眞源更向靜中尋(진원갱향정중심) 참된 근원 더 바램 고요 속 찾아

 

林居十五詠 獨樂(독락) 혼자 즐기며-李彦迪5

離群誰與共吟壇(이군수여공음단) 무리 떠나 누구와 함께 시 읊어

巖鳥溪魚慣我(암조계어관아안) 바위 새 시내 고기 내 얼굴 익혀 버릇관

欲識箇中奇絶處(욕식개중기절처) 알려고 그 가운데 빼난 좋은 곳

子規聲裏月窺山(자규성리월규산) 두견새 소리 속에 달은 산 엿봐

 

林居十五詠 溪亭(계정) 시내정자-李彦迪6

喜聞幽鳥傍林啼(희문유조방림제) 기쁜 들림 그윽 새 옆 숲서 울어

新構茅簷壓小溪(신구모첨압소계) 새로 얽은 초가집 작은 내 눌러

獨酌只邀明月伴(독작지요명월반) 혼자 술 다만 맞아 밝은 달 짝해

一間聊共白雲棲(일간료공백운서) 한 짧음 기댄 함께 흰 구름 머묾

 

林居十五詠 喜雨(희우) 단비가 내려-李彦迪7

一夜雨聲紛(송령일야우성분) 솔 창가에 밤 하나 빗소리 시끌 격자창령

客夢初驚却喜聞(객몽초경각희문) 나그네 꿈 첫 놀람 되레 기쁨이

從此靑丘無大旱(종차청구무대한) 이부터 우리나라 큰 가뭄 없어 언덕구

幽人端合臥巖雲(유인단합와암운) 숨은 이 반 듯 붙어 바위에 눕네

 

林居十五詠 悶旱(민한) 가뭄걱정-李彦迪8

農圃年年苦旱天(농포년년고한천) 짓는 밭은 해마다 모진 가문 날 밭포

邇來林下絶鳴泉(이래림하절명천) 요즘 와서 숲 아래 샘 울림 끊겨

野人不識幽人意(야인불식유인의) 시골사람 모르니 숨은 이 뜻을

燒盡靑山作火田(소진청산작화전) 불 다 살라 푸른 산 화전 만들어

 

林居十五詠 冬初(동초) 겨울의 처음-李彦迪9

紅葉紛紛已滿庭(홍엽분분이만정) 붉은 잎 어지러워 이미 뜰 가득

階前殘菊尙含馨(계전잔국상함형) 섬돌 앞 남은 국화 아직 향 품어 향기형

山中百物渾衰謝(산중백물혼쇠사) 산속에 온갖 무리 다 떠나 시들 쇠할쇠

獨愛寒松歲暮靑(독애한송세모청) 내 아껴 찬 소나무 세밑 푸름을

 

林居十五詠 秋聲(추성) 가을소리-李彦迪10

月色今宵分外明(월색금소분외명) 달 빛깔 오늘밤엔 너무나 밝아

憑欄靜聽已秋聲(빙란정청이추성) 난간에 가만 들어 가을 든 소리 기댈빙

商音一曲無人會(상음일곡무인회) 상 음조 한 가락을 만난 이 없어

鬢上霜毛四五莖(빈상상모사오경) 귀밑머리 서리털 네댓 줄기로 줄기경

 

林居十五詠 初夏(초하) 첫여름-李彦迪11

又是溪山四月天(우시계산사월천) 또 이렇게 시내 산 사월의 날씨

一年春事已茫然(일년춘사이망연) 한해에 봄날 일은 이미 아득해

郊頭獨立空惆悵(교두독립공추창) 들머리에 홀로 서 휑해 슬퍼해 성밖교 슬퍼할창

回首雲峯縹(회수운봉표묘변) 고개 돌려 구름 봉 하늘가 아득 옥색표 아득할묘

 

林居十五詠 暮春(모춘) 저무는 봄-李彦迪12

春深山野百花新(춘심산야백화신) 봄 깊은 산에 들에 온갖 꽃 새록

獨步閑吟立澗濱(독보한음립간빈) 혼자 걸어 틈 읊어 골짝물가 서 물가빈

爲問東君何所事(위문동군하소사) 묻기를 봄의 신께 무엇을 섬겨

紅紅白白自天眞(홍홍백백자천진) 붉어 붉게 희어 흰 나온 그대로

 

林居十五詠 早春(조춘) 이른 봄-李彦迪13

春入雲林景物新(춘입운림경물신) 봄이 들어 구름 숲 볕 만물 새록

澗邊桃杏摠精神(간변도행총정신) 골짝 가 복사살구 다들 얼 나가 모두총

芒鞋竹杖從今始(망혜죽장종금시) 짚신에 대지팡이 이제 비로소 신혜

臨水登山興更眞(림수등산흥갱진) 물에 가 산에 올라 흥 다시 참돼

 

林居十五詠 觀物(관물) 만물을 보며-李彦迪14

唐虞事業巍千古(당우사업외천고) 요순 때 일 이룸은 먼 옛날 높아 높을외

一點浮雲過太虛(일점부운과태허) 점 하나 뜬 구름이 먼 하늘 지나

蕭灑小軒臨碧澗(소쇄소헌림벽간) 물 끼얹은 작은 집 푸른 골짝 곁 뿌릴쇄

澄心竟日玩游魚(징심경일완유어) 맑은 마음 날 다해 물고기 구경 다할경 희롱할완

 

林居十五詠 感物(감물) 만물에 느껴-李彦迪15

卜築雲泉歲月深(복축운천세월심) 살만한 집 구름 샘 세월은 깊어卜居 卜地

手栽松竹摠成林(수재송죽총성림) 손수 심은 솔에 대 다 숲을 이뤄

烟霞朝慕多新態(연하조다신태) 안개 놀 아침저녁 꽤나 새 모습

唯有靑山無古今(유유청산무고금) 오직 있어 푸른 산 예이제 없어

 

林居十五詠 無爲(무위) 함이 없이-李彦迪16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만물은 바꿔 옮겨 놓인 꼴 없어 옮길천 모양태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자수시) 이 한 몸 틈이나니 때를 따름에 갈적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생경영력) 해 오며 차츰 덜어 꾸려가는 힘 점점점 덜생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오래마주 푸른 산 돈 안내 시엔 구실부

 

存養(존양) 양기를 보존함-李彦迪17

山雨蕭蕭夢自醒(산우소소몽자성) 산에 비 쓸쓸하여 꿈 절로 깨니

忽聞窓外野鷄聲(홀문창외야계성) 문득 들려 창밖에 들꿩 소리가

人間萬慮都消盡(인간만려도소진) 사람세상 온 걱정 다 사라지니

只有靈源一點明(지유령원일점명) 있기에 신령 근원 한 점에 밝아

 

聽秋蟲(청추충) 가을벌레 소리를 들으며-李彦迪18

百蟲迎暮苦啾啾(백충영모고추추) 온갖 벌레 저물자 애써 시끄러

晧月揚輝入小樓(호월양휘입소루) 밝은 달 올라 비춰 작은 루 들어

莫作西風宋玉恨(막작서풍송옥한) 짓지 마 가을바람 송옥의 한은悲秋賦

任看天地自春秋(임간천지자춘추) 보는 대로 하늘땅 절로 봄가을

 

晩興(만흥) 저녁 흥취-李彦迪19

風定煙消鏡面空(풍정연소경면공) 바람 그쳐 안개 꺼져 거울 면 하늘

數聲柔櫓夕陽中(수성유로석양중) 몇몇 소리 부드런 노 저녁볕 속에

却嫌未快湖山眼(각혐미쾌호산안) 되레 싫어 아니 시원 호수 산 눈에

逈立船頭數亂峯(형립선두삭란봉) 멀리 서서 뱃머리에 자주 아찔 봉

 

次曹容叟韻(차조용수운) 조용수의 운을 빌어-李彦迪20

霧拯靑山晩雨餘(무증청산만우여) 안개 들어 푸른 산 늦은 비 남아 건질증

逍遙俯仰弄鳶魚(소요부앙롱연어) 거닐어 위아래 봐 솔개 물고기

莫言林下孤淸興(막언임하고청흥) 말을 마라 숲 아래 홀로 맑은 흥

幽鳥閒雲約共棲(유조한운약공서) 숨은 새 느긋 구름 함께 삶 맺어

 

小峯臺(소봉대) 소봉대-李彦迪21

地角東窮碧海頭(지각동궁벽해두) 땅 모퉁이 동쪽 다해 파란바다 머리에

乾坤何處有三丘(건곤하처유삼구) 하늘과 땅 어딘가에 세 언덕이 있어서

塵寰裨隘吾無意(진환애오무의) 티끌세상 낮고 좁아 내 뜻함이 없어도

欲駕秋風泛魯桴(욕가추풍범로부) 타고 싶어 가을바람 노나라 배를 띄워

 

病中覽言行錄朱文公傳(병중람언행록주문공전)

병중에 언행록에서 주문공 전을 보며-李彦迪22

病起幽軒雨後天(병기유헌우후천) 앓으니 조용한 집 비 개인 날씨

手携黃券對前賢(수휴황권대전현) 손에 잡은 누런 책 옛 성현 마주

吾年屈指猶云富(오년굴지유운부) 내 나이 손을 꼽아 아직도 젊어

其奈身多疾病纏(기내신다질병전) 그 어찌 몸에 많아 병에 얽매여

 

次朱文公武夷五韻調(차주문공무이오운조) 주문공의 무이오곡 운을 빌어-李彦迪23

欽把遺經得味深(흠파유경득미심) 받드니 남긴 경서 맛 얻음 깊어

探眞從古有山林(탐진종고유산림) 참됨 찾아 예부터 산림에 있어

峨洋絃上無人會(아양현상무인회) 아양현 거문고 위 사람들 없어

獨撫胸中太古心(독무흉중태고심) 혼자 만져 가슴 속 먼 오랜 마음

 

金莊寺踏靑(금장사답청) 금장사 답청-李彦迪24

川原遠近綠初匂(천원원근록초내) 시내 들 멀든 말든 푸름 처음 향 향내내

滿眠依然古國春(만면의연고국춘) 눈 가득 그렇듯이 옛 나라 봄이 滿眼

玉笛聲中千古恨(옥적성중천고한) 옥피리 소리 속에 천년 오랜 한萬波息笛

莫敎吹向踏靑人(막교취향답청인) 불겐 마라 향해선 보리 밟는 이

 

甘浦舟中贈韓子浩(감포주중증한자호) 감포의 배 안에서 한자호에게-李彦迪25

一聲長笛海門秋(일성장적해문추) 소리 하나 긴 피리 바다에 가을

杯酒臨分段段愁(배주림분단단수) 술잔을 나누자니 칸칸이 시름

渭樹江雲苦相阻(위수강운고상조) 위수 나무 강 구름 애써 어려워

天涯此日幸同舟(천애차일행동주) 하늘 끝 오늘에야 기뻐 같은 배

 

勸學者(권학자) 학자에게 권하며-李彦迪26

爲學應須學聖人(위학응수학성인) 배움 됨은 반드시 성인을 배워

聖功元是本彛倫(성공원시본이륜) 성스런 공 으뜸은 떳떳한 도리

數編格語眞繩墨(수편격어진승묵) 몇몇 책 반듯한 말 참으로 먹줄

熟講精通可律身(숙강정통가률신) 익게 익혀 꿰뚫어 몸을 다스려

 

喜晴(희청) 날이 개 기뻐-李彦迪27

霧盡山依舊(무진산의구) 안개 다 걷혀 산은 옛 같이

雲收天自如(운수천자여) 구름을 거둬 하늘 저처럼

奇觀森莫數(기관삼막수) 야릇이 보여 늘어서 못 헤

眞象豁無餘(진상활무여) 참된 물상은 뚫려 안 남겨

一妙看消長(일묘간소장) 한 묘함 보니 빠짐 자라남

玄機感捲舒(현기감권서) 깊은 틀 느껴 말리고 펼쳐

昏明要不遠(혼명요불원) 어두움 밝음 찾아 안 멀어

人孰反求諸(인숙반구저) 사람 뉘 되레 이에서 찾아

 

溪邊秣馬卽事(계변말마즉사) 시냇가에 말에게 꼴을 먹이며-李彦迪28

下馬坐溪邊(하마좌계변) 말에서 내려 시냇가 앉아

褰衣步淸灘(건의보청탄) 옷 걷고 걸어 맑은 여울에 출건

灘淺小石露(탄천소석로) 여울 얕아서 자갈 드러나

激激鳴佩環(격격명패환) 부딪혀 흘러 옥 소리 울려

來水面(청표래수면) 맑은 회오리 물낯에 불어 폭풍표

灑然神骨寒(쇄연신골한) 물을 뿌린 듯 얼과 뼈 싸늘 뿌릴쇄

飄飄若羽化(표표약우화) 회오리바람 날개 돋은 듯

俯仰雲天寬(부앙운천관) 위아래 구름 하늘은 넓어

仙興浩難收(선흥호난수) 신선된 흥은 커서 못 거둬

沈吟坐石端(침음좌석단) 빠져 읊으니 돌 끝에 앉아

濯足聊自潔(탁족료자결) 발 씻어 한갓 스스로 깨끗

超然謝塵寰(초연사진환) 넘듯 물러나 티끌세상을

至趣獨自知(지취독자지) 다다른 멋은 나 혼자 알아

日斜猶忘還(일사유망환) 해는 기울어 돌아감 잊어

 

孤松(고송) 외로운 솔-李彦迪29

群木鬱相遮(군목울상차) 뭇 나무 빽빽 서로 가리고

孤松挺自誇(고송정자과) 외론 솔 몸 빼 스스로 자랑

煙霞秘斡質(연하비알질) 안개 노을에 줄기 간직해 관리할알 幹枝

雨露長枝柯(우로장지가) 비와 이슬로 가지 자라나 자루가

千尺心應直(천척심응직) 천 자나 곧아 마음도 으레

九泉根不斜(구천근불사) 구천 땅 뿌리 기울지 않아

棟樑雖有待(동량수유대) 마룻대 들보 비록 갖춤에

斧斤奈相加(부근내상가) 도끼날 어찌 서로 더해져

不似巖邊老(불사암변로) 아니 같으니 바위 곁 늙기

含姿歲暮多(함자세모다) 머금은 맵시 해 보냄 많아

 

山堂卽事(산당즉사) 산에 집에서-李彦迪30

禪房高枕隱(선방고침은) 선방에 숨어 높이 베고서

山色曉窓多(산색효창다) 산 빛은 짙어 새벽 창가에

林底幽禽語(임저유금어) 수풀 바닥엔 그윽 새소리

風中輕鷰斜(풍중경연사) 바람 속 제비 가볍게 날아

翠巖留宿霧(취암류숙무) 푸른 바위에 안개 껴 남고

深峽鎖朝霞(심협쇄조하) 깊은 골짝에 아침 놀 잠겨

誰識此中趣(수식차중취) 누가 알건지 이 가운데 멋

閒雲嶺上過(한운령상과) 한가한 구름 고개 위 지나

 

烏川路上(오천로상) 오천 길에서-李彦迪31

揮鞭發海隅(휘편발해우) 채찍 휘둘러 바다 한쪽 떠

擡眠極平蕪(대면극평무) 눈 들어 끝은 넓고 거칠어 들대

新綠千山遍(신록천산편) 새로운 푸름 온 산에 두루

殘紅一點無(잔홍일점무) 남은 붉은 꽃 하나도 없어

樂時渾物我(낙시혼물아) 즐거운 때면 모든 게 내게

探勝歷江湖(탐승력강호) 빼난 곳 찾아 강 호수 다녀

安得携知己(안득휴지기) 어찌해 지녀 날 아는 벗을

臨流倒百壺(임류도백호) 물가에 나가 백병 술 비워

 

栢栗寺贈韓進士子浩(백률사증한진사자호) 백률사 한자호 진사에게-李彦迪32

苔逕憐曾踏(태경련증답) 이끼 낀 길을 일찍이 밟아

松闌憶舊憑(송란억구빙) 솔 난간 기대 옛날 생각해

碧山如有待(벽산여유대) 푸른 산 있어 기다리듯 해

靑眼更無憎(청안갱무증) 바라는 눈에 미움도 없어

草樹千年國(초수천년국) 풀과 나무는 천년의 나라

襟懷一夜燈(금회일야등) 가슴에 품어 하룻밤 등불

海臺秋更好(해대추갱호) 바닷가 누대 가을엔 좋아

酒又同登(휴주우동등) 술 가지고 또 함께 올라가

 

九日無菊(구일무국) 구월 구일에 국화꽃 없어-李彦迪33

欲撤金錢泛酒卮(욕철금전범주치) 거둬야지 금빛 동전 술잔에 띄울 국화꽃

登高空折未開枝(등고공절미개지) 높이 올라 괜히 꺾어 아니 핀 가지

傾壺漸發愁中笑(경호점발수중소) 병 기우려 차츰 피워 시름 속 웃음

滿帽難成醉後奇(만모난성취후기) 모자 가득 못 이루니 취한 뒤 빼남

冷蘂縱能酬晩節(냉예종능수만절) 차운 꽃술 늘어뜨려 늦은 철 갚아

淸芬堪歎負佳節(청분감탄부가절) 맑은 향기 견뎌 읊어 좋은 철 지고

仍驚物理渾如許(잉경물리혼여허) 이에 놀라 만물 도리 온통 같다며

吐馥流芳貴及時(토복류방귀급시) 향기 뿌려 흐르는 꽃 때 미쳐 높여

 

感興(감흥) 느껴 흥 일어-李彦迪34

萬象紛然不可窮(만상분연불가궁) 온갖 상 어지러워 다 뚫지 못해

一天於穆總牢籠(일천어목총뢰롱) 한 하늘을 받들어 모두가 갇혀

雲行雨施神功博(운행우시신공박) 구름 흘러 비 뿌려 신의 일 넓어

魚躍鳶飛妙用通(어약연비묘용통) 물고기 솔개 날아 야릇 씀 뚫어詩經

雖曰有形兼有跡(수왈유형겸유적) 비록 일러 꼴 있어 자취 아울러

本來無始又無終(본래무시우무종) 본디 옴 없는 비롯 또한 끝없어天符經

沈吟契乾坤理(침음묵계건곤리) 빠져 읊어 가만히 온 누리 도리

獨立蒼茫俯仰中(독립창망부앙중) 홀로 서서 아득히 위아래 보며

 

山中卽事(산중즉사) 산 속에서-李彦迪35

淸晨梳罷快憑欄(청신소파쾌빙란) 맑은 새벽 다 쓸어 난간 기대 시원해

細雨隨風滿碧山(세우수풍만벽산) 가랑비 바람 따라 푸른 산을 채워서

野遠靑煙橫一抹(야원청연횡일말) 들 멀리 푸른 이내 쭉 발라 가로놓여 바를말

林深幽鳥語千般(임심유조어천반) 숲 깊이 그윽한 새 지저귐은 천 가지

忘機與物聊同樂(망기여물료동락) 틀 잊어 모두 함께 힘입어 같이 즐겨

安分於時獨自閑(안분어시독자한) 나뉨 맞게 때 맞게 저 혼자는 느긋해

乘興渺然迷出處(승흥묘연미출처) 흥겨워 아득해서 나갈 데를 잃고서

却疑身誤出人寰(각의신오출인환) 되레 헤매 몸 못 둬 사람세상 나와서

 

夢覺有感(몽교유감) 꿈에서 깨어나-李彦迪36

常思理欲互相勝(상사리욕호상승) 늘 생각 도리 바램 서로를 이겨

幽獨危微倍戰兢(유독위미배전긍) 숨어 홀로 빼줄어 더 떨며 삼가戰戰兢兢

一念差來便禽獸(일념차래편금수) 한 생각에 어긋나 짐승같이 돼

惕然驚起對靑燈(척연경기대청등) 두려워 놀라 벌떡 맑은 등 마주

長誦虞書十六字(장송우서십륙자) 오래 왼 순임금 글 열여섯 글자

一毫人欲便思除(일호인욕편사제) 한 털끝 사람 바램 생각을 없애

工夫尙覺多(공부상각다삼루) 배워 익혀 높이 깨 스밀 틈 많아 스밀삼

知有神明故警余(지유신명고경여) 알음 있어 신명이 부러 날 깨쳐

 

上洛路上卽事(상락로상즉사) 서울 올라가는 길에-李彦迪37

大塊之中萬象藏(대괴지중만상장) 큰 덩어리 온 땅에 온갖 상 감춰

廓然悠久更無疆(확연유구갱무강) 둘러서 멀리오래 다시 끝없어

江河山岳長流峙(강하산악장류치) 강물에도 산에도 긴 흐름 솟음

日月星辰互隱彰(일월성신호은창) 해와 달 별자리별 서로 숨어 나

古往今來觀世變(고왕금래관세변) 옛 이제 가고오니 세상 바뀜 봐

春生秋殺見天常(춘생추살견천상) 봄 낳아 가을 죽여 하늘 늘 함 봬

箇中何物能爲此(개중하물능위차) 낱낱 속에 어떤 게 이리 할 건가

一本昭昭獨主張(일본소소독주장) 하나의 밝고 밝음 홀로 맡아서

 

舟中卽事(주중즉사) 배 안에서-李彦迪38

列峀蜿蜿去不留(열수완완거불류) 이어진 산 구불구불 지나 안 멎어

悠然自在水中流(유연자재수중류) 아득하게 절로 있어 물 따라 흘러

錦屛影裏孤帆暮(금병영리고범모) 비단병풍 그림자 속 외론 배 저녁

綠鏡光邊兩岸秋(녹경광변양안추) 푸른 거울 비춰진 곁 양 언덕 가을

雲盡碧空悲一雁(운진벽공비일안) 구름 걷힌 푸른 하늘 슬픈 기러기

波恬斜日戱群鷗(파념사일희군구) 물결 고요 비껴진 해 노는 갈매기

胸中浩渺無涯興(흉중호묘무애흥) 가슴 속은 넓어 아득 끝없는 흥이

獨立蒼茫聘遠眸(독립창망빙원모) 혼자 서니 푸름 아득 찾아 멀리 봐

 

泛葵溪流(범규계류) 해바라기 띄워 시내에 흘려-李彦迪39

向日丹心鬢欲秋(향일단심빈욕추) 해를 바래 붉은 마음 귀밑털 희어

朝朝垂淚滿顔愁(조조수루만안수) 아침마다 눈물 흘려 온 얼굴 시름

如何忽作英州去(여하홀작영주거) 어찌하여 갑자기 돼 영주를 떠나

萬里風波一葉舟(만리풍파일엽주) 만 리 뱃길 바람물결 한 잎 조각배

西子當年一入吳(서자당년일입오) 서시 그대 그해라서 오나라 들어西施

春風秋月醉姑蘇(춘풍추월취고소) 봄에 바람 가을에 달 취한 고소대

豈知國破無歸處(기지국파무귀처) 어찌 알아 나라 깨져 갈 곳도 없어

愁把紅顔泛五湖(수파홍안범오호) 시름 잡혀 붉은 얼굴 오호에 띄워

 

山中卽事(산중즉사) 산속에 살면서-李彦迪40

雨後山中石澗暄(우후산중석간) 비온 뒤에 산속엔 돌 개울 시끌 따뜻할훤

沈吟竟日獨憑軒(침음경일독빙헌) 잠겨 읊어 날 다해 혼자 난간서

平生最厭紛囂地(평생최염분효지) 삶 살며 가장 싫어 어질 왁자 땅

惟此溪聲耳不煩(유차계성이불번) 오직 이 시내소리 귀찮지 않아

臥對前山月色新(와대전산월색신) 누워 마주 앞에 산 달빛 새로이

天敎是夕慰幽人(천교시석위유인) 하늘 시켜 오늘 밤 숨은 이 달래

忽去神魂爽(침아홀거신혼상) 묵은 앓이 사라져 얼과 넋 시원 숙병아

胸次都無一點塵(흉차도무일점진) 가슴 속 모두 없어 한 점 티끌이

幽鳥聲中午夢闌(유조성중오몽란) 그윽한 새 소리에 낮 꿈을 깨어

臥看巖上白雲閑(와간암상백운한) 누워서 본 바위 위 흰 구름 느긋

年來世事渾無意(년래세사혼무의) 해는 옴에 세상일 아무 뜻 없어

吾眼猶宜對碧山(오안유의대벽산) 내 눈은 외려 마땅 푸른 산 맞아

 

閑居卽事(한거즉사) 한가히 살며-李彦迪41

種松己作千株擁(종송작천주옹) 솔을 심어 이미 돼 천 그루 안겨 안을옹

移竹今年始數根(이죽금년시수근) 대를 옮겨 올해는 몇 뿌리 나와

四面皆山遮眼界(사면개산차안계) 사면이 다 산이라 눈앞을 가려

卜居元是遠囂暄(복거원시원효) 가려살기 이 본디 시끌 멀리해

雲斂山開欲曉天(운렴산개욕효천) 구름 걷혀 산 열려 새벽 날 되려

半春淸景正悠然(반춘청경정유연) 봄 가운데 맑은 볕 정말 아득해

鐘鳴馳逐終何益(종명치축종하익) 종 울림 달려 쫓아 끝내 뭘 더해

自幸年來臥石泉(자행년래와석천) 절로 좋아 해는 와 자연에 누워

 

記夢(기몽) -李彦迪42

殘燈中夜照肝脾(잔등중야조간비) 남은 등불 한밤에 속마음 비춰

屋漏雖幽肯自歎(옥루수유긍자탄) 새는 방 비록 깊어 스스로 한숨

枉被人疑渾不動(왕피인의혼부동) 삐딱해 남 못 믿어 꼼짝도 않아

此心應有鬼神知(차심응유귀신지) 이런 마음 맞추어 귀신이 알아

一心虛靜自無爲(일심허정자무위) 한마음 비어고요 저는 함 없이

萬變交前孰得移(만변교전숙득이) 온갖 바뀜 얽힌 앞 누가 옮길까

雖處至嫌猶不惑(수처지혐유불혹) 살아도 다한 싫음 안 헷갈려서

夢魂聊與展禽期(몽혼료여전금기) 꿈에 넋 한갓 함께 전금과 맺어展禽=柳下惠

柳下惠: 춘추시대 나라 賢人 이름이 展禽 곧기로 유명해 세 번 벼슬에서 쫓겨남(三黜)

 

山堂病起(산당병기) 산에 집에서 앓다가 일어나-李彦迪43

平生志業在窮經(평생지업재궁경) 한 삶에 뜻한 일은 경서 밝힘에

不是區區爲利名(불시구구위리명) 아니니 낱낱 나눠 이끗 밝힘이

明善誠身希孔孟(명선성신희공맹) 착하게 몸을 닦아 공맹을 바래 孔丘 孟軻

治心存道慕朱程(치심존도모주정) 맘 다스려 도 지켜 정주를 그려 程顥 朱熹

達而濟世憑忠義(달이제세빙충의) 다다라 세상 건져 충의에 기대 기댈빙

窮且還山養聖靈(궁차환산양성령) 막히면 산에 와서 마음을 길러

豈料屈蟠多不快(기료굴반다불쾌) 어찌 알아 굽 감겨 못함이 많아

夜深推枕倚前楹(야심추침의전영) 밤 깊어 자리 밀어 기댄 기둥 앞

 

1493 仲玉 聽松 成守琛(1493~1564)文貞 昌寧 聽松集  1

청송 성수침 牛溪 成渾(1535∼1598)의 아버지

山居雜咏(산거잡영) 산에 살면서-成守琛1

朝日微茫翳復明(조일미망예부명) 아침 해 살짝 아득 가렸다 밝아

臥看天末片雲生(와간천말편운생) 누워 보는 하늘 끝 조각구름 펴

須臾遍合翻成雨(수유편합번성우) 잠깐에 두루 붙어 뒤쳐 비가 돼

萬壑崩湍共一聲(만학붕단공일성) 온 골짝 흩는 여울 함께 한 소리

 

1496 大樹 石川 林億齡(14961568) 善山 石川集  8

해오라기 석천 임억령1

人方憑水檻 사람은 마침 기대 물가 난간에 기댈빙 우리함

鷺亦入沙灘 해오라기 날아든 모래 여울에 여울탄

白髮雖相似 흰머리 우리 서로 비록 닮으나 터럭발 같을사

吾閒鷺未閒 난 느긋 해오라긴 아니 느긋해

 

華山瀑布圖(화산폭포도) 화산 폭포도-林億齡2

急雨暮崖掛白龍(급우모애괘백룡) 소나기 저녁 벼랑 폭포수 걸려

詞人健筆氣成虹(사인건필기성홍) 시인은 힘찬 필력 무지개 그려

侯家屛障應無比(후가병장응무비) 양반집 가린 병풍 견줄 게 없어

我是人間富貴翁(아시인간부귀옹) 나야말로 세상에 부귀한 노인

 

秋村雜題(추촌잡제) 가을마을-林億齡3

志與江湖遠(지여강호원) 뜻함 더불어 강호를 멀리

形隨草木衰(형수초목쇠) 몸은 따르니 초목 시들 듯

美人歎已暮(미인탄이모) 미인은 탓해 벌써 늙음을

楚客自生悲(초객자생비) 나그네 절로 슬픔을 낳아

密綱江魚駭(밀강강어해) 촘촘한 그물 강고기 놀라

機心海鳥疑(기심해조의) 속이는 마음 바닷새 헤매

非無流水曲(비무유수곡) 없지 않으니 흘러 물굽이流觴曲水

何處遇鐘期(하처우종기) 어디서 만나 알아줄 벗을鍾子期

 

示友人(시우인) 벗에게 보이며-林億齡4

古寺門前又送春(고사문전우송춘) 옛 절에 문 앞에서 또 봄을 보내

殘花隨雨點衣頻(잔화수우점의빈) 남은 꽃 비 따라서 옷에 꽤 붙어

歸來滿袖淸香在(귀래만수청향재) 돌아온 소매 가득 맑은 향 배어

無數山蜂遠趁人(무수산봉원진인) 셀 수 없는 산에 벌 멀리 쫓아와

 

送白光勳還鄕(송백광훈환향) 고향 가는 백광훈을 보내며-林億齡5

江月圓復缺(강월원부결) 강에 달 둥긂 또 이지러져

庭梅落又開(정매락우개) 뜰 매화 지고 다시 피어나

逢春歸未得(봉춘귀미득) 봄을 만나도 못 돌아가서

獨上望鄕臺(독상망향대) 홀로 오르네 고향 그리워

 

竹西樓(죽서루) 죽서루-林億齡6

江觸春樓走(강촉춘루주) 강물 부딪혀 봄 누각 달려

天和雪嶺圍(천화설령위) 날씨 따뜻해 눈 고개 둘러

雲從詩筆湧(운종시필용) 구름을 따라 시 붓은 솟아

鳥拂酒筵飛(조불주연비) 새는 스치며 술자리 날아

浮雲如今是(부운여금시) 떠 있는 구름 이제는 옳고

趨名悟昨非(추명오작비) 이름 쫓았던 어제는 글러

松風當夕起(송풍당석기) 솔바람 마침 저녁 돼 일어

蕭颯動荷衣(소삽동하의) 쓸쓸한 바람 연잎 옷 일렁

 

次井邑東軒韻(차정읍동헌운) 정읍 동헌의 시를 빌어-林億齡7

護軍雖散亦王官(호군수산역왕관) 호군이 한가해도 임금이 내린 벼슬

內賜豳風再拜看(내사빈풍재배간) 빈풍을 내려주니 두 번 절해 봅니다

白髮老臣心耿耿(백발로신심경경) 흰머리 늙은 신하 마음만은 또렷해

隔墻隣女夜舂寒(격장린녀야용한) 담 너머 이웃 아낙 밤 절구 차기만 해

 

用企齊韻送聽松還山(용기제운송청송환산)

기제의 운을 쓰서 청송이 산으로 돌아감을 보내며-林億齡8

寂寞荒村隱小微(적막황촌은소미) 고요한 거친 마을 가려져 안 봬

蕭條石俓接柴扉(소조석경접시비) 쓸쓸히 나뉜 돌길 붙은 사립문

身同流水世間出(신동류수세간출) 흐르는 물 같은 몸 세상에 나와

夢作白鷗江上飛(몽작백구강상비) 흰 갈매기 꿈에 돼 강위를 날아

出擁客窓雲入座(출옹객창운입좌) 나와 안은 길손 방 구름 든 자리

雨侵書榻葉投幄(우침서탑엽투악) 비 들이친 책상에 잎 날린 휘장

飄然又作投簪計(표연우작투잠계) 떠돌아 또 지으니 비녀 던질 꾀

塵土無由染素衣(진토무유염소의) 티끌 흙 까닭 없이 흰 옷 물들여

 

1497 明仲 石壁 洪春卿(14971548) 南陽  1

落花巖 낙화암 석벽 홍춘경

國破山河異昔時 나라 깨져 산하는 옛날과는 다른데 깨뜨릴파

獨留江月幾盈虧 홀로 남아 강에 달 몇 번 차 기울었나 찰영 줄휴

落花巖畔花猶在 낙화암 절벽위에 꽃은 아직 피어서 바위암 두둑반

風雨當年不盡吹 비바람은 그 해에 다 불지도 않았네 불취

 

1497 健叔 大谷 成運(14971579) 昌寧 大谷集  1

大谷書坐 대곡에 앉아 대곡 성운

夏木成帷晝日昏 여름나무 엉키어 낮에 해 어둑 휘장유

水聲禽語靜中喧 물소리 새소리로 고요 속 시끌 의젖할훤

己知路絶無人到 나도 알아 길 끊겨 올 사람 없어

猶倩山雲鎖洞門 마치 예쁜 산 구름 골짝 문 닫아 예쁠천 쇄사슬쇄

 

1498 丕承 松齋 羅世纘(1498∼1551)僖敏 羅州 松齋先生遺稿 송재 나세찬  16

暮浦歸帆(모포귀범) 해 저문 포구에 돌아오는 돛단배-羅世纘1

芳州春水生(방주춘수생) 꽃다운 섬에 봄물이 살아

風便一帆輕(풍편일범경) 바람에 쏠려 한 돛배 빨라

夜深弄明月(야심농명월) 밤은 깊어가 밝은 달 놀아

恰得鏡中行(흡득경중행) 마치 얻으니 거울 속 오가

 

沙池賞蓮(사지상연) 모래 연못에서 연꽃을 즐기며-羅世纘2

太華誰移種(태화수이종) 너무나 빛나 뉘 옮겨 심어

天然出水中(천연출수중) 그대로 나와 물에 가운데

無風香自遠(무풍향자원) 바람 없이도 향 절로 멀리

欲採思何窮(욕채사하궁) 캐고픈 생각 어찌 다할까

 

龍庵望雲(용암망운) 용암에서 구름을 바라보며-羅世纘3

神物厭平地(신물염평지) 신령스런 것 너른 땅 싫어

噓雲巖上水(허운암상수) 구름이 불어 바위 위에 물

變化在須臾(변화재수유) 바뀌어 감은 잠깐 사이에

蒼生望一起(창생망일기) 사람들 바래 한번 일기를

 

南岡尋柏(남강심백) 남쪽 언덕에서 잣나무를 찾아-羅世纘4

獨抱後調操(독포후조조) 혼자 품어서 뒷날 지님을

不愁風雨忙(불수풍우망) 아니 시름해 비바람 바빠

靑靑伴疎竹(청청반소죽) 푸름 푸르러 성긴 대 짝해

高處宿鸞鳳(고처숙난봉) 높은 곳 묵어 난새 봉황새

 

鶴嶺聽松(학령청송) 학령에서 솔바람을 들으며-羅世纘5

獨棲處(구고독서처) 아홉 언덕은 혼자 사는 곳

誰遣翠濤來(수견취도래) 누가 보내어 푸른 물결 와

天寒聞更遠(천한문갱원) 날씨는 추워 들려 또 멀어

恐曳棟梁來(공예동량래) 끌까 두려워 집채 물결 와

 

城川釣魚(성천조어) 성천에서 낚시하며-羅世纘

晩風吹釣絲(만풍취조사) 저녁바람 불어와 낚싯대 줄에

芳草立多時(방초립다시) 꽃다운 풀 서있어 많고 많은 때

得雋又何待(득준우하대) 살진 놈 잡았으니 다시 뭘 바래

歸來橫柳枝(귀래횡류지) 돌아와선 걸쳐놔 버들가지에

 

落山採(낙산채박) 낙산에서 양하를 캐며-羅世纘6

孤山一點明(고산일점명) 외로운 산에 한 점 밝음이

白雨漾氷莖(백우양빙경) 흰 빗물 출렁 얼음줄기 돼

豈待秋風至(기대추풍지) 어찌 기다려 가을바람 와

季鷹先我行(계응선아행) 끝에 송골매 내 앞서 가서

 

詠射帿(영사후) 과녁 맞추기를 읊다-羅世纘7

壯士變秋月(장사변추월) 힘을 쓰는 이 바꾼 가을 달

雄風袖裏生(웅풍수리생) 커다란 바람 소매 속 일어

雷聲山下動(뇌성산하동) 천둥소리에 산 아래 흔들

星落白雲傾(성락백운경) 별이 떨어져 흰 구름 비껴

 

槐亭射帿(괴정사후) 느티나무 정자에서 과녁을 쏘다-羅世纘8

綠影落彫弓(녹영락조궁) 푸른 그림자 활에 새겨 져

共聞曹熟手(공문조숙수) 함께 들으니 마을 익힌 이

弛張付一爭(이장부일쟁) 늦추고 매고 붙인 겨루기

立飮次邊酒(입음차변주) 선 채 마시니 곁에 술 이어

 

射帿(사후) 과녁에 쏘다-羅世纘9

臂弓腰矢舞蹲蹲(비궁요시무준준) 팔뚝 활 허리 화살 춤 덩실덩실

風正帿顔日欲曛(풍정후안일욕훈) 바람맞은 과녁판 해 지는 저녁

痛飮百杯連百中(통음백배련백중) 얼큰 마신 백잔 술 이어 다 맞춰

鼓聲雷落碧山雲(고성뇌락벽산운) 북소리 우레 치니 푸른 산 구름

 

三奇詩(삼기시) 삼기시-羅世纘10

樓中邂逅有三奇(누중해후유삼기) 누대서 뜻밖 만남 세 사람 있어

風雨樽前各把詩(풍우준전각파시) 비바람에 술통 앞 따로 잡은 시

何日粗休心事了(하일조휴심사료) 어느 날 거친 그침 마음 일 마쳐

閑尋漁艇下江時(한심어정하강시) 느긋 찾아 어선을 강 내려갈 때

 

贈安正字(증안정자) 안 정자에게 보내며-羅世纘11

君何先達我何遲(군하선달아하지) 그대 어찌 먼저 해 내 어찌 더뎌

秋菊春蘭各有時(추국춘란각유시) 가을 국화 봄 난초 따로 때 있어

莫道當年先折桂(막도당년선절계) 말마라 맞이한 해 먼저 급제해折桂: 과거급제

廣寒猶有最高枝(광한유유최고지) 광한전 여태 있어 맨 위의 가지

 

附次韻潭陽府使盧克昌(부차운담양부사노극창)담양부사 노극창의 운으로 부치다-羅世纘12

披榛鞭款段(피진편관단) 잡목 헤치고 채찍 휘둘러

爲訪故人來(위방고인래) 찾아보려고 오랜 이 왔네

白雪埋山寺(백설매산사) 흰 눈에 묻혀 산에 있는 절

黃眉入酒杯(황미입주배) 노란 눈썹이 술잔에 들어

君飛騰最健(군비등최건) 그대는 날아 가장 튼튼해

吾老病堪欸(오로병감애) 나는 늙어 병 견뎌 한숨을

天使雲泥隔(천사운니격) 하늘이 시켜 구름 땅 달리

離腸謾九回(이장만구회) 헤져 애태워 아홉을 돌아

 

還七精寺(환칠정사) 칠정사에 돌아와-羅世纘13

布衣讀書處(포의독서처) 삼베옷 입고 글을 읽던 곳

二十一年來(이십일년래) 스물에 하나 해는 돌아와

興廢樓餘地(흥폐루여지) 일어 부서져 누각 남은 땅

悲歡酒滿杯(비환주만배) 슬픔과 기쁨 술 가득 술잔

山深新雪盛(산심신설성) 산이 깊어서 새 눈이 쌓여

林精舊禽欸(임정구금애) 숲은 알차서 오랜 새 울어

明日紅塵裏(명일홍진리) 밝아올 날은 붉은 티끌 속

應知白首回(응지백수회) 마땅히 알아 백수 돌아가

 

四碧亭(사벽정) 사벽정-羅世纘14

槐松茅水列山根(괴송모수렬산근) 느티 솔 띠에 물로 널린 산기슭

犬吠鷄鳴自一村(견폐계명자일촌) 개 짖고 닭이 울어 한 마을에서

邀弟邀兄兼邀客(요제요형겸요객) 아우 맞아 형 맞이 손님도 맞아

琴携牘又携蹲(휴금휴독우휴준) 거문고 책을 끌어 게다 술 끌어

笑吟幾戒農桑務(소음기계농상무) 웃어 읊어 몇 살핌 농사 뽕잎일누에치기

學問寧忘孝悌敦(학문녕망효제돈) 배워서 어찌 잊어 모셔 받든 뜻孝悌忠信

獨撫繁纓回白首(독무번영회백수) 혼자 쥔 섞인 벼슬 돌아온 백수

只綠時未報君恩(지록시미보군은) 다만 푸름 때아니 성은을 갚아

 

送宋使重之燕京(송송사중지연경) 송사중이 연경 가는 것을 보내며-羅世纘15

眼看遊舊半王京(안간유구반왕경) 눈에 봬 놀던 옛 벗 반은 서울에

蕭散秋風獨遠行(소산추풍독원행) 쓸쓸한 가을바람 혼자 멀리 가

同國暮年忻末契(동국모년흔말계) 같은 나라 늙은 해 끝맺음 기뻐

別筵斜日惜深情(별연사일석심정) 떠난 자리 기운 해 깊은 정 아껴

承顔膝下千金重(승안슬하천금중) 모신 낯 무릎아래 천금 무거움

奉詔關中萬里輕(봉조관중만리경) 받든 알림 관중엘 만 리 가벼워

歷歷沿途皆勝習(역력연도개승습) 거쳐 지난 길가는 다 빼나 익혀

詩魂先動過泰城(시혼선동과태성) 시의 넋 먼저 일어 태평 성 지나

 

恒慄兄弟(항률형제) 항률형제-羅世纘16

墳墓天南每自悲(분묘천남매자비) 무덤은 하늘남쪽 늘 절로 슬퍼

況逢秋夕月明時(황봉추석월명시) 이에 맞은 추석은 달이 밝을 때

望思巖畔泉應咽(망사암반천응열) 바래 생각 바위 곁 샘 으레 목메

逅遠臺前草幾衰(후원대전초기쇠) 만남 멀어 누대 앞 풀 몇 번 시들

覺是今朝猶未去(각시금조유미거) 옳음 깨친 이 아침 외려 아니 가

知非他日又何之(지비타일우하지) 그릇됨 안 다른 날 또 어딜 가나

麻衣濕盡孤身淚(마의습진고신루) 삼베옷을 다 적셔 외론 몸 눈물

更向松楸滿面垂(갱향송추만면수) 다시 바란 고향땅 낯 가득 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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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끝